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전면 공개와 주민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실·조작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지난 17일 홍성군 충남도청 인근 충남공감마루 다목적실에서는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주최로 ‘환경영향평가제도 진단과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산업단지, 고속도로, 폐기물 시설 등 대형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환경영향평가는 대형 토목·개발사업 이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지만, 실제로는 사업자 중심으로 작성·운영되며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설명회를 통해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데 그치고 있어 민주적 통제 장치가 사실상 부재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신지형 변호사(법률사무소 케이제이로)는 환경영향평가의 가장 큰 문제로 ‘조사 부실’과 ‘독립성 훼손’을 꼽았다.
신 변호사는 “환경영향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너무 많은 개발사업에서 환경 현황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업자가 평가 대행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 자체가 갑을관계를 만들며, 평가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논란이 있더라도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이 평가를 맡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임 구조의 문제도 짚었다. 신 변호사는 “환경영향평가서의 거짓·부실 작성에 대한 책임이 사실상 대행업체에만 전가되고 있다”며 “환경부나 국토부 등 인허가를 승인한 정부 기관에 대한 제도적 견제 장치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서 공개 범위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신 변호사는 “현행법상 환경영향평가서는 초안 단계에서 일부만 공개된다”며 “환경영향평가법 66조에 규정된 영업비밀 조항을 삭제하면 상당 부분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연환경 현황조사는 영업비밀이 될 수 없으며, 전면 공개를 통해 시민 검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성렬 충남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도 “사업자가 용역업체에 돈을 주고 평가를 맡기는 현재의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환경영향평가가 개발을 위한 면죄부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실제 사례를 통해 제도의 한계를 짚는 발표도 이어졌다.
이성용 동면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수남리 지정폐기물 매립장단지 사례’를 통해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심각한 문제점을 고발했다.
천안시 동면 수남리에서는 태영건설 자회사인 천안에코파크가 사업면적 약 38만㎡, 매립용량 670만㎥ 규모의 국내 최대 지정폐기물 매립장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사업자는 지난 4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하고 약 8개월간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평가서 조작과 허위 작성 정황이 다수 드러났다는 것이 비대위의 주장이다.
이 공동위원장은 “주민 9명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했다고 기재돼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주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저서성 대형 무척추동물 조사표에는 해당 생물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고 엉뚱한 내용만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또 “현지 촬영 사진이라고 제시된 동물 사진 다수가 사업지 인근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서 촬영된 것이었고, 도감이나 자료 사진을 그대로 옮겨 사용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과거 강릉시 매립장 환경영향평가 초안 내용을 그대로 복제한 사례가 163곳이나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 공동위원장은 “이 같은 조작과 복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천안시와 금강유역환경청, 환경부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사업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을 위해 ▲평가 대행업체를 사업자가 직접 선정하지 못하도록 제도 개편 ▲혐오·기피시설 추진 과정에서 금품 살포 정황이 발견될 경우 지자체나 환경청의 즉각적인 수사기관 고발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형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정책팀장이 ‘충남지역 난개발 방지 조례의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안장헌 충남도의회 의원, 서상옥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해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개발을 위한 절차가 아닌, 환경과 주민의 권리를 지키는 실질적인 제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날 토론회를 통해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