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테라 대표
개혁신당 전)천안시장 후보
저는 천안 카페거리에서 몇 년간 카페를 운영했습니다.
장사는 잘됐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던 중 사람이 너무 늘어나 모일 공간이 필요해 문을 연 곳이라, 사실 손님 걱정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힘들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커피를 내리는 시간은 하루 중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발주와 세무, 고장 난 장비 수리, 아르바이트 직원 채용, 배달 앱 관리, 온라인 홍보에 써야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제 몫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제조업 회사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회사를 운영할 줄 알았기 때문에 카페도 굴러갔던 것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제가 없으면 그 카페는 하루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저를 갈아 넣어야 굴러가는 장사였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회사를 운영해 본 사람조차 카페 하나를 혼자 감당하기 버거웠다면,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구조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종속되거나, 고립되거나
우리나라 자영업은 사장이 열 사람 몫을 해야 굴러가는 구조입니다. 여러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을 갈아 넣으며 버티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결국 문을 닫습니다. 자영업 문제의 뿌리는 게으름도, 실력 부족도 아니라고 봅니다. 바로 ‘혼자’라는 구조입니다.
혼자가 아닌 길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프랜차이즈입니다. 본사가 발주·홍보·교육 등을 대신해 줍니다. 대신 매출의 일부를 가져가고 점주의 자유도 함께 가져갑니다. 그러니 자영업자 앞에 놓인 선택지는 사실상 둘뿐입니다. 종속되거나, 고립되거나.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이 구조를 바꾸기 어렵습니다. 고립된 사람에게 링거를 놓아 줄 뿐, 혼자라는 사실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 빈자리를 채우라고 만든 것이 조합입니다. 그런데 조합에 가 보면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는 없고 이권에 관한 이야기만 있습니다. 조합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서비스는 잘 받은 가게와 그렇지 못한 가게 사이에 차이를 만들지만, 조합은 회원 간의 평등을 바탕으로 유지됩니다. 반면 이권은 모두에게 똑같이 돌아가니 조합을 결속시킵니다. 조합이 이권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타락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적응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조합이 아닌 다른 그릇은 없을까요.
100여 년 전 미국 시카고의 동네 철물점 주인들이 만든 것이 있습니다. 에이스 하드웨어(Ace Hardware)입니다. 공동구매와 물류, 브랜드 관리는 뒤에서 함께 맡고, 현장의 가게들은 독립성을 유지합니다. 대형마트의 시대에도 동네 철물점 5천여 곳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라고 봅니다. 작은 가게들을 묶어 규모를 만들었다는 것, 그 조직의 주인이 본사가 아니라 각각의 가게라는 것, 그리고 예산이 아니라 이용료로 운영된다는 것입니다.
자영업자의 ‘뒤’를 복지가 아니라 산업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것
천안의 공공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가게마다 나눠 주던 돈으로 새로운 서비스 산업의 뿌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자영업자의 ‘뒤’를 복지가 아니라 산업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다만 공공은 뿌리를 심되 직접 키우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처럼 공공이 무료 교육과 무료 컨설팅을 직접 제공하면, 무료라는 이유로 품질이 낮아지고 이용자의 외면을 받기 쉽습니다. 동시에 민간의 유료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까지 사라집니다.
심는 것은 공공이 맡고, 주인은 자영업자가 되며, 키우는 것은 시장이 담당해야 합니다. 그렇게 심은 뿌리가 스스로 자라면 성공입니다. 반대로 계속 예산으로 버텨야 한다면 지원사업 하나를 더 만든 것에 불과합니다. 판정 기준은 지난 글과 같습니다.
제 카페는 코로나19로 문을 닫았습니다. 제가 없어도 돌아가는 카페였다면 그 시기를 넘겼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당시 장사가 잘되는 가게의 사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압니다.
문제는 손님이 아니었습니다.
천안의 자영업자는 지금 스스로 성장하고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