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장 기반 주민주도 리빙랩, 공동체로 확장되다
공론장 기반 주민주도 리빙랩, 공동체로 확장되다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1.31 09:1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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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의제 소개

이 기사는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과 천안아산신문의 협업으로 작성된 기사이며, 주민주도 지역문제해결 프로세스인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의제를 소개하고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해 기획되었다.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리빙랩 간담회

충남 도민들은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리빙랩을 통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의 리빙랩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주제를 정할 수 있는 ‘자유공모’ △공론장을 통해 발굴된 의제를 실험하는 ‘지정공모’ △지역의 주요 의제를 다룬 ‘전략과제’ 등 3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2022년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의 전반적인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한 박진용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집행위원장, 이영석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컨설턴트, 김규희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사무국장과 함께 리빙랩 활동을 비롯해 플랫폼 사업의 의미와 과제를 짚어봤다.

참여자 : 박진용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집행위원장), 이영석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컨설턴트), 김규희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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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면 : 주민들이 점이라면 리빙랩 프로젝트라는 선을 만나 공동체라는 면으로 확장하는 과정”

Q. 2022년 리빙랩 사업에 대한 총평은?

[김규희] 리빙랩을 통해 지역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 지역사회에 활력을 더한다는 목표로 추진했습니다. 주민들이 제시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실질적인 대안으로 고도화해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몫이죠. 창조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인 시민을 발굴하고 조직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아이디어는 있지만 선명하지 않거나 구체적인 방법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사업을 다듬고 운영 방향을 설정하는 것에 대해 도움을 드리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주민들의 힘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문제는 전문가를 매칭해서 주민들의 아이디어가 구현되도록 했습니다. 최초 접수된 아이디어가 실제 수행되기까지 적극적인 수정과정이 있었는데요. 저희가 일방적으로 ‘그냥 이렇게 하세요’라고 던지기보다는 그분들이 리빙랩을 통해서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지 질문을 계속 던지고 함께 답을 찾아가면서 구체적인 프로젝트 설계를 도와드렸어요. 주민들이 점이라면 리빙랩 프로젝트라는 선을 만나 공동체라는 면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박진용] 주민들이 리빙랩을 통해 뾰족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주민들이 협력해서 서로 문제의식을 공감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발견한 다양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험하는 것을 보면서, 또 주민들이 기대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예상치 못했던 성과까지 만들어 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역시 실질적인 답과 문제해결의 동력은 현장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영석] 이번 리빙랩은 작은 문제라도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초점을 가지고 실용적으로 운영됐다고 봅니다. 특히 사회문제를 구체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시민들이 스스로 연구조사 틀을 만들어서 도출한 지표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다른 곳을 보면, 많은 프로젝트에서 리더 한 사람의 개인기에 기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그 결과물이 지역에 쌓이지 못하고 휘발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데 이번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의 리빙랩은 팀 내에서 역할분담이 적절하게 이뤄지면서 여러 주민이 함께 진행했기 때문에 앞으로 지역사회에 공유되고 확장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Q. 기억에 남는 리빙랩 사례는?

외국인 주민들이 직접 개발한 쓰레기 분리배출 안내자료
외국인 주민들이 직접 개발한 쓰레기 분리배출 안내자료

[이영석] 아산시 신창면에 러시아 계열의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계세요. 이분들이 한국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의 어려움을 겪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안내 및 교육 콘텐츠를 만들었던 리빙랩이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로 이분들은 외국인 주민의 분리배출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주민 120명을 만나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했어요. 그 내용을 바탕으로 러시아어로 분리배출을 안내하는 홍보물을 만들었는데, 이 결과물은 충남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안내 콘텐츠를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배포하기도 했는데 그런 과정이 참 좋았어요.

[김규희] 외국인을 위한 쓰레기 분리배출 교육 아이디어는 외국인 주민들이 공론장에서 제안한 의제였어요. 우선 외국인 주민들이 공론장에 등장한 것도 굉장히 놀라운 성과입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분들이 주민으로서 겪는 지역 문제를 함께 풀어보려고 시도한 거죠. 노동자로서만 존재했던 이주민들이 생동력 있는 시민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외국인 분리배출 프로젝트에서 아주 선명하게 드러났어요. 국제적으로 우수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외국인들이 직접 리빙랩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지역의 청년 기업이 그 프로젝트를 지원하면서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 냈어요. 다양성이라는 화두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 아주 훌륭한 프로젝트입니다.

