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산 향교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직산 향교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8.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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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K-푸드, K-뷰티 등 다양한 K-콘텐츠 등의 글로벌 인기가 뜨겁다.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 비중 항목”에서는 웹툰과 뷰티가 공동 1위라고 하는데 K-열풍과 함께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언급했던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드높은 학구열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학구열은 어디서부터 시작 됐을까?’ 이런 질문들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작점을 찾아 조선시대 선비들의 교육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인성교실 

조선시대 인재가 갖춰야할 덕목 육예(예, 악, 사, 어, 서, 수)의 현대화한 특별한 인성교육.

일단 “인성교육”이란 부분에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요즘 개인주의가 강한 MZ세대들에겐 너무 필요한 교육이 아닌가. 부모님과 함께 참석해야 의미가 있다고 해서 지인 가족들과 함께 향교로 향했다. 직산에 20여 년간 살면서도 직산향교에 온건 처음이라 낯선 꼬불꼬불 시골길을 따라 가다가 길가 농장에 젖소들과 인사도 하고 드디어 향교에 도착했다.

직산향교 홍살문 옆 안내돌에는 ‘태종13년에 창건 된 것으로 추정되며 숙종 때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라고 쓰여 있다. 장마기간이라 하늘이 꾸물꾸물 비가 올 거 같아서 우산을 챙겨 들고 향교 마당 안으로 들어서는데 오늘은 “명륜당”이라는 교실 안에서 하는 “예”와 “악” 수업이라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강사님의 진행에 따라 손을 앞으로 가지런하고 공손하게 모은 자세가 ‘공수자세’라는 인사예절부터 배우며 시작하고 향교의 역사와 역할, 기능 등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향교는 지방에만 있으며 지금의 중, 고등 과정이고 유학을 가르치기도 하며 공자의 제례를 지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유림 활동이 이루어지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직산향교는 조선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전해져 1700년대 이후의 향교 상황을 보여주는 성책 고문서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고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여러 차례 중수하여 복원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공사가 여기저기 한창 진행 중인 곳이 많다.

직산향교는 커다란 홍살문 안으로 들어서 약간의 경사진 언덕으로 올라가면 솟을삼문으로 만들어진 외삼문이 나오고 그 안으로 넓은 마당과 교육공간인 명륜당이 자리 잡고 있으며 명륜당의 왼쪽과 오른쪽에 조그마한 협문이 하나씩 있고 이 문을 통과하면 다시 돌담으로 둘러싸인 기다란 마당이 나온다. 명륜당 뒤편엔 현재의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양쪽으로 있으며 문마다 이태극이 그려져있는 솟을삼문의 외삼문과 달리 평열문으로 만들어진 내삼문에는 삼태극이 그려져 있다. 대성전이 층층이 계단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앞쪽에 교육공간인 명륜당이 있고 뒤쪽에 제례공간인 대성전이 있는 “전학후묘”식 배치이다.

이런 저런 강사님의 설명에 아이들이 지쳐갈 때쯤 센스있는 강사님께서 O,X 퀴즈를 내서 아이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어 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직산현감의 딸로 태어나 인조의 계비가 된 장렬왕후의 이야기는 드라마 “궁중잔혹사 – 꽃들의 전쟁”에서 배우 고원희님이 연기하신 역이란걸 그 후에 알게 되었다. 장렬왕후 왕릉에 새겨진 그림 등으로 만다라 그리기 체험도 하고 직산향교의 설명과 함께 첫 번째 수업이 끝나고 다례체험을 시작했다. 찻집에서 차를 우려 내어주는 사람을 “팽주”라고 하는데 오늘은 자녀들이 팽주가 되어 부모님께 정성스런 차를 내어드리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여러 다기의 명칭 설명과 사용법, 차를 우리는 법을 배운 후 녹차를 우려서 가장 맛있게 우려진 차를 부모님께 드리면 부모님은 “차 맛이 좋군요~”라고 화답해 주니 아이들이 저마다 밝게 웃었다. 근데 어린 팽주들은 정작 자신들이 우려낸 녹차를 입에 대 보더니 쓰다고 마시지 않고 부모님께 몽땅 드시라고 내어드렸다. 부모님과 함께 찻잔을 들고 마시니 아이들은 소꿉놀이 같이 마냥 즐거운가 보다.

매주 달라지는 인성교실 4가지를 모두 체험하고 도장을 받으면 푸짐한 상품이 있다고 하니 아이들의 눈이 더욱 반짝반짝 빛이 난다. 들어 올 때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오더니 오늘 체험이 신이 났는지 다른 수업도 체험하고 싶다고 저마다 부모님들께 쫑알거리는 모습을 보니 아직은 천진난만한 초등학생들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우리 선조들은 그 옛날부터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갖춰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체력을 다졌으며 여가를 즐길 줄 아는 삶을 지향하면서도 바른 인성과 효를 중요시 했던 것 같다. 선비들을 가르쳤던 시절의 교육철학 ‘무릇 선비란 옳음을 알고 그를 행하는 사람’이라는 강사님의 말처럼 점차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더해져가는 요즘시대... 어쩌면 낡고 오래된 옛날 옛적의 옳음을 알려주던 교육방식이 지금의 어린 아이들 작은 가슴 속에서 나비효과가 되길 바라는 건 나만의 욕심인걸까?...

글 김미영 스토리발굴단

“직산 향교 청소년 인성교실”은 이렇게 운영 됩니다. (우리역사문화협동조합: http://woorihistorycoop.co.kr/)

-예(禮)에서 느끼는 락(樂) 수업 : 만다라그리기/다례체험/복식체험

-사(射)뿐사뿐~ 어(御)화둥둥 : 전래놀이를 통한 체력단련체험

-서(書)예 체험 : 훈민정음체(판본체) 활용 캘리그라피 체험

-조선 선비와 떠나는 흥미진진한 수(數)학여행 : 마방진풀기/산가지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