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주민, 이방인에서 공동체 시민으로
외국인 이주민, 이방인에서 공동체 시민으로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2.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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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의제 소개

이 기사는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과 천안아산신문의 협업으로 작성된 기사이며, 주민주도 지역문제해결 프로세스인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의제를 소개하고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해 기획되었다.

러시아권 이주민을 위한 분리배출 등 생활 안내자료 배포

 

요즘은 어디를 가나 외국인 이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구성원은 다양해지고 있다. 아산 신창 지역은 주민 구성원의 28%가 외국인 이주민이고, 대부분 러시아 언어를 사용한다.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그들은 어떻게 적응하며 살고 있을까? 그들은 쓰레기 배출 이라는 작은 문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러시아권 이주민을 위한 분리배출 등 생활 안내자료 배포를 위한 리빙랩은 외국인 이주민들과 지역 청년 기업이 함께하여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고무적인 것은 외국인들이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공론장에 참여해 쓰레기 분리배출 교육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방인이었던 외국인이 한국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시민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특히 지역을 지키고자 하는 청년들이 외국인 이주민들의 문제에 힘을 보태어 유의미한 성과를 이뤄냈다.

그동안 외국인 이주민들은 쓰레기 분리배출 문화에 대한 정보와 인식이 부족해 지역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이주민들과 지역 청년들은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해결 방안, 확산 방법 등을 논의했다. 설문지 120부를 만들어 외국인 이주민들의 분리배출에 관련된 정확한 실태를 파악했다.

외국인 이주민들에게 쓰레기 분리배출을 교육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한국어가 서툴고 분리배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이주민들을 위해 러시아어로 된 카드 뉴스를 5회 발행해 이주민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배포했다. 카드 뉴스에는 환경보호를 해야 하는 이유부터 분리배출 방법, 페트병을 재활용 봉투로 바꾸는 법 등 다양한 정보가 실렸다.

또한 쓰레기 분리배출과 환경보호 캠페인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와 SNS를 통해 이주민들에게 배포하여 정보를 제공했다. 분리배출의 중요성과 방법을 알리는 포스터를 만들어서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10곳에 붙이고, 더 많은 이주민이 자료를 볼 수 있도록 리플렛 1000부를 만들어 배포했다. 리빙랩을 통해 많은 외국인 이주민들이 기존에 잘못 알고 있던 쓰레기 분리배출 정보를 제대로 배우고 알게 되었다.

이번 리빙랩을 통해 단순히 러시아어로 된 쓰레기 분리배출 교육의 의미를 떠나, 그동안 이방인으로만 느꼈던 외국인 이주민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소통의 창구가 되었다. 그리고 외국인 이주민을 이웃처럼 돕는 지역청년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갔어요”

[인터뷰] 박진규(온앤온 협동조합 대표), 김법성(온앤온 협동조합 이사)

Q. 리빙랩을 진행한 청년기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진규] 친구와 함께 2020년 9월에 ‘온앤온협동조합’을 설립했어요. 평소에 태어나고 자라온 아산에서의 지역 문제들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부분 지역 청년은 성장하면 수도권에 가서 일하고 생활해요. 지역 문제를 해결하면 ‘아산도 청년들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어요.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고 싶고, 지역 문제도 해결하고 싶어 지자체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회적협동조합의 가치가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과 많은 부분 같다고 생각해 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김법성] 사회공헌 영역에서 처음 했던 일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진로상담 프로젝트였어요. 그 외에도 축제를 기획하거나 지역의 단체를 홍보하는 영상이나 홈페이지 제작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Q. 리빙랩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박진규]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아산에 존재하는 지역 문제들을 해결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타지로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신창 지역에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더라고요. 외국인들이 쓰레기 분리수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다가 마침 외국인 주민들을 도울 수행팀을 찾고 있었던 리빙랩 사업에 참여하게 됐어요.

Q. 어떤 방법으로 운영했나요?

[박진규]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을 통해 한국의 분리배출 문화에 관심이 있는 러시아권 외국인들을 만났어요.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계획을 세운 후, 여러번의 공론장을 운영해서 주변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어요. 처음 한국에 와서 분리배출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조사했어요. 러시아나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나라에서는 분리배출 문화가 없대요. 한국에 왔는데 분리배출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는 곳이 없으니까 그동안 못했던 거예요. 외국인 분들과 계속 피드백하면서 러시아어로 만든 교육 홍보 자료를 만들었어요. 대형 포스터와 리플렛, 홍보 영상을 제작해서 러시아 커뮤니티에 배포했어요. 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의 쓰레기 배출 장소에 러시아어로 된 포스터를 붙이고, 리플렛을 두고, 카드 뉴스도 보냈어요.

