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는 11월 1일 병천 장날, 장터 한복판에 아름다운 색소폰 선율이 울려 퍼졌다. 아우내 문화원에서 활동하는 색소폰 동호회원들의 네 번째 정기연주회가 열린 것이다.
평균 연령 70세로 보이는 어르신들의 진지한 연주 자세와 탄탄한 실력은 장터를 지나던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장바구니를 든 주민들이 연주를 감상하고 떠나면 이내 또 다른 무리가 자리를 채웠다. 아우내 문화원 앞에 마련된 소박한 플라스틱 의자는 금세 만석이 됐다.
무대에서는 대중가요 ‘아파트’부터 클래식 ‘재즈왈츠’까지 다양한 곡들이 연주되며 많은 이들이 오가는 장터에 따뜻한 울림을 더했다.
연주회의 성공 뒤에는 동호회원들의 노력뿐 아니라 이들을 지도해 온 병천면 관성리 예수본교회 김주현 목사의 헌신이 자리하고 있다. 김 목사는 음악을 통한 선교의 길을 꿈꾸며 아우내 문화원에서 색소폰을 가르치고,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도 다채로운 음악회를 열고 있다.
김 목사는 성경 속 ‘좋은 말들’을 하나로 압축하면 결국 ‘사랑’이라고 말하며, 그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하나쯤은 해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며 “우리 사회의 경제 수준이라면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신념은 그가 지역 주민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는 특히 ‘장터 음악회’의 의미를 깊게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시장은 문화적·사회적 소통이 이뤄지는 ‘난장’의 공간이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상행위 중심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장터를 다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되살리고 싶었다”며 “음악을 통해 인간다움이 회복되는 장을 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목표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 병천장에서 정기 음악회를 열어 ‘문화장터’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공간이라 여겨졌던 병천 장터가 지역 주민들과 문화 리더의 열정으로 조금씩 변화의 기운을 품고 있다.
병천 장터가 음악과 사람이 어우러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는 날을 기대하게 하는 따뜻한 무대였다.
글 최영미 마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