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다 마지막 회 - 천안이 품은 이야기 ‘오룡쟁주의 길’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다 마지막 회 - 천안이 품은 이야기 ‘오룡쟁주의 길’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2.09 0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어김없다. 올 겨울 최고 한파란다. 겨울 들어 도솔 둘레길은 늘 최고 한파와 함께다.

그렇지만 투정 부릴 마음은 애당초 없다. 2월 도솔 둘레길은 1년 구간의 마지막이자 마무리. 매달 즐겁게 걸었던 구간이 어느새 1년을 채워 이번 달로 일단락 지어진다. 때마침 내리는 눈발은 특별한 날을 알리는 선물이다. 늘 만나던 반가운 사람들이 또 한 곳에 모였다.

한 주 빠르게 2월 3일(토) 진행한 도솔 둘레길은 천안의 서쪽부터 동쪽까지 가로지르는 구간을 걸었다. 쌍용도서관에서 출발해 월봉산 - 쌍용고 - 삼일원앙아파트 4거리 - 향촌 아파트 4거리 - 용곡중 - 일봉산 - 천안천 - 중앙시장 - 남산 - 주공 4단지 - 수도산 - 법원, 검찰청 - 수조산 - 천안박물관까지 잇는 구간이다. 거리 약 12km, 6시간 소요 예정. 신발끈과 함께 마음도 단단히 동여맸다. 1년 동안 진행한 도솔 둘레길 중 가장 길고, 그렇기에 가장 많은 이야기를 만나는 구간은 이름 하여 ‘오룡쟁주의 길’이다.

동네 뒷산을 걷고, 왁자지껄 시장 구경하는 소박한 재미 =

사는 곳 가까이에 야트막한 산이 있는 것은 큰 행운이다. 쉽게 오르내리며 자연 속에서 길게 호흡하기에도, 찬찬히 걸으며 복잡한 생각 정리하기에도 좋은 휴식 공간이다.

2월 도솔 둘레길에서 만난 산들은 굳이 산이라기보다 뒷산 또는 동산이라고 부르기 딱 좋은 높이와 오르막. 그래서인지 눈 내리는 날씨임에도 인근 주민들과 만남이 지금까지 다닌 그 어느 곳보다 많았다. 주민들이 많이 찾는 만큼 운동시설 등 편의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월봉산을 오르고 내린 후 쌍용동 신방동 거리를 걷고, 일봉산을 오르고 내리다 ‘만수사’를 발견했다. 천안의 유일한 천태종 사찰로, 조계종이 수행 중심의 교리인데 반해 천태종은 실천 중심의 교리를 갖는다.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으니 새로운 발견이다.

만수사를 뒤로 하고 내려서면 바로 천안천. 도심을 가로지르며 삽교천의 제1지류인 곡교천으로 유입하는 지류하천이다. 시점은 동남구 안서동. 종점은 아산시 배방읍 세교리다. 천안시는 자전거도로 구축 계획에 따라 단대병원에서부터 신방동까지 천안천로를 조성하고 있다. 아직 겨울이라 주변 풍경이 황량하지만, 추위 가셔 꽃 피고 바람 보드라워질 때가 기대된다. 실제, 천안천 원성천 주변은 봄부터 가을까지 인근 주민들 산책로로 사랑받는다.

천안천 따라 걸으면 곧바로 천안중앙시장에 다다른다. 휩쓸려 다니는 것만으로도 사람살이 물씬 느끼게 되니 후끈한 체온과 왁자지껄 삶의 생기가 한겨울 추위도 가로막는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전통시장의 인기 음식을 순례하는 재미도 그만이다. 도솔 둘레길 중간에 전통시장이 자리하면 참가자들은 재미를, 시장은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잘 만들어내면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이 확인되는 부분이다.

방 꽉 막힌 남산에서 발견한 버려진 역사 =

하지만 시장에서 흥겨웠던 마음은 이내 차분해진다. 천안의 흔적이 사라진 지금의 모습과 이대로 가다가는 이마저도 사라질 것임이 자명한 현실이 곧바로 펼쳐진다.

중앙초등학교 자리가 과거 천안관아 터임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 사실은 기억하는 몇몇 이 또는 기록에만 남아 있을 뿐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중앙초 정문에 자리했던 화축관이 어떠한 곳이고, 그 문으로 사용하던 영남루가 어떻게 천안삼거리공원으로 이전했는지도 일부러 찾아내려 하지 않는 이상 알 도리가 없다. 이어 오른 남산의 현재도 참혹하다. 옛 이야기에 따르면 천안은 용 다섯 마리가 여의주를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는 의미의 ‘오룡쟁주’로 상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때 용 다섯 마리가 사는 산이 일봉산 월봉산 태조산 구성산(장태산), 그리고 단국대 뒷산 국사봉이고 여의주가 있는 곳을 남산으로 든다. 하지만 지금으로는 오룡의 기운이 남산까지 이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남산공원의 팔각정 현판에 적힌 ‘용주정’이 희미하게나마 기운을 알린다. 버려지는, 그래서 결국 사라지는 역사를 딛고 유지되는 현재.

