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브레겐츠(Bregenz)에서 배우는 장소 브랜딩(Place Branding)
무대미술가
도시공학자
오늘날 도시의 경쟁력은 더 이상 산업이나 인구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찾아오고 기억하며 다시 방문하고 싶은 도시가 미래의 경쟁력을 가진다. 장소 브랜딩은 도시와 지역이 가진 고유한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 등의 정체성을 발굴하고, 문화·예술·디자인 등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로 만드는 전략이다.
작은 공연에서 세계적인 축제로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다. 인구 3만 명 남짓의 작은 도시 브레겐츠는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세 나라의 국경이 만나는 보덴호수를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무대로 바꾸었다.
1946년 제대로 된 극장조차 없던 도시에서 두 척의 자갈 운반선을 연결해 시작한 작은 공연은 오늘날 세계적인 브레겐츠 페스티벌로 성장했다. 처음부터 거대한 공연장을 건설한 것이 아니라 작은 실험을 지속적인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며 장소의 이미지를 도시브랜드로 성장시킨 것이다.
브레겐츠의 성공은 단순히 ‘호수 위의 오페라’에 있지 않다. 보덴호수와 하늘, 일몰이라는 자연환경 자체를 무대로 끌어들이고, 여기에 공연예술과 무대미술, 첨단 공연기술을 결합했다. 현재 약 7천 석 규모의 수상무대는 단순한 공연시설을 넘어 도시를 세계에 각인시키는 상징이 되었다. 관객은 오페라뿐만 아니라 자연과 예술이 결합된 브레겐츠라는 ‘장소’를 경험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적인 랜드마크’
특히 주목할 것은 무대미술이다. 일반적인 도시의 랜드마크가 오랫동안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정적인 랜드마크’인 것과 달리, 브레겐츠의 수상무대는 통상 하나의 작품을 두 시즌 동안 공연한 뒤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다. 말하자면 무대미술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적인 랜드마크’인 셈이다.
브레겐츠는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을 남긴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통해 도시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그 효과는 지역경제로 이어진다. 2025년 페스티벌은 약 5주 동안 24만9천 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2019년 조사를 토대로 한 경제효과 분석에서는 국내총생산(GDP) 기여 규모를 약 1억600만 유로, 관련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세수를 약 3,600만 유로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 세수 규모는 조사 당시 공공보조금의 약 5배에 이른다.
문화예술에 대한 공공지원이 단순한 비용에 머물지 않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통해 방문과 체류, 소비를 촉진하며 관련 산업과 고용, 세수와 도시브랜드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만들어낸 것이다. 문화예술의 경제효과는 공연장 안에서 시작되지만 도시 전체에서 완성된다.
브레겐츠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축제나 문화시설 자체가 도시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장소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발견하고, 이를 사람들이 찾아와 경험하고 기억할 수 있는 지속적인 문화적 가치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브레겐츠는 보덴호수와 공연예술을 결합해 그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만들었고, 이를 도시의 정체성으로 발전시켰다.
서곡지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이러한 관점은 독립기념관 서곡지구의 미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곡지구의 미래를 방문형에서 체류형으로, 보조금 지원형에서 수익 창출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제 서곡지구만의 장소성을 어떻게 문화콘텐츠로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독립기념관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오늘과 미래의 가치로 재해석해 서곡지구만의 차별화된 장소성을 만들고, 이를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독립기념관 일대는 사람들이 머물고 경험하며 다시 찾는 지속 가능한 장소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브레겐츠에서 배워야 할 것은 호수 위에 거대한 무대를 세우는 방법이 아니라, 그곳만의 장소성을 도시의 가치로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도시가 하나의 무대라면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그 무대 위에 어떤 건물을 세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사진자료
사진자료1-카르멘: Carmen 2017/18
사진자료2-리골레토: Rigoletto 2019/21
사진자료3-나비부인: Madame Butterfly 202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