<관련기사: http://www.ca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5969>

또한 농업폐기물 분리수거 프로젝트도 주민 주도 지역문제 해결 사례로 교과서에 실릴 만하다고 생각해요. 프로젝트를 제안하신 이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농촌에는 하얀 비닐, 검은 비닐, 비료 포대 이렇게 세 가지 비닐이 나옵니다. 하지만 농촌에 설치된 폐비닐 수거장은 한 칸이라 안 맞습니다.” 왜 주민 주도 지역문제 해결 프로세스가 중요한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말씀이었어요.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적 지식이나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얻은 지식이 정부에서 탑다운 방식으로 내려온 대안과 맞지 않을 때, 주민이 ‘이 문제를 내가 풀어봐야겠다’라고 접근한 사례거든요. 우리가 왜 주민들의 일상적이고 경험적인 지식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 설득할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관련기사: http://www.ca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6040>

“프로젝트 성과보다 신뢰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

[박진용]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신뢰관계를 통해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리빙랩은 성과만 보고 진행된 것이 아니라 관계를 중심에 두고 진행됐다는 측면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해양쓰레기 문제를 다룬 ‘충남의 바다’ 프로젝트가 그런 노력과 방식으로 접근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소개에 소개를 더하며 협력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프로젝트를 제안했던 주민들도 스스로 놀랄 정도로 일이 커졌거든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관들이 협력을 하기도 하고요. 물 절약을 통해서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프로젝트와 농촌 폐비닐 수거장의 두 가지 프로젝트도 처음 보기에는 아이템이 굉장히 단순해 보였지만, 단계마다 진입장벽을 만나고 또 하나하나 풀어나갔던 과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김규희] ‘충남의 바다’ 사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덧붙이면, 저희 플랫폼이 충남의 바다와 충남자원봉사센터를 연결했고, 충남자원봉사센터가 당진자원봉사센터를, 당진자원봉사센터는 특수임무유공자회를, 특수임무유공자회는 해양드론감시단과 112무선봉사단을 연결했어요. 그렇게 다 같이 모여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했죠. 아이들이 안전한 해안가에서 과자봉지를 줍고, 특수임무유공자회는 보트 타고 들어가서 폐어구를 수거하시는 거예요. 저희 플랫폼이나 충남의 바다 팀이 단독으로 할 수 없는 일이 가능해진 거죠. 이런 네트워킹이 가능했던 것은, 행사에 참여한 단체들이 각자 자신들의 프로젝트로 홍보하고 성과로 인식하는 걸 인정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기획하고 사업비를 지출한 행사라고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어요. 현장에 갔더니 특수임무유공자회 분들이 군복을 입고 시의원도 초청하고 열심히 행사에 참여하면서 독자적으로 준비한 플랜카드를 펼쳐서 기념사진도 찍는 거예요. 저희는 가만히 빠져서 지켜보다가 ‘저희 것도 좀…’ 하면서 플랜카드를 들고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기존 활동과 다른 플랫폼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던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지역 문제와 주민들이 드러나면 충분한 거죠. 함께 참여했던 단체 어느 곳이 주인공이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모두가 했기 때문에 1차, 2차, 3차로 네트워크가 확장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을 할 때, 꼭 누구의 성과라고 내세우지 않고 또 서로 생색을 덜 내는 것이 어쩌면 협력과 연대의 바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http://www.ca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5931>


Q. 주민 공론장을 기반으로 진행된 리빙랩의 의미는?

[박진용] 활동가 중심, 사업 실행과 프로젝트 중심의 리빙랩을 어떻게 개선해볼까? 이런 문제의식으로 기획단계에서부터 구상했던 것이 리빙랩 2.0입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분들이 리빙랩에 모두 참여할 수는 없어요. 기획서도 써야하고 프로젝트를 실행한 다음 정산까지 할 수 있는 시민들은 많지 않아요. 문제의식을 쏟아내는 단계까지만 갈 수 있는 사람, 그것을 가지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단계까지 가볼 수 있는 사람, 그것을 직접 실행해볼 수 있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결합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면서 공론장부터 타운홀미팅, 리빙랩까지 기획된 것입니다.