Q.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김법성] 갈등도 없고, 뜻도 잘 맞고, 이주민들의 참여율도 좋았어요. 어려운 점이 있다면 프로젝트 기간이 길지 않았어요. 10월부터 12월까지였는데 조정하는 기간이 있어서 실제로 11월부터 시작했어요. 그 기간 내에 알려야 될 정보도 많고 포스터를 붙여서 효과도 내야 하고, 리플렛, 카드 뉴스, 영상도 만들어야 했어요. 최대한 채널을 다양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2개월 안에 다 하려니 시간이 부족했어요. 러시아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작업을 해야 하다 보니, 외국인 이주민들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함께 해주고, 늦은 밤에도 먼저 연락해서 어떻게든 끝내겠다고 하는 의지를 보여줘서 너무 감사했어요.

Q. 뿌듯했던 점이 있다면?

[김법성] 리빙랩이 급박하게 진행될 때는 잘 몰랐는데 끝나고 나서 뿌듯했어요. 외국인 이주민들이 많이 사는 신창 지역의 아파트 쓰레기장에 포스터를 붙였어요. 유튜브에 올라간 홍보 영상을 사람들이 보고, 몇 십 만 명 되는 이주민 커뮤니티에 카드 뉴스가 올라가서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었어요. 환경이 변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함께 모여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뿌듯했어요.

[박진규] 분리배출에 대해 잘 몰랐던 분들이 저희가 제작한 교육 자료를 통해서 방법을 알게 되고, ‘한번 해봐야겠다’라고 실천하는 모습들을 보면 보람 있죠. 리빙랩을 통해 환경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씀하고 그들의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는 걸 느낄 때 의미가 있었어요.

Q. 외국인 이주민과의 협업을 통해 얻은 보람은?

[박진규] 한국인들과 외국인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잖아요. 이번에 굉장히 신기했던 게 프로젝트를 함께한 이주민 중에 두 분이 제 친구의 대학교 동아리 후배더라고요. ‘멀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더 가까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방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쌍방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훨씬 더 의미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같은 경우, 한국인이나 외국인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고, 둘이 함께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교육 자료가 외국인에게 전달되지 않았던 이유는 일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인들을 만나면서 서로에 대해서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신창 지역은 약 30%가 외국인이에요. 지역민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철저하게 분리되고 있다고 느껴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잖아요. 함께 하는 이런 움직임들이 시작됐다는 것에서 진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김법성] 공론장에서 들었던 것 중에 충격적이었던 것이 입국 과정부터 정착해서 살 때까지 분리배출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곳이 없었대요. 옆집 외국인들 행동을 모방하면서 배웠다고 해요. 저는 신창에 살면서 외국인들 대상으로 하는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소개 글들을 많이 봤는데 결과적으로 외국인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더라고요. 자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인 이주민들에게 전달되려면 어떤 과정을 통해야 하는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외국인 자료를 한국인은 알고 있는데 실제 봐야 할 외국인 이주민들은 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외국인 이주민들이 정보들을 어떻게 학습하고 수집하는지 다른 단체들이 관심을 가져 더 좋은 사회적 변화를 끌어냈으면 좋겠어요.

외국인 이주민들이 처음에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써놨던 계획서를 봤어요.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보내는 시선들을 사회적 낙인이라고 썼더라고요. 본인들은 분리배출을 몰라서 못 했던 것뿐인데, 한국 사람들은 이주민들에게 “남의 나라 와서 법을 안 지킨다, 이렇게 살 거면 다른 나라로 가라”라고 해요. 외국인 이주민들이 모른다는 사실을 한국 사람들은 모르고, 외국인들은 낙인이라는 단어를 쓸 만큼 그 상황을 충격적으로 느꼈더라고요. 글로벌 시대고, 외국인 이주민들도 주변에 많아졌으니까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환경에서 시작했지만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에 대해서 이해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문의: 041-574-9897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글: 지역콘텐츠발전소 문수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