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몰라서 못 했던 거예요!
그동안 잘 몰라서 못 했던 거예요!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2.11.2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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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18개 실행 의제 소개

이 기사는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과 천안아산신문의 협업으로 작성된 기사이며, 주민주도 지역문제해결 프로세스인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 의제를 소개하고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해 기획되었다.

외국인 주민을 위한 쓰레기 분리배출 안내자료 제작 프로젝트

아산시 신창면의 주민 중 외국인 주민의 비율은 28%에 이릅니다. 둔포면이 22%, 온양2동이 17%로 뒤따르고 있네요. 아산시 전체로 보아도 외국인 인구는 7.7%나 되고요 (출처: 아산시, 2021년 10월 기준). OECD는 이주배경인구가 총인구의 5% 이상일 때 그 나라를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규정하는데요, 아산은 다문화·다인종 지자체가 되겠습니다. 신창이나 둔포는 주민 열 명 중 3∼4명이 외국인이니, 일단 주민 구성비로는 암스테르담, 런던, 로스엔젤레스 등의 ‘초 다양성(super-diversity)’ 도시들에 견줄 만합니다.

10년 뒤를 예상해 보면 더 실감나게 미래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올봄 한 신문 보도로는 둔포초등학교 재학생의 64.3%가 다문화 학생이고, 신창초등학교도 40%를 이루고 있다고 하네요(대전일보, 22.02.22). 이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면 우리 지역은 얼마나 크고 다양한 변화를 맞이할까요? 여러 고민 할 이유 없이, 우리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맞이할 것이고, 이 변화를 ‘지역 번영을 위한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한번 같이 생각해 볼까요? 부모님은 외국인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가졌으면 한국 태생의 한국인이고, 외국에서 나고 자랐더라도 이제 한국 국적을 취득했으면 한국인인데, 지금에야 한 세대 정도만 따져서 다문화가족 등으로 구분하지만, 몇 세대가 흐른 훗날에는 어떻게 인식하고 구분할 것인지, 지금부터 잘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말장난 같을 수도 있지만, 지금 서구 사회에서는 아주 뜨거운 이슈 중에 하나지요. 네덜란드의 한 연구팀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스웨덴의 말뫼, 독일의 함부르크 등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도시에서 ‘이주 배경이 없는 사람들의 사회 적응 문제’를 연구하고 있기도 합니다(Becoming a Minority 프로젝트, 연구책임자: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Maurice Crul 교수). 사실 꼭 다른 나라 이야기는 아니지요? 저도 얼마 전 아산의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소위 토종 한국 학생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아직 얼마나 적극적으로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역 초등학교들에서는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통·번역 교사를 통해 아이들을 돕고 있기도 하고, 또 어떤 행정복지센터에서는 통역이 가능한 공무원을 채용하기도 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충분함과 희망참보다는 부족함과 고달픔을 느끼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서론이 길었고요, 반가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모였습니다. 아산에 사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아직 한국 생활이 서툴러 본의 아니게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현실에 주목했습니다. 프로젝트 이름을 “어서 와, 분리배출 문화는 처음이지?”로 정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신창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들이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누구나 정상회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외국인들은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잘 몰라서 본의 아니게 분리배출을 잘 못 하는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서 올바른 정보만 제공되면 당연히 지역의 질서에 따르겠지만 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대화는 의제 실행사업인 ‘생활실험 리빙랩’으로 연결되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외국인 주민들이 행정에 필요한 문서작성 등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과 협업을 통해 아산에서 활동 중인 청년기업 ‘온앤온 협동조합’이 외국인 주민들의 분리수거 알리기 프로젝트를 돕기로 했지요.

러시아어로 제작된 분리배출 요령
러시아어로 제작된 분리배출 요령

러시아어로 카드뉴스를 만들어서 재활용해야 하는 쓰레기를 알려주고, 분리수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또 페트병을 모아서 쓰레기봉투로 바꿀 수 있다는 정보도 담았습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도 종종 헷갈리는 음식물 쓰레기 분류법도 설명했지요. 이 자료들은 외국인들이 많이 가입된 지역 카페에 게시되고, 친구들을 통해 전달되고, 자주 가는 음식점들을 통해서도 지역사회에 공유될 것입니다.

외국인들을 위한 분리배출 안내
외국인들을 위한 분리배출 안내

아산에서는 카드뉴스를 통한 정보의 전달 외에도 외국인 주민의 한국 적응기와 어려웠던 점들을 나누는 공론장을 꾸준히 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에 관한 이야기가 또 한 번 나누어지고, 이런 대화가 지역사회 구성원인 외국인 주민들에게 꾸준히 퍼지어 모두 함께 능숙하게 올바른 분리배출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지요.

이 프로젝트는 <공론장을 통해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그 의제를 수행할 팀을 모으고, 수행할 팀이 부담을 갖는다면 협업할 전문 그룹을 소개하고, 함께 협력해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보는!>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 지향하는 주민주도 문제해결의 과정과 방법을 아주 충실히 구현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분리배출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주제, 그리고 주민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그리고 이 분리배출이 결국에는 외국인 주민의 사회통합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지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습니다. 누구나 서툴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외국인 주민들을 진정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의 시작은 대단한 캠페인, 법과 제도의 정비 같은 커다란 일들뿐 아니라, 쓰레기는 어떻게 버리는 것인지, 쓰레기봉투는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재활용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잘 알려주는 것부터도 시작될 수 있겠습니다!

문의 : 041-574-9897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글 :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김규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