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작가회의 충남지회 감사
전)아산교육청, 충남교육청 장학사
교감 발령 이후 내 아침은 늘 ‘등교맞이’로 시작된다. 저마다 다른 빛을 지닌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다. 학생들의 표정에 담긴 마음을 살피는 이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순간이기도 하다. 나는 교문 앞에 서서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수줍게 웃는 학생, 눈을 맞추며 활기차게 답하는 학생, 부끄러운 듯 슬쩍 시선을 피하는 학생까지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얼굴에는 어김없이 미소가 머문다.
이 짧은 순간은 인사가 왜 중요한지 말해준다. 눈을 맞추고 건네는 다정한 인사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정서적 지지대다. 그 속에는 미적분 공식이나 영어 단어 암기보다 더 소중한 배움, 곧 서로의 안위를 살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작은 인사가 쌓일 때 학교는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 된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키우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위기를 지나며 다시 확인한 학교의 가치
최근 학교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교육 현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학교의 일상이 멈췄고, 당면한 과제를 풀기도 전에 디지털 전환이 밀려왔다. 원격수업과 에듀테크를 통해 학교 밖에서도 수업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다시 얼굴을 마주한 교실에는 또 다른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길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는 관계를 맺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경험을 어렵게 했다.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은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났고,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도 절실한 문제가 됐다. 역설적으로 이 시기를 지나며 학교라는 공간의 대체하기 어려운 가치가 더욱 분명해졌다.
오늘날 학교는 여전히 수많은 도전 앞에 서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불균형에 따른 교육격차, 교권 침해, 정서·행동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문제 등이 이어진다.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고소·고발은 교실의 신뢰를 흔들고,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제도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교육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교육의 위기는 학교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가치관과 구조적 문제가 함께 얽혀 있는 만큼 교육공동체를 넘어 사회 전체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교육학자이자 철학자인 존 듀이의 관점처럼, 교육은 먼 미래만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삶과 맞닿아 있다. 학교는 아이들이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만나는 작은 사회이자 삶의 현장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각자의 다름을 지닌 채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곳이 바로 학교다. 따라서 학교는 지식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며 성장하도록 돕는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
학교는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곳이다. 아동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또래와의 상호작용과 갈등이 아이들의 도덕적·인지적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만나고, 타인과 공존하는 법을 배운다. 갈등을 겪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협력과 연대의 의미를 알아가며, 함께 정한 규칙을 지키면서 공동체의 책임도 익힌다.
학교는 누구에게나 기회를 열어주어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출발선과 처한 환경, 배우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학교는 학생들의 결핍을 살피고 사회적 취약계층의 아이들과 배움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학생들까지 보듬어야 한다. 아이들이 만나는 첫 사회는 경쟁에서 뒤처진 누군가를 밀어내는 곳이 아니라, 각자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곳이어야 한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는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학교가 소중한 이유는 분명하다. 학생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터전이자 꿈을 발견하고 키우는 곳이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 갈 아이들이 성장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학교라는 울타리에 불신과 혐오, 소외의 틈이 벌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아껴야 한다.
학교가 삭막한 경쟁의 공간, 폭력과 폭언이 오가는 곳으로 변한다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가 따뜻한 교육공동체로서 제 역할을 하고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자랄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학교를 소중히 여기고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