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온 성희, 병천 오이에 물들다
대전에서 온 성희, 병천 오이에 물들다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5.12.2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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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귀농 이야기, 지역과 함께 뿌리내린 청년 농부

지난 10월 19일 병천시장에서는 제1회 병천순대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TV조선 ‘싱코리아’ 병천면 편이 촬영되었으며, 봉항리 남매 임종한·태진 씨가 노래자랑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 수상 후 종한 씨는 자신이 농부가 된 이야기와 노래자랑에 출연하게 된 배경을 밝히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에 본지는 그 사연을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병천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종한 씨의 아버지 임성희 씨였다. 대전에서 형과 함께 기계설비업을 하던 임 씨는 IMF 시절 경영난을 겪으며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여동생이 살던 병천을 찾았다. 잠깐 들렀던 병천의 조용함과 넉넉한 분위기에 매력을 느낀 그는 대전에서 온 성희라는 의미로 대성농장이라는 이름을 짓고 오이 농사를 시작하며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어느덧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은 11동의 하우스에서 오이농사를 짓고, 아우내오이 공동출하회 회장직을 맡은 동네 일꾼이 되었다.

그의 막내아들 종한 씨는 병천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남대 법대에 진학한 뒤 대전에서 손해사정인으로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작스러운 아내의 건강 문제로 가사와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결국 직장을 정리하게 됐다. 이후 아버지 곁으로 돌아와 오이 농사를 배우며 삶을 다시 꾸려가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도움 속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현재는 다섯 동의 시설하우스를 운영하는 어엿한 청년 농부가 되었다.

직장인에서 농부로의 전환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종한 씨는 “오히려 삶이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을 상대하며 받던 스트레스에서 벗어났고, 함께 농사를 지으며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소회를 전했다. 귀농 후 소득도 안정되고 가족 관계도 더 가까워졌다는 그의 변화는 주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 후배가 이를 보고 천안시 지원을 받아 병천에서 오이 재배에 뛰어든 것이다. ‘대전에서 온 성희 씨 가족’이 자연스레 병천의 홍보대사가 된 셈이다.

70만 천안시 인구 중 병천면 인구는 6천여 명에 불과하다. 소멸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면 지역이지만, 임성희 씨 가족처럼 이곳의 매력을 느끼고 정착하는 사례가 이어진다면 새로운 가능성도 꿈꿔볼 만하다. 흥 많고 열정 넘치는 종한·태진 남매처럼 앞으로 더 많은 청년들이 “병천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글 최영미 마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