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아파트 구축 실험 보고서
제로웨이스트 아파트 구축 실험 보고서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2.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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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의제 소개

#이 기사는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과 천안아산신문의 협업으로 작성된 기사이며, 주민주도 지역문제해결 프로세스인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의제를 소개하고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해 기획되었다.

분리배출을 위한 지역연대, 마중물이 된 리빙랩

 

2020년 천안, 아산 지역에 시간당 5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무섭게 퍼붓는 비 때문에 도로 곳곳이 강물 같은 물길로 변해버린 상황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시내 주요 하천이 범람해 주민대피령이 떨어지고 뉴스 화면으로 보는 침수차와 이웃들의 집을 보면서 이지연 씨는 비로소 기후위기가 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문제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그린협동조합은 2019년부터 아산지역에서 시작, 벌써 햇수로 5년째 활동을 이어가는 주민공동체이다. 대부분 청소년, 가족 등 공동체와 관련되어 활동 자체가 삶의 일부일 때가 많다. 이번 리빙랩도 생활 속에서 느끼는 기후위기에 대해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나누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협동조합 안에서 활동의 주제를 잡았을 텐데 이번 리빙랩은 용기를 내어 시민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해 어떤 인식들을 가지고 있는 지 물어보는 과정부터 시작했다. 질문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문제는 자원순환, 그 중에서도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아산시의 쓰레기배출량은 2019년 약 55톤에서 2021년 약 63톤으로 크게 늘어났다. 증가된 양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사안은 분리배출 되었어야 할 플라스틱 쓰레기가 분리되지 못한 채 종량제 봉투에 버려져 소각된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인 활동의 방향이 잡히면서 궁극적인 목표도 정해졌다. ‘기후위기 시대에 꼭 필요한 자원순환 감수성을 가지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분리배출 현황 조사를 하고, 개인 참가자의 각 가정별 쓰레기 배출량 측정 및 성상조사를 실시했다. 이와 동시에 온라인으로 분리배출 및 자원순환 교육도 진행했다. 그 모든 활동의 결과를 공유하는 날에는 플로깅 행사도 함께 했다. 그 모든 과정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선물했다.

이번 리빙랩은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기여하고 싶은 시민들이 함께 의견을 모으고, 그 의견을 바탕으로 지속가능성을 위한 활동으로 실천하는 과정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3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 매일 분리배출장에 모여 500kg 자루에 담긴 플라스틱 폐기물의 종류와 양을 살피고 기록하는 일, 각자 집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기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과정 속에서 서로 다름과 같음을 확인하면서 쌓인 것은 서로를 향한 응원이었다. 참여한 시민들은 분리배출, 자원순환, 탄소중립이란 그물을 자발적인 문제인식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채우고 이은 것이다. 함께그린협동조합이 찾은 가능성이 비단 그들만이 아니다. 이웃 주민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도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한 새로운 가능성의 시간이었다.

“성장과 보람을 함께 나누는 것이 리빙랩의 큰 매력”

이지연(함께그린협동조합 대표)
이지연(함께그린협동조합 대표)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산에 거주하고 있어요.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이것저것을 함께 하게 되었죠. 언제부터 내 아이를 키우는 것을 넘어서 아이들이 자라고 배우는 환경이 고민되더라고요.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좋은 세상을 내 아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욕심이 ‘함께그린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게 된 계기 같아요. 이제까지 함께 공동텃밭을 만들어 가꾸기도 하고, 마을신문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주로 제로웨이스트 문화 확산 공간 ‘꼭꼭가게’ 운영과 환경교육 활동에 집중하고 있어요.

Q. 리빙랩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리빙랩을 시작하기 전에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에서 진행하는 작은 공론장이 있었어요. 5명 이상이 모여서 우리 지역의 의제를 찾아보는, 정말 편한 자리였는데 그때 제가 코디네이터로 활동을 했어요. 기존 대화의 자리에 등장하지 않았던, 만나보지 못했던 시민들을 새롭게 만나게 되는 취지가 너무 좋더라고요. 이때 느낀 긍정적인 경험이 ‘우리 공동체에서도 이런 사업을 해봐야겠다’ 하는 마음을 먹게 했어요. 그래서 공론장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리빙랩 사업에 지원을 했어요. 기존의 공동체 사업에서 얻은 우리끼리의 성장과 보람을 리빙랩에서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세운 가설을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계속 나와 다른 누군가의 일상이 보이더라고요. 리빙랩이 단순 사업이 아니라 일상에서부터의 공감과 공유가 된 것이죠.

