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결석처리? 출석인정?
코로나19 결석처리? 출석인정?
  • 심우근
  • 승인 2020.05.08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안 제일고 교사

코로나19 때문에 원격 수업해 오던 학생들이 5월 13일 고교 3학년부터 등교 수업에 들어간다. 한 주 뒤인 20일엔 고2, 중3, 초등1~2학년, 유치원, 또 한 주 뒤인 27일에는 고1, 중2, 초등3~4학년, 6월 1일에 마지막으로 중1, 초등5~6학년 순이다.

그러자 일부 학부모들이 “만약 내 아이가 약간이라도 이상 증세가 생기거나 그리 여겨 등교시키지 않더라도 결석처리하면 안 된다!”며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교육부가 “그럴 경우 증빙서류를 갖추면 출석으로 인정하겠다.”로 답을 했다. 이전에는 질병일지라도 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 결석(질병)이었다. 이 결정은 코로나19 때문에 이번에만 달라진 질병 결석 조치로 여기는데(코로나19가 물러간 뒤 질병으로 등교하지 않으면 당연히 ‘질병결석’으로 처리할 터) 이 기회에 '교육권'과 ' '학습권'을 다시 생각해본다.
 
헌법 제31조 규정을 보면, “①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고 하여 교육받고 시킬 권한과 의무가 학부모와 학생에게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교육기본법을 보면, “제3조(학습권)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12조(학습자) ①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 ② 교육내용ㆍ교육방법ㆍ교재 및 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마련되어야 한다.” 하여 학습권이 학생에게 있고, 그래서 당연히 학생의 기본인권과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역시 교육기본법 제13조(보호자)에 “ ①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②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하여 학부모가 자녀를 교육할 권리와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딱딱한 법조문을 길게 올려 죄송하기는 한데, 다시 말하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학부모가 가진 자녀 교육권과 책무를 다하기 위해 부모가 학교에 학생을 위탁했고 학교는 위탁한 학생을 교육하는 개념이다.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 누가 더 상위 지위를 갖는가는 위탁 계약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관행은 교육 당국이 갑의 권한을 행사해 개별 학부모의 등교선택권을 이제까지 인정해주지 않았다. 곧 아프든 아프지 아니하든, 학교 보내 공부시키기보다 더 나은 방법과 장소를 찾아 학부모가 등교의 가부를 결정할 권한을 가져야 하고(결석이나 지각 조퇴 때 병원 진단서니, 약봉지니, 학부모 확인서니 제시하느라 애쓴다) 이로 인한 불이익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게 헌법과 교육기본법의 원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어른들 얘기라 치고 학생 처지에서 보면, 위 두 법에서 규정한 진정한 "학습권"이란 학습을 받지 않을 권리를 포함해 학습 받을 대상을 선택할 권리도 포함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런 점에서 등교 가·부권을 1차로 학생에게, 2차로 학부모에게 주는 게 한발 나아가는 길이 아닌가 한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학부모와 학생의 등교선택 문제는 이전보다는 조금이라도 한발 앞으로 나아간 결정이라 하겠다. 이에 대해 학교 출결 제도를 그리 호락호락, 유명무실하게 운영하면 되겠나?
 
그러면 누가 학교를 제대로 보내려 하겠느냐며 걱정할 분들 계시겠다. 생각해보면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고 성찰하는 과정과 장소, 일을 학교만이 할 수 있다는 오만이랄까 기존 관점을 이젠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엄격한 현재 학교 출결 제도를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제안이다. 현행 규정은 질병이라도 학생이 수업일수의 2/3를 채우지 못하면 무조건 유급이다. 학교에서 담임교사의 과중한 업무 가운데 하나가 출결관리이다. 학생과 담임교사가 지각, 조퇴, 결석 사유를 두고 벌이는 줄다리기가 교무실에서 일상이다.
 
정한 등교 시간에 1분이라도 늦으면 지각이다. 하루 종일 잠만 자다 가는 학생들 많다. ‘집에서 편히 자면 될 터인데 강력한 출결 제도 때문에 서로 고생이구나.’ 잠자는 학생을 깨우다 벌어지는 다툼이 번져 교권 침해로, 학생 인권침해로 가는 경우도 많다.

왜 이런 엄격한 출결제도를 운영할까? 여러 요인이 있겠는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첫째는 사회가 떠안아야 할 청소년, 어린이 집단 수용 기능이다. 학교가 아니라면 일과 시간에 사회 곳곳에 나와 있을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인력을 많은 예산을 들여 배치, 운영해야 한다. 둘째로 은연중 기업가들 요구가 반영된 근면 성실 출근 훈련은 아닌가. 성실한 등교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아파도 나와야 한다는 의무감을 너무 일찍부터 강요하지 않느냐는 점이다. 셋째로 학교가 시대 변화나 청소년 심리 변화 요구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반작용이 아닌가. 엄격한 출결 제도가 무너지면 학교 제도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기에 강력히 고수하고 있지 않나 한다.

배움터는 반드시 학교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널려 있고 배움 시기는 아동 청소년기만이 아니라 평생이다. 학교 아닌 사회에서 배우고 머물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더 많은 시설과 인원을 배치하고 적절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