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정책,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영업자 정책,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6.07.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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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자영업이 벼랑 끝에 서 있다.
김종석 대표
유관순 기념사업회 이사
골목상권 살리기 충남지부장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 8천여 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소매업과 음식점업의 폐업이 집중되면서 지역 상권은 빠르게 활력을 잃고 있다. 이는 더 이상 한 사람의 실패나 한 가게의 문제가 아니다. 내수경제와 고용, 지역경제가 동시에 흔들리는 국가적 위기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금융지원과 일회성 지원금을 중심으로 자영업 정책을 추진해 왔다. 물론 이러한 정책은 위기의 순간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자영업 생태계 자체를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자영업자의 생존 기반을 지키는 정책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첫째, 지역 내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지역화폐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역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다시 지역에서 소비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골목상권도 살아날 수 있다. 특히 천안은 평균연령이 40대 초반인 젊은 도시다. 온라인 소비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지역화폐와 같은 소비 유인 정책의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둘째, 신용보증기금을 활용한 저금리 금융지원과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많은 자영업자가 매출 감소와 원가 상승, 고금리 금융비용이라는 삼중고를 견디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대출 확대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금융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셋째, 4대 보험료와 퇴직금 부담을 완화하는 지원을 확대하고, 일정 규모 이하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세액공제와 사회보험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인건비와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폐업을 막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단기 처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매년 100만 명 안팎의 사업자가 문을 닫는 현실이라면, 폐업 이후까지 책임지는 국가 시스템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폐업 이후 재취업, 직업훈련, 재창업, 채무조정, 심리 상담을 하나로 연계하는 ’원스톱 재도전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실패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재창업의 방식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지금처럼 같은 업종과 같은 방식의 창업이 반복된다면 폐업 역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 협동조합의 공동경영 모델,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 우리나라 해방 이후의 자주관리 사례 등 다양한 성공 경험을 연구해 우리 현실에 맞는 새로운 경영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공동구매와 공동마케팅, 디지털 기반 경영, 협업 중심의 운영 모델을 활성화한다면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과잉 경쟁을 완화하고 자영업 구조를 보다 안정적으로 재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약 19%를 차지한다. 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이는 우리 경제가 자영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안정적인 임금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왜 우리나라에는 자영업자가 이렇게 많을까.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지역 기반 산업이 약화되고 조기퇴직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을 선택하고 있다. 여기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조직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가치관의 변화도 자영업 증가의 한 배경이 되고 있다.

문제는 창업은 비교적 쉽지만 지속 가능한 경영은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결국 과잉 경쟁은 폐업으로 이어지고, 폐업은 소비 위축과 지역경제 침체를 낳는다. 이는 다시 생계형 창업을 늘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자영업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을 수 있는 자영업을 만드는 일이다.

이제 자영업 정책은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를 넘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소비정책, 금융 부담을 줄이는 금융정책,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복지정책,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자영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갖출 수 있다.

자영업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경제의 마지막 안전망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안전망마저 흔들리고 있다. 자영업자의 위기는 곧 지역경제의 위기이며,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지원금이 아니다. 자영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국가 전략이다.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는 단기 처방을 넘어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자영업을 보호하는 정책에서 자영업을 성장시키는 정책으로. 이제는 자영업 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은 없다.

천안과 같은 젊은 도시는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높은 온라인 소비율을 지역 소비로 연결하고, 대학과 산업단지, 첨단산업을 자영업과 연계하는 새로운 지역경제 모델을 만든다면 천안은 자영업 정책 전환의 모범도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