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이야기 ⓶ 흑미(말)를 우리 집 베란다에서 키우면 안 되나요
승마 이야기 ⓶ 흑미(말)를 우리 집 베란다에서 키우면 안 되나요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5.02.27 2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욕심꾸러기 흑미가 너무 귀여워요

학교에서 체험 승마 안내장이 날아왔다. 엄마는 내가 승마하면 예쁠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망설임 없이 “응” 했다. 체험 승마 첫날 주몽승마장으로 갔다. 친구들과 학부모님들이 와 계셨다. 우리는 사무실에 모여 말의 특성에 대해 원장님께서 해주시는 설명을 들었다. 원장님의 설명을 듣고 함께 마구간으로 갔다.

말들이 어서 오라고 히잉 소리를 냈다. 나는 송이와 백두, 구름이를 지나쳐 주몽/흑미란 명찰 앞에 섰다. 주몽이, 승마장 이름이 ‘주몽승마장’이니까 얘가 승마장 마스코트가 아닌가 싶었다.

다른 말은 모두 마구간 하나를 독차지하고 있었는데 주몽이와 흑미는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주몽이는 키가 140쯤 되는 한라마이다. 흑미는 1미터쯤 되는 작은 포니라는 종이다. 한 방을 같이 쓰려면 복잡하지 않을까 했는데 둘은 사이가 너무 좋은 것 같았다. 흑미란 아이는 당근 하나를 주면 먼저 먹으려고 입을 내미는 것이 욕심꾸러기 같았지만 귀엽고 예뻤다.

이론 수업이 끝나고 말을 타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흑미 옆에 서서 기다렸다. 아이들은 백마인 구름이를 타겠다고 했지만 작은 조각 같은 흑미를 타고 싶었다. 떨어져도 다칠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흑미를 탄 후 집에 가서도 계속 생각이 났고 자면서도 작은 말이 어쩌면 그렇게 귀여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두 번째 승마장에 갔다. 지난 토요일 이후 일주일만이다. 흑미를 너무 예뻐한 탓인지 일주일이 참 길었다. 승마장에 도착해 흑미에게 달려가 인사를 하고 차례를 기다려 말을 탔다. 흑미를 타고 달려보고 싶었는데 아직은 탈 수 없다고 했다. 서운했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송이를 타고 달렸다. 천천히 걷던 것과 달리 엄청 시원하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10회가 다 되었지만 유소년단 친구들이 타는 흑미를 나는 탈 수가 없었다. 키는 작지만 걸음이 빨라 낙마할 수도 있다고 했다.

체험 승마 10회를 마무리하고 유소년단에 들어갔다. 사실 흑미를 마음대로 타고 싶은 생각에 엄마를 조른 후 얻은 성과였다. 유소년단이 된 후 어느 날 낙마를 했다. 또 낙마하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키가 작은 흑미를 탔다. 흑미 등에 올라갔는데 편안했다. 낙마 트라우마 때문에 평보로 걸으며 흑미와 정을 많이 쌓았는데 어느 날 뒷다리를 절뚝이기 시작했다.

흑미를 체험 농장으로 보낸대요. 너무 속상해요.

승마장에 갈 때마다 나를 반겨주던 흑미를 운동장에서 볼 수 없었다. 나와 어린 동생들을 태우고 짧은 다리로 열심히 뛰어주던 친구는 마구간에 갇혀 자유를 잃은 채 사람이 주는 간식만 받아먹고 있었다. 나는 흑미가 불쌍해서 마방굴레를 채워 승마장 이곳저곳을 같이 돌아다니며 풀을 먹게 했다. 그때마다 흑미는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항상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렇게 흑미와 정이 들어가는데 승마장 선생님들이 흑미를 다른 농장으로 보내기로 했단다.

흑미를 집으로 데려가 우리 집 베란다에서 치료해 주고 싶어요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다. 흑미는 작다. 몸무게는 120킬로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몸을 갖고 있었다. 작은 몸으로 힘들다는 말 한마디 않고 우리를 태우고 달려 준 친구인데 다리를 절뚝인다고 보낸다고 했다. 스물다섯 해 동안 살면서 사람을 위해 일만 해왔는데 참 불쌍하고 안타까웠다. 승마장 선생님들께 내가 풀과 사료를 주고 마구간 청소해 주겠다면서 그냥 키우겠다고 했으나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께 흑미를 우리 집 베란다에서 키우자고 말씀드렸다. 엄마는 그냥 웃고 대답하지 않으셨다. 결국 안된다는 것이다. 딸이 그렇게 예뻐하고 좋아하면 허락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야튼, 큰 강아지 정도밖에 안 되는 아이가 얼마나 먹는다고 다른 곳으로 보내는지 모르겠다. 어른이 되어 민지와 함께 승마장을 차리려는 꿈을 이루어야겠다. 그때는 아픈 말들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보살펴주면서 함께 살도록 할 것이다.

친구를 잃은 주몽이가 자꾸 슬프게 쳐다본다. 이제 흑미가 가버린 것에 대해 슬퍼할 것이 아니라 주몽이를 위로해 줘야겠다. ‘내가 더 많이 사랑해 줄게’라며 각설탕을 입에 넣어주지만 우물거리다 뱉어버린다. 오래전부터 한 방에서 같이 지내던 친구가 가버린 슬픔을 놓지 못하고 있다. 주몽이가 다시 활발해지도록 내가 더 많이 사랑해 줘야겠다.

다행히 흑미가 연천리 체험 농장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특종 뉴스다. 친구가 좋아하는 당근하고 각설탕 한입 먹여주고 와야겠다. 주몽이 소식을 전해줘야겠다.

글 윤지아 (청당초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