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기념사업회 이사
골목상권 살리기 충남지부장
“정치는 경제의 집중된 표현이다.”
정치와 경제의 관계를 이보다 간결하게 표현하기는 어렵다. 시민이 무엇을 먹고살 것인지, 어떤 일자리를 얻을 것인지, 기업과 노동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경제적 기회를 누구에게 얼마나 보장할 것인지는 결국 정치적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는 오랫동안 서로 다른 경제정책을 주장해 왔다. 진보는 분배와 복지, 사회안전망을 강조했고, 보수는 성장과 기업 활동, 투자와 시장의 활성화를 중시했다.
하지만 이제 성장과 분배를 대립적인 개념으로만 볼 수는 없다. 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된다면 사회적 갈등은 커지고 경제의 지속 가능성도 약해진다. 반대로 분배만 강조해 생산과 투자의 기반을 약화시키면 좋은 일자리와 성장의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경제구조다.
현대 정치사를 돌아보면 더욱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고 경제민주화를 지향하는 여러 정책이 반드시 진보 정권에서만 추진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권위주의적 군사정권 시기에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과 함께 일부 사회정책과 경제질서에 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도 했다.
물론 이것이 군사정권의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훼손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책의 성격만 놓고 본다면 민주화 이후 진보 정치가 과연 얼마나 선명한 경제민주화의 비전을 제시했는지는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보를 말하면서도 재벌과 중소기업의 관계, 원청과 하청의 불공정, 지역경제의 부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 소상공인과 노동자의 경제적 불평등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여전히 부족했다.
역대 정권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살펴보면 박정희 대통령은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했고, 전두환 대통령은 국민연금제도와 최저임금제를 시행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고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추가했으며,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를 시행했다. 이처럼 보수 정권에서도 사회안전망 확충과 경제민주화에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했다.
물론 진보 정권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에 이르는 동안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 체제를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극복했다. 1997년 7,333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대로 성장하는 경제적 성과를 거뒀으며, 재벌개혁을 시도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재벌개혁을 완성하지는 못했다.
정치는 정책으로 드러난다. 과연 진보 정권은 진보적 정책을 얼마나 펼쳐 왔는지 반추해 봐야 한다.
이재명 정부도 AI 시대를 만들어 가기 위해 대기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경제정책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연일 뉴스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AI 산업 투자 계획을 접하지만, 정작 서민들의 경제 사정은 악화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서민들의 허탈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또한 1970년대 산업화 과정이 재벌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만들었던 것처럼, 미래 먹거리마저 재벌에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대로라면 경제민주화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말과 내용이 다른 정책 때문에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하는 것은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
천안에서도 진보적 성향의 시장이 당선됐다. 이제 장기수 시장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보고 싶다. 그동안 보수와 진보 시장의 정책은 대동소이했다. 현 시장만큼은 다르기를 바란다. 또한 천안의 대전환 과정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동시에 지역 경제시스템을 민주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장기수 시장의 시정 철학과 시민에 대한 애정, 추진력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복지를 넘어 소유와 경영, 노동의 민주화를 이루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에 호세 마리아 신부가 있었다면, 대한민국 천안에서는 장기수 시장이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