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역의 문학은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작가들의 시선과 이야기로 깊어진다. 천안아산신문은 ‘우리 곁의 작가’를 통해 지역 독자들이 미처 만나지 못한 작가와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발표 시기보다 작품이 품은 질문에 주목하며, 그 안에 담긴 삶의 표정을 읽는다. 이번에는 천안 출신 김구현 작가의 2020년 등단작 「결핍」을 소개한다.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리던 사람이 끝내 사과를 듣지 못한다면, 그 상처는 어디로 향할까. 관계 속에서 벌어진 잘못과 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때로 피해자에게 또 다른 무게를 지운다. 김구현 작가의 소설 「결핍」은 이러한 상황과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천안 출신으로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김 작가는 「결핍」으로 2020년 계간 『문학의봄』 제52회 신인상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당선작은 같은 해 겨울호에 수록됐다. 그의 문학적 출발점에는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려는 마음과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가려는 다짐이 함께 놓여 있다.
엇갈린 인연, 섬세하게 포착한 내면
심사를 맡은 박영만·안휘 심사위원은 ‘문장력과 산문정신, 구성력 모두 상당한 수준’이라는 제목의 심사평에서 김 작가의 인물 심리 묘사와 표현력을 높이 평가했다.
심사평에 따르면 「결핍」은 동문 모임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남자 동수에 대한 주인공 지수의 내면의식을 촘촘하게 그린 소설이다. 엇갈린 인연 속에서 마주하는 대화와 감정의 변화가 작품을 이끌어간다.
작품은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날을 배경으로 한다. 심사위원들은 긴장 속에서 드러나는 진실과 동문들의 만남, 미묘한 감정의 교차를 병렬적으로 배치하면서도 밀도 있게 엮어낸 구성에 주목했다.
동수의 갑작스러운 고백으로 복잡해지는 지수의 감정, 친구 민영의 말이 뒤섞이는 과정 역시 주요하게 다뤄진다. 심사위원들은 그 속에서 지수가 중심을 잡아가는 모습에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관계의 흔들림을 인물의 내면과 연결해 풀어내는 문장이 작품의 강점으로 꼽힌 것이다.
작품을 바라보는 심사평의 시선은 사과와 책임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노래방에서 벌어진 한 사람의 부주의한 노출 이후, 잘못의 본질보다 부주의를 탓하는 원망이 오가는 모순적인 상황을 짚었다.
특히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했던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의 명복을 빌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무기력과 죄책감까지 강요받는 역설에 주목했다. 이는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 주변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잘못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심사위원들은 표현의 기교와 문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소재와 주제, 구성에 대한 역량을 더욱 다듬어갈 것을 당부했다.
‘결핍’을 채워갈 기회와 희망으로
김 작가는 당선소감에서 첫 응모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자신의 글을 마주하며 느꼈던 망설임을 털어놨다.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만큼 충분한 글인지 고민했고,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자신의 도전이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메시지가 되기를 바랐다. 당선의 기쁨과 더불어 글을 선택하고 지면에 실어준 관계자들에게 감사도 전했다.
그는 “‘결핍’은 부족함이 아닌 아직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희망으로 다가간 글입니다”라고 작품에 담긴 마음을 설명했다. 이어 “아픔을 제대로 헤아리는 마음과 시선으로 세상이 따뜻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이 소감은 작품을 읽는 또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 부족함을 인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여지를 넓혀가겠다는 태도다. 2020년 발표된 「결핍」을 오늘 지역 독자에게 소개하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작품이 묻는 상처와 사과, 책임의 문제는 우리의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도 되짚어볼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강재 기자 kyccmc@gmail.com | 천안아산신문 ca@canews.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