어쩌면 그것이 도솔 둘레길을 만들고 다듬고 걸어가며 지켜야 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처음에는 주말을 이용한 함께 걷기로 시작했지만, 그 안에 내 고장의 옛 모습을 알고 변해가는 모습을 기억하고 나아갈 모습을 바라보겠다는 소중한 의미가 담겼기에. 도솔 둘레길 1년의 의미를 묵직하게 담으며 남은 구간을 지나 마침내 천안박물관에 닿았다.

도솔 둘레길은 이렇게 1년을 마무리했다. 3월에 천안박물관에서 출발한 구간은 2월 다시 천안박물관으로 돌아왔다. 내 고장을 한 바퀴 휘 둘러 다시금 선 자리. 그렇다고 끝도, 내 고장을 다 알게 된 것도 아니리라. 봄에 만난 구간의 여름이, 가을 겨울이 또 어떤 모습일지, 올해 만난 구간의 내년 후년은 또 어떨지 궁금해진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나온 글귀다. 도솔 둘레길과 함께 한 후 감히 글귀를 재조합 하자면 ‘걸으면 알게 되고 알면 사랑하게 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매월 한 번 토요일 오전을 함께했을 뿐임에도 내 고장은, 내가 사는 천안은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이 내 고장 곳곳을 꾹꾹 눌러 밟고 걸으며 알게 된 소중한 진리. 다가오는 3월 도솔 둘레길이 천안박물관에서 시작해 1년간 또 다시 지역 구석구석에 다가가려는 이유기도 하다.

김나영 기자 namoon@canews.kr

 

 

3년 전부터 한마음고등학교 구자명 교장과 천안시민들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천안 사랑 뽈레 뽈레 도솔 둘레길 걷기(이하 도솔 둘레길)’를 진행하고 있다. 구자명 교장은 천안을 상징하는 오룡쟁주를 중심으로 한 걷기 길 7구간과 천안의 명산 5곳을 묶어 총 12구간을 정리(천안아산내일신문 1228호 3면 참조)해 3월~이듬해 2월 걷기를 진행한다.

3월 도솔 둘레길은 새로운 걷기의 시작이다. 천안의 역사를 간직한 천안박물관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천안박물관에서 출발해 청수고 - 삼거리 변전소 - 굴울마을 - 구성산(장태산) - 유량고개까지 걷는 박물관의 길을 진행한다. 10일(토) 진행할 예정이다.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고 싶거나 또는 구간에 대한 문의사항이 있는 경우 문자(010-6422-7580)나 이메일(wlzladl99@hanmail.net)로 연락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 구자명 교장이 조성한 도솔 둘레길 경로

1구간(박물관 길) : 천안박물관 - 청수고 - 삼거리 변전소 - 굴울마을 - 구성산(장태산) - 유량고개

2구간(왕건의 길) : 유량고개 - 태조산 - 유왕골 약수터 삼거리 - 각원사 - 24번 종점

3구간(깨달음의 길) : 청송사 - 태조산 구름다리 - 태조산 삼거리 - 유왕골 약수터 - 왕자산 - 상명대

4구간(‘나비날다’ 길) : 상명대 - 성거산 - 성거갈림길 - 운암저수지 - 망향봉 - 망향의 동산(석교리)

5구간(근대화의 길) : 망향의 동산(석교리) - 망향휴게소 - 요방1리 - 국사봉 - 천안 IC 전망대 - 두정동공단 - 두정역 - 두정동 선사유적지 - 노태산 - 백석동 현대A

6구간(선사시대의 길) : 백석동 현대아파트 - 봉서산 - 불당동 선사유적지 - 쌍용도서관 - 월봉산 - 쌍용고 - 삼일원앙A - 용곡중학교

7구간(오룡쟁주의 길) : 용곡중학교 - 일봉산 - 천안 상수도 관리소 - 남산 - 수도산 - 청수신시가지 - 천안박물관

8구간 : 태학산(풍세면, 태학산 자연휴양림 - 태학산 - 태학사 - 주차장)

9구간 : 광덕산(광덕면, 주차장 - 부용묘 - 장군바위 - 광덕산 - 광덕사 - 광덕사 주차장)

10구간 : 사산(성환읍, 직산읍, 남서울대 - 성산 - 직산 시름새)

11구간 : 은석산(북면, 병천면, 주차장 - 정자 - 은석산 - 박문수어사묘 - 은석사 - 주차장)

12구간 : 흑성산(목천면, 유량고개 - 패러글라이딩 장소 - 흑성산 - 일출장소 - 독립기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