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 이사장
행복도시락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사회적기업 즐거운밥상 대표
‘사회연대경제’는 듣는 순간 뜻이 선뜻 와닿는 말이 아니다. 사회도 알고, 연대도 알고, 경제도 아는데 세 단어를 붙이면 갑자기 낯설어진다. 그러나 낯설다고 해서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길이지만 아직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일 뿐이다.
어려운 말은 대체로 두 가지 운명을 맞는다.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일상어가 되거나, 공무원과 전문가만 쓰는 보고서 속 용어로 남는다. 사회연대경제가 어느 길로 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뜻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돈을 벌지 말자는 경제가 아니다. 돈을 벌되 사람을 해치거나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벌지 말자는 것이다. 이익을 내되 그 일부를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다시 돌려주고, 의사결정에도 자본만이 아니라 노동자와 소비자, 주민이 함께 참여하자는 경제다. 이러한 가치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이 실천하고 있다.
사회연대경제는 시장경제의 반대말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경제가 놓친 사람과 지역을 다시 시장 안으로 불러들이는 경제다.
정부는 법을 만들고 세금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은 자본과 기술로 효율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한다. 그러나 두 영역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의 안부를 살피는 일, 장애인의 식사를 지원하는 일, 사라질 위기의 마을가게를 지키는 일, 농촌의 빈집을 청년의 주거와 일터로 바꾸는 일, 주민이 햇빛발전소를 운영해 수익을 다시 마을에 돌려주는 일이다. 수익성만으로 접근하기에는 부족하고, 행정이 직접 하기에는 주민의 삶을 세밀하게 담아내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주민과 당사자가 직접 조직을 만들고 해결하는 방식이 바로 사회연대경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기본사회도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연대경제와 만난다. 기본사회는 단순히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이 아니다. 돌봄, 주거, 의료, 교육, 교통, 에너지처럼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기본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회다.
하지만 기본서비스는 예산만 내려보낸다고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을 알고, 마을의 관계망을 이해하며,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조직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기본사회의 설계도를 그린다면 사회연대경제는 그 집을 완성하는 지역의 기술자다. 이보다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을 잘 설명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2026년 6월 발표한 사회연대경제 발전 종합계획도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사회연대경제 성장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돌봄·주거·에너지·농어촌을 중점 분야로 설정했다. 사회적 금융과 창업 지원, 공공·민간 판로 확대, 지역 혁신 생태계 조성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충남은 이러한 국가 정책을 가장 먼저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지역이다.
무엇보다 행정과 정치, 제도, 지역의 경험이라는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갖춰지고 있다.
첫째, 행정조직이 달라진다. 박수현 지사는 민선 9기 첫 조직개편안에 사회연대경제국 신설을 포함했다. 조직 육성은 물론 사회적 금융과 혁신 생태계까지 전담하는 독립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은 정책 추진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둘째, 정책을 뒷받침할 정치적 기반도 마련됐다. 제13대 충남도의회는 전체 50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33명을 차지하고 있으며, 의장과 제1부의장도 민주당이 맡고 있다. 같은 정치적 방향을 공유한다면 조직과 조례, 예산을 신속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셋째,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기반도 갖춰지고 있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의 주요 내용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통합 법안에 반영됐으며, 정부도 기본법 제정을 통해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이 통과되면 사회연대경제는 단체장의 관심사업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할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된다.
넷째, 충남에는 선도 지역의 경험이 있다. 충남은 2012년 전국 최초로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을 포괄하는 사회적경제 육성지원조례를 제정했다. 다른 지역이 개별 사업을 지원할 때 충남은 생태계와 협력의 경제를 먼저 이야기했던 지역이다.
중앙정부의 정책, 국회의 제도, 도정의 의지, 충남의 경험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기회는 흔치 않다. 그렇다고 성공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바람이 분다고 배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돛을 올리고 방향을 잡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회연대경제를 도정의 주변 정책이 아니라 기본사회와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핵심 전략으로 세워야 한다. 그것이 충남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사회연대경제는 새로운 이름일지 모른다. 그러나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지켜온 약속이다.
지금 충남에는 그 오래된 약속을 새로운 정책으로 실현할 기회가 찾아왔다. 기회는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회연대경제를 말하는 일이 아니라, 충남에서 실제로 꽃피우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