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학입시에 목매는 한국 사회
3. 대학입시에 목매는 한국 사회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0.03.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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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근 천안제일고 교사

'수능 대박', '수능 출정식', '수능 대박 기원 고사'

수능시험이 전쟁터에 나가는 비장함에 이르고 신을 불러오는 주술 경지까지 달했다. 수능 시험장 바깥 복도에 둔 가방에서 수험생 휴대전화기를 발견했다 해 부정행위자로 간주하는 매우 과도한 지침에 누구도 과하다 하지 않는 신성한 시험, 온 나라 야외 공사를 멈추고 심지어 비행기 이착륙까지 멈추며 온 국민이 숨죽이는 걸 보노라면 한편의 엄숙한 코미디극 같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미래는커녕 현실도 반영 못 하는, 시대에 매우 뒤떨어진 제도이다. 노태우 정부 때, 학력고사를 두고 암기 위주 줄 세우기 시험으로 다양성, 창의성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판이 일자 이를 대신해 자격고사 명목으로 설계한 게 수학능력시험이다.

설계자 박도순 교수의 의도는 ‘대학 공부에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통합교과형 시험’이었다. 그래서 읽고 쓰는 언어 영역과 논리력을 측정하는 수리 두 영역을 두려 했으나 학계와 교과의 요구로 영어, 사회, 과학 탐구를 더하며 누더기가 되었다. 게다가 학력고사식 점수 줄 세우기 기능을 겸하며 시대 불일치 괴물시험이 돼 버렸다. 인공지능, 다중지능 시대임에도 오지선다로 지식 암기력을 재는 이 방식은 작문, 서술, 논술로 보던 조선 시대 과거만도 못하다.
 
지난해 대입 전형 정시 비율을 놓고 논쟁이 치열했다.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학종)이 깜깜이라는 둥, 그래도 수능이 제일 공정하니 수능성적 위주인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둥.

대학입시 논쟁이 이처럼 치열한 까닭은 무엇일까? 가까운 단계부터 위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더는 뇌고 싶지 않지만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하는 주문 같은 서열이 SNS를 검색하면 떠돈다. 대학, 학과마다 특성이 있거늘 오로지 수능점수 순으로 학과를 무시하고 줄 세운다. 자연계 수능 고득점자들은 서울의대부터 제주의대까지 성적에 따라 자동 배치되다시피 진학한다. 한 나라의 이른바 ‘인재’들을 이처럼 한 개 학과에 ‘몰빵’시키는 현상이 정상인가. 지난 수십 년간 그래왔는데 한국의 의학 수준이 세계 최강이거나 노벨 의학상을 받기나 하는가?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고소득, 고직위, 명예, 직업 안정성, 정년이 보장되는 탄탄한 직장에 다니길 바란다. 그런 직업을 남보다 먼저, 쉽게 차지하기 위해선 이른바 ‘명문’ 대학과 특정 학과를 졸업해야 하고, 이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특목고나 자사고를 가려 하고, 이를 위해 국제중이니 영재반이니 경쟁한다. 이 경쟁 때문에 어린이집부터 또래보다 한 발짝 위로 올라서려는 까치발 싸움이 치열하다.
 
이를 위해 한국 사회가 들이는 사교육비와 비효율, 비교육 현상이 극심하다. 해결방안은?

하나는, 바라는 직업을 많이 만들면 된다. 산업 현장 인력 수요를 확대한다는 말보다는 직종 사이, 직업 사이, 직위 사이 벌어진 임금, 근무조건, 복지혜택의 격차 줄이기이다. 이런 면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복지 향상은 하루빨리 가야 할 길이다. 또, 특정 직업 선택을 가로막는 과도한 과정이나 진입 장벽도 낮춘다.

두 번째는 다수가 가고자 하는 학교와 학과의 정원을 늘린다. 이게 무슨 무책임한 얘기인고? 학과 전문성보다 희소성으로 경쟁이 치열하다면 희소성을 희석할 일이다. 양이 많으면 질이 높아진다 했다. 흔히 경쟁이 치열해야 우수 집단이 된다고 한다. 의대, 의전원, 법전원 정원을 늘려 의사와 변호사를 다수 배출시키면 경쟁이 치열해 우수한 의사, 법조인들이 많아지지 않겠나. 그러나 현실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두 전문대학원의 정원을 조정하고 있다. 국민의 뜻보다는 단체의 힘이 더 크게 작동한다.

한국 사회가 대학입시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우려면 직종 간 임금 격차와 노동조건, 복지의 차이를 줄이고 고소득을 보장한다는 특정 학과의 대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떤 노력도 언 발에 오줌 누기이고 사교육이란 밑 빠진 독 물 붓기를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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