[김규희] 리빙랩 공모 사업에 도전하는 분들은 소수입니다. 여러 모양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민들의 폭을 최대한 넓히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래야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활동이 소위 ‘힙’한 사람들의 판으로 좁혀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참여할 수 있는 시민들의 범위를 넓히자는 차원에서 공론장에서부터 출발했던 거죠.

“다양한 사람과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공론장의 힘”

[이영석] 저도 꽤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해 왔는데, 공론장을 통해서 처음 보는 분들이 진짜 많았어요. 기존에 조직된 활동가가 아니라 시니어부터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숨어 있는 주민들이 드러난 거죠. 그러면서 지역 사회 곳곳에서 연계할 수 있는 새로운 분들을 발굴한 것 같아요. 특히 공론장 현장에서 서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확장되는 것이 좋았어요. 아산의 한 공론장에서는 ‘송악 지역에 혁신학교가 있고 협동조합이 있으니까 사람 모아줄게.’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리빙랩의 모형에 대한 기초적인 설계가 진행되더라고요.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요소요소에 있는 자원을 알아야 하는데, 아산시 16개 읍면동에서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참여하니까 각자는 잘 모르던 지역의 정보와 자원을 서로 확인할 수 있는 거죠. 이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지역 공론장의 힘이구나’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2022년 8월 6일 개최된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타운홀미팅
2022년 8월 6일 개최된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타운홀미팅

Q. 올해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은?

[김규희] 기획보다 사람이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확인한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충남의 다양한 주민들과 팀이 발굴된 것 자체가 굉장한 수확인 거죠. 공론장에 참여하고 의제실행 과정에서 활동한 분들은 새로운 만남과 협업을 통해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외연이 넓어지는 경험을 분명히 하셨을 거예요. 그 과정에서 각자나 각 공동체가 생활과 활동에 적용할 실천적인 지식이 창출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엄청난 수확이에요. 사실 그것이 우리의 진짜 목표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영석] 리빙랩을 통해서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시민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기존 시민단체에게도 뭔가 시사점을 준다고 봐요. 시민단체도 외부자 시각으로 접근하거나 사업 담당자 위주로 일들을 진행하다보면 때로는 관성적으로 일을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주민이나 지역과 약간 거리가 생기는 게 있어요. 이번 리빙랩에 참여한 분들은 스스로 목표도 세우고 세부적인 조사까지 진행하는 현장연구자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만약에 리빙랩 수행 주체가 전문적인 조직이었다면 기술적으로 퍼포먼스가 뛰어날 수 있어도, 주민들이 가진 자원연계나 메시지에 대해 설득력이 없을 수도 있어요. 앞으로 현장연구자 분들과 더욱 긴밀히 협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이제 시민단체에서 이런 활동력 있는 분들을 회원으로 조직해야 해요. 그게 지역문제해결플랫폼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지역의 여러 공동체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진용] 이번 사업을 통해 충남 각 지역에 어떤 문제의식이 있는지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어느 동네에 어떤 사람이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네트워크를 정리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주민들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성취를 이뤄냈는데, 이후에 협업의 기회가 있을 때 어떻게 손잡고 함께 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나아가, 참여하는 시민들의 효능감을 더하기 위해 시민의 아이디어를 행정기관과 더불어 정책적으로 풀어나가는 체계를 만드는 것도 과제입니다. 도나 시군 행정이 지금 바로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주민들의 목소리와 실행했던 과정이 잘 기록되어서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와서 참고하고 인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주민들의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작업도 필요한 것 같아요.

