[기획] 한 끼에서 시작하는 천안 먹거리돌봄 ①
[기획] 한 끼에서 시작하는 천안 먹거리돌봄 ①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6.10.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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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넘어 건강과 안부로…천안 먹거리돌봄, 누구에게 닿아야 하나

[편집자 주] 한 끼의 식사를 건강과 안부, 지역공동체로 연결하는 ‘먹거리돌봄’ 논의가 천안에서 이어지고 있다. 천안아산신문은 세 차례 토론회·포럼에서 제기된 내용을 바탕으로 천안형 먹거리돌봄의 필요성과 실행 과제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1회에서는 식사 지원의 사각지대와 서비스 방향을, 2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체들의 역할, 재정 및 제도화 과제를 짚는다.

사진 : 추진위원회 제공9월 7일, 백석대학교 생활관 2층 컨퍼런스룸. 공공먹거리정책의 전환 방향 논의
사진 : 추진위원회 제공
9월 7일, 백석대학교 생활관 2층 컨퍼런스룸. 공공먹거리정책의 전환 방향 논의

 

세 차례 공론장서 생애주기별 식사 지원 논의
소득·연령 중심 지원 넘어 조리 능력·건강·고립까지 살펴야

한 끼의 식사는 허기를 채우는 일인 동시에 일상을 유지하는 기반이다. 식재료를 구입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지, 건강 상태에 맞는 식사를 하고 있는지에 따라 필요한 지원도 달라진다. 천안에서 시작된 먹거리돌봄 논의는 이처럼 식품 공급과 복지, 건강과 관계를 함께 살피자는 제안이다.

천안 먹거리돌봄 추진위원회는 9월 7일과 30일, 10월 28일 세 차례 토론회와 포럼을 열었다. 공공먹거리정책의 전환 방향에서 출발해 사각지대와 생애주기별 서비스, 제도화 방안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지난 7월부터 준비에 참여했다는 박찬무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은 세 번째 토론회를 앞두고 “이제는 논의를 넘어 행정과 의회, 시민사회, 사회연대경제조직이 함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협의하고 제도화해 나갈 과제가 남았습니다”라고 적었다. 공론장에서 제기된 필요를 실제 서비스로 옮기는 일이 다음 과제로 남은 셈이다.

■ 지원 대상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식사의 어려움

추진위원회가 제공한 토론 내용에 따르면 1차 토론회에서 최준 사회연대경제전국회의 먹거리분과 공동위원장은 먹거리돌봄을 질병 예방과 건강 유지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존 학교급식과 복지기관 등 지역 자원을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옥 충남사회서비스원장도 기존 인프라를 연계하고 돌봄 대상자의 식사 욕구를 반영하는 체계를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통합돌봄의 제도적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올해 3월 27일 시행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생활하도록 의료·요양·돌봄을 연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다만 천안에서 논의하는 생애주기 전반의 먹거리돌봄과 법정 통합돌봄의 지원 범위가 그대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아동과 청년, 임산부 등의 수요는 기존 사업과 별도 정책을 함께 살펴야 한다.

2차 토론회에서는 지원 대상자를 어떤 기준으로 찾을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는 농촌의 초고령화와 돌봄 인력 격차를, 한경이 행복도시락 통합돌봄추진단장은 높은 식사 지원 수요와 선정 기준의 한계를 짚었다. 이선영 복지세상을 열어가는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연령뿐 아니라 생활 변화와 돌봄 관계, 거주 지역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누가 저소득층인가’에 더해 ‘누가 혼자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가’를 묻는 접근이다. 같은 소득과 연령이라도 퇴원 직후인지, 조리가 가능한지, 가까이 도움을 줄 사람이 있는지에 따라 필요한 지원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을 천안의 실제 수요 조사에 반영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사진 : 추진위원회 제공10월 28일, 소셜캠퍼스 온 충남 5층 이벤트홀. 제도화 방안과 실행 로드맵 논의
사진 : 추진위원회 제공
10월 28일, 소셜캠퍼스 온 충남 5층 이벤트홀. 제도화 방안과 실행 로드맵 논의

 

■ 같은 도시락보다 필요한 방식의 식사 지원

서비스도 하나의 방식으로 고정하기 어렵다. 직접 조리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식재료 지원이, 조리가 어려운 사람에게는 도시락이나 밑반찬 배달이 적합할 수 있다. 이동이 가능하고 함께 먹기를 원하는 시민에게는 공동식사가 관계를 이어 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문숙 식생활교육충남네트워크 이사장은 토론회에서 대상자와 제공자를 위한 식생활 교육, 함께 만들고 먹는 관계 중심의 돌봄을 제안했다. 식사를 받는 사람을 수동적인 수혜자로만 보지 않고 선택과 참여의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맞춤형 식사에는 전문적인 판단도 필요하다. 당뇨 등 질환이나 씹고 삼키는 기능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에는 영양·보건의료 인력과 연계하고, 이용자가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식사인지 확인해야 한다. 메뉴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맞춤형 돌봄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배달을 통한 안부 확인 역시 발견 이후의 대응까지 설계해야 한다. 식사가 그대로 남아 있거나 연락이 닿지 않을 때 누구에게 알리고 어떤 지원으로 연결할지 정해져 있어야 한다. 배송 인력에게 복지·의료 판단까지 떠넘기지 않도록 교육과 연락체계, 업무 범위를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 보편적 권리를 향하되 우선순위는 구체적으로

모든 시민의 건강한 식사를 지향하는 것과 모든 시민에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재원과 인력이 한정된 만큼 지원 필요가 큰 시민부터 접근하되, 기존 기준에서 제외된 사람도 상담과 재평가를 통해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읍·면 지역은 이용자 간 이동거리와 배송 여건까지 조사해야 한다. 도심과 같은 단가·방식만 적용할 경우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 제공기관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천안의 지역별 수요와 공급 역량을 함께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먹거리돌봄에 기대되는 효과는 영양 개선과 고립 완화, 일상생활 유지다. 그러나 천안에서 이러한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는 사업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배달한 도시락 수와 함께 식사 만족도, 섭취 상태, 지원 중단 사유, 위기 발견 후 연계 결과를 살펴야 한다.

세 차례 공론장이 던진 질문은 분명하다. 식사를 제공했는가에 더해, 필요한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식사를 지속해서 하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천안형 먹거리돌봄의 출발점도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실태 조사와 서비스 설계에 있다.

 

▣ 천안 먹거리돌봄 추진위원회는

지역의 먹거리와 복지·농업·사회연대경제를 연결하고 천안형 먹거리돌봄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구성된 지역 협의체다.

제공된 구성 자료에 따르면 사회적협동조합 천안사회경제연대, 사단법인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 백석대학교 앵커사업단, 한국사회연대경제 통합돌봄추진단, 한살림천안아산, 충남광역자활센터,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 행복도시락사회적협동조합 천안센터, 먹거리돌봄전국네트워크 등 9개 단체가 참여한다.

추진위원회는 9월 7일과 30일, 10월 28일 토론회·포럼을 통해 정책 전환 방향과 사각지대, 서비스 설계 및 제도화 과제를 논의했다. 천안시의 법정·행정위원회와는 구분된다.

이강재 기자 kyccmc@gmail.com 천안아산신문 ca@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