Q. 어떤 사람들과 함께 했나요?

제가 리빙랩을 하는 동안 이사를 했어요. 소속된 공동주택 단지가 달라진 거죠. 행정단위로 보면 아산이라는 같은 지역이지만 단지가 달라지다 보니 아파트 관리사무소부터 입주자 대표, 부녀회장 등 만나는 사람들이 더 다양해지고 많아졌어요. 그 분들 중에서 몇 분은 이번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셨어요. 어른들은 대부분 기존 공동체 구성원 지인들이 많았고요, 청소년 조합원의 경우는 새 학기에 만난 친구들 몇 명이 이 활동을 함께 했어요. 그리고 이번 리빙랩은 온라인 활동도 병행했거든요. 정말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온라인으로 함께 해주셨어요.

Q. 리빙랩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

오프라인활동으로 3주간 매일 정해진 시간에 공동주택 분리배출장에서 참가자들과 만났어요. 처음엔 쓰레기 냄새나서 싫다고 힘들어하던 아이들도 3주가 지나는 동안 눈에 띄게 변하더군요. 쓰레기를 볼 줄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쓰레기는 만들지 않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하면 될 텐데…”란 말을 스스로에게 하는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 거죠. 리빙랩을 통해 굳이 무언가를 교육하지 않아도 배우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는 ‘쓰레기 문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구나’하고 느꼈어요. 저희가 쓰레기 배출 및 자원순환 교육을 온라인으로 총 6번을 했는데요. 그 때마다 단체 대화방이 끊이지 않고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 해결책, 정책 제안 등으로 이야기가 넘쳐났어요. 활동에 대한 관심을 대화방 용량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죠. 지역도 천안, 아산뿐만 아니라 공주, 세종, 대전에서도 참여한 분들이 있었어요. 온라인 활동이 관심 있는 시민들을 수용하는 아주 좋은 매개체란 걸 실감했습니다.

Q. 참여자들에게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전했네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내어주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서 참여한 분들에게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드렸어요. 제로웨이스트 물품들이 정말 좋거든요. 이런 물품을 쓰는 것도 플라스틱 줄이기, 탄소중립, 자원순환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조금 거창하게 이번 계기로 모두에게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Q. 리빙랩 이후 앞으로의 계획은?

온라인으로 함께하신 분들과 매달 다른 주제로 활동을 해보려 해요. 대부분 참여자가 30, 40대 초·중등 자녀를 둔 여성이었거든요. 시작할 때부터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활동에 대한 욕구가 높았어요. 환경관련 책을 함께 읽는 독서모임이나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리빙랩의 진정한 성과는 앞으로의 활동에 있는 거 같아요. 아무도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저희가 활동을 시작하니 아산시 자원순환과에서도, 시의회에서도 연락을 주셨어요. 자신들도 함께 활동을 할 주민들을 찾고 있었다면서요. 리빙랩이 마중물이 된 듯 싶어요. 또 교육청과의 연계를 통해 학교 교육 현장에서의 분리배출 교육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리빙랩을 통해 느낀 점은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운데 가장 큰 감정은 고마움인 것 같아요. 고생한 나에게 제일 고맙고 함께 한 동료 조합원들, 가족, 그리고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지구에게 가장 고마워요. 버티고 있어줘서. 이젠 정말 평범한 게 고마운 거 같아요. 제 때 비가 오고, 제 때 눈이 오고, 제 때 계절이 바뀌는 그 모든 것들이 중요하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함께그린협동조합은 기후위기시대에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해요. 힘들어도 ‘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하면서요.

문의: 041-574-9897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글: 지역콘텐츠발전소 정수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