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라는 치즈를 찾아 온라인 세상으로 풍덩!
‘일상’이라는 치즈를 찾아 온라인 세상으로 풍덩!
  • 시민리포터 서인경
  • 승인 2020.11.22 23: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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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비대면 온라인수업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에서 꼬마인간 허와 헴은 영원할 거라고 믿었던 창고의 치즈가 바닥나자 망연자실 허공만 바라보았다. 과거에 연연하며 바닥난 창고를 떠나지 못하는 꼬마인간처럼 나 역시 순식간에 휘몰아친 코로나19의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변화에 민감하게 또 다른 치즈를 찾으려던 생쥐의 모습은 나에게서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빠름을 외치며 경쟁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안정적인 삶에 목매 허겁지겁 살아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사유하는 시간을 만들지 못했다. 평온한 일상에 닥쳐올 위기 또한 예상치 못했다. ‘넌 정말 잘 살고 있는 거니!’라는 태클 한번 없이 오로지 뱃속 채우기에만 급급했는지도 모른다. 

정착한 지 7개월 만에 수업 중단이 가져다준 생각들

나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이 독서논술을 지도하며 행복했다. 곳곳에 위치한 도서관이나 지역아동센터, 일반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는 것은 고단했지만, 싫지 않았다. 성장해 가는 학생들을 보며 보람됐고,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분주한 이동을 줄이고 집중하기 위해 한곳에 정착하겠다는 결심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도 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터를 잡고 새 학기를 준비하던 나는 7개월 만에 모든 수업을 중단해야 했다. 매주 같은 시간 그 자리에서 조잘대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잃은 듯 허무했다. 더구나 ‘수업의 공백기 동안 상가 월세, 관리비를 어떻게 충당할까’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과 직면하면서 ‘그냥 살아도 됐을 텐데 왜 굳이 교습소를 오픈해서 이 지경이 됐을까!’라는 후회만이 텅 빈 교실을 가득 채웠다. 

넋 놓고 있지 말고 스스로 움직여라!

사실 그때는 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팬데믹이라는 미궁 속에 갇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 같다. ‘무기한 중단!’이라는 코로나19의 명령에 굴복해 처참한 시간들이 계속되는 동안 가족마저 없었다면 정말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선생님만 괜찮다 말씀하시면 전 우리 아이 수업하고 싶어요. 계속 넋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잖아요!”
때마침 수업 재개를 원하며 전화를 건 학부모님의 말 한마디는 무기력한 내 마음에 일침을 놓았다. ‘세상이 알아서 변화될 거라 믿고 기다리다가는 늦는다, 넋 놓고 있지 말고 스스로 움직여라’하고 말하는 신호 같았다. 감사하게도 몇몇 뜻을 모은 학부모님들 덕분에 나는 수업을 시작했고, 빼앗긴 일상을 차츰 되찾아 갔다. 다시 시작된 수업은 맨 처음 아이들을 가르치던 날 밀려왔던 그 설렘보다 더 큰 울림이 되어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더 많은 수업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된 것 같다. 

나를 변화시켜 준 비대면 온라인수업

예전보다 세상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지낼수록 내내 찜찜한 것이 있었다. 바로 온라인 세상이다. 모든 일에는 ‘언택트’ 혹은 ‘비대면’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꼬리를 달 정도로 온라인이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논술만큼은 함께 만나서 책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써야 하는 게 맞다고 줄곧 생각해 왔기에 수업을 온라인으로 한다는 것은 좀 불편했다. 늘 도전하자는 것이 철칙인 나였지만 그것만은 쉽게 시도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불현듯 ‘코로나19보다 더한 놈이 나타난다면 그때도 당하고만 있을 건가.’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 공포감은 이미 겪어본 일인데도 충분히 두렵고 끔찍했다. 

결국 난 더 용감해지기로 마음먹고 비대면 온라인수업을 과감하게 도전했다. 지난 9월부터 보강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해 진행했고, 현재는 생소한 부분들이 익숙해져 가는 상황이다. 

비대면 온라인수업이 마음에 든 점도 있다. 무엇보다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만 봐 왔던 학생들의 온전한 함박웃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격렬한 토론이 가능할 정도로 대면수업 안에서 행했던 모든 일들이 온라인 세상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재밌게 여겨졌다. 

갑자기 전국에서 3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해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을 만큼 난 변신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생쥐처럼 변화의 흐름에 맞춰 온라인수업이라는 무기를 장착했고, 이제 대면이든 온라인이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쉼 없이 계속해 나갈 것이다. 

지금의 나는 한글이 미숙한 1학년 친구들에게 동화책으로 한글 떼기 수업을 하거나 폐쇄된 학교도서관 대신 책을 대여해 주고, 교습소백일장대회를 진행하는 등 이전보다 더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대면으로 만나는 활동들이 또 다른 바이러스로 인해 멈춰질지 몰라도 온라인을 통한 나의 수업은 계속될 것이다. 다시는 어떠한 것에도 기죽지 않고 더 많은 생각을 통해 삶을 살아가야 한다. 온라인으로 인간과 인간이 만나 책을 읽고 공감하며 바라보는 세상 역시 우리를 삶의 주인공으로 이끌어줄 달콤한 길잡이가 되리라. 이 모든 것의 중심에서 내일도 더 많은 변신으로 성장해 갈 나를 상상해본다. 

시민리포터 서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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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차드 2020-11-24 18:30:47
글 잘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