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 박사
도시의 경쟁력은 화려한 건축물이나 거창한 개발 계획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의 일상이 얼마나 편안한지, 골목상권에 얼마나 활력이 넘치는지, 다음 세대에게 얼마나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지가 도시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민선 9기 천안 시정을 이끄는 장기수 시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장기수 시장이 걸어온 길은 여느 행정가 출신 단체장과는 다르다. 시민사회에서 주민자치와 지방분권 운동에 참여했고, 제5·6대 천안시의원과 시의회 부의장을 거쳐 충남청소년진흥원장으로 공공조직을 이끌었다. 시민운동과 의정활동, 공공행정을 두루 경험한 이력은 시민의 삶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소중한 자산일 것이다.
무엇보다 기대하는 것은 현장 중심의 시정이다. 행정의 출발점은 책상 위의 보고서가 아니라 시민의 삶이 이루어지는 현장이어야 한다. 현장 행정은 일회성 방문이나 보여주기식 소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제기된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까지 책임져야 한다. 시민이 행정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 시민 곁으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다음으로 바라는 것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시정이다. 천안은 산업과 주거, 교통의 확장 속에서 성장해 왔다. 이제는 개발의 속도만큼 성장의 질을 고민해야 한다. 무분별한 도시 확장을 경계하고, 원도심 재생과 녹지 공간 확충, 대중교통 개선, 탄소 배출 저감 등 환경과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산업단지와 주거단지를 조성할 때도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을 함께 살펴야 한다. 오늘의 편리함이 내일의 환경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다.
아울러 간절히 바라는 것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장사하기 좋은 천안을 만드는 일이다. 도시 경제의 뿌리는 대기업과 첨단산업에만 있지 않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음식점과 작은 가게가 살아야 지역 경제에도 온기가 돈다. 상인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지원금만이 아니다. 손님이 찾아오기 편한 주차 환경,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영업 규제, 신속한 인허가, 지역 소비를 늘리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천안사랑카드 활성화와 금융 지원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소상공인이 자생력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생업을 이어갈 수 있는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장 시장이 제시한 변화의 비전은 이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시정의 성패는 사업의 규모나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시민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로 평가받는다. 시장은 특정 정파가 아닌 모든 시민의 시장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비판에도 귀 기울이는 포용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아닌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기대한다. 때로는 시민에게 당장 달갑지 않은 결정일지라도 그것이 천안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그 이유와 대안을 정직하게 설명하고 끝까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인기보다 원칙을, 눈앞의 성과보다 공동체의 내일을 앞세우는 자세야말로 책임 있는 시정의 출발점이다. 장기수 시장이 그 용기로 시민의 신뢰를 쌓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