“주민들의 노력이 유실되지 않도록 정책화를 위한 행정의 관심 필요”

Q. 주민들의 경험과 성과가 이어지기 위한 후속조치는?

[이영석] 리빙랩을 통해 상당히 유의미한 성과물이 나왔어요. 이주노동자를 위한 분리배출 홍보물도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확산시켜야 하고, 장애인 자원봉사 서비스도 확장이 필요합니다. 전통시장 메타버스도 특산물을 잘 분류하고 나름 잘 추진했지만 아직 상인회와 연결되지 않았어요. 이를 위한 후속 자원을 매칭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시킬지, 누가 이것을 받아서 할 것인지가 고민이에요. 그러려면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후속 설계를 해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반쪽이 돼버리죠. 그런 지점에서 충남도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물을 통해 행정이 자원을 분배하고 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자칫 가장 중요한 후속조치의 지속적인 관리에 빨간 불이 켜져 있을 수도 있어요. 앞으로 행정이 잘해서 우리 지역사회가 어렵게 만든 지역문제 해결과 변화의 가능성을 유실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규희] 결국 시·군에서 정책을 받아야 하는데 도에서 시·군 공무원들을 못 움직이시더라고요. 저는 천안, 홍성, 당진 등 시·군 단위에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민들의 성과를 통해서 지역 문제가 해결되고 정책화되는 구조를 그려놨으면 그것을 공공에서 받아야 할 텐데, 그림을 그리는 것은 광역의 역할이라면 개별 지역 문제를 정책으로 받는 것은 시·군이에요. 충남 광역 조직의 실효성이 어느 정도 증명됐으면 여기서 시·군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2022년 12월 15일 개최된 성과공유회

[박진용]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발굴하고 리빙랩을 통해 실행한 지역의제를 공공영역인 행정의 관심의 대상이 되게 할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참여했던 주민들이 선거 때 ‘우리 동네에 이런 지역 문제가 있고 이런 대책이 필요한데, 어느 후보가 해줄 수 있느냐’고 문제제기 해야 공공영역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시·군 공무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저희들도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도 시·군 공무원들을 만나서 적극적으로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 보지는 못했거든요. 공무원 한 사람이 관심을 가졌을 때 지역의 변화를 위해 얼마나 큰일을 할 수 있는지 설득해서 사례로 남기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군마다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김규희 사무국장님이 얘기했는데 시·군마다 그런 조직을 만드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예요. 제가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본 건 ‘홍반장’ 있잖아요. 홍반장 영화에 나오는 그런 사람이 동네마다 한 명씩 배치되게 하고, 그런 분들이 코디네이터나 컨설턴트 같은 역할을 해주시는 거죠. 이런 방법도 플랫폼이 정책으로 제안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영석] 저는 올해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에서 공론장 코디네이터와 리빙랩 컨설턴트 두 가지 역할을 맡았는데요. 실행력을 가진, 제대로 된 현장연구자를 얻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퍼포먼스 위주의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지표를 설정해 조사해서 충실하게 자료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서 좋았습니다. 이런 현장연구자 분들은 정말 귀해요. 이후에 뭔가 함께 해볼 수 있는 귀한 동료를 얻은 셈이죠. 그리고 이 분들이 공들여 쓴 리포트는 절대 휘발되지 않을 거예요. 누군가가 그 자료를 보고 영감을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박진용] 사실은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1년 단위로 진행되고, 실제로 10개월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사무국을 꾸려서 진행해야 하는 한계가 분명한 사업입니다. 지역 문제가 1년 안에 해결되는 건 거의 없잖아요. 동네에 쓰레기통 하나 갖다 놓는 문제도 1년 안에 해결되지 않아요. 지금까지 쌓인 실험과 경험을 어떻게든 지역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추후에도 이 사업이 이어진다면,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쏟아낼 수 있는 온라인 툴도 함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역 문제 해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허브로서 플랫폼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계속 이어나가야 합니다.

[김규희] 함께 해주신 동료 시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2022년 사업하면서 한 1천 명 정도 직간접적으로 만난 것 같아요. 각자는 한두 시간씩 썼다고 해도, 모아 보면 굉장히 큰 시간이고 큰 노력이잖아요. 나중에 우리 사회가 더욱 창조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갈 때, 저희 사업에 참여해 주셨던 분들이 ‘내가 했던 것이 이런 일의 부분이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발전 모델을 제시하면서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의: 041-574-9897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정리: 지역콘텐츠발전소 정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