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육’ 대신 ‘배/익/행/’, ‘학/습/행/’으로
1. ‘교육’ 대신 ‘배/익/행/’, ‘학/습/행/’으로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0.03.0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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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근 천안제일고 교사

“됐어(됐어) 이제 됐어(됐어) /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족해) 이젠 족해(족해) / 내 사투로 내가 늘어놓을래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 3집 앨범 교실 이데아 가사 일부 -
 
 
26년 전 노래다. 이런 비판, 지난 얘기일 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건만 인공지능 시대에 교육 부문은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다.

‘교육’이란 용어의 뜻을 새기면 ‘가르치고 기르는 일’로 <맹자>에 처음 나온다. 고대이니 당연 교수자가 주체인 용어이다. 서양은 ‘에듀케이션’과 ‘페다고지’인데 페다고지는 ‘교육노예가 어린이를 배움으로 이끈다’는 뜻이고 Education은 e(밖)+duco(꺼낸다)는 뜻으로 '바깥으로 끄집어내다'란 뜻이다.

서양이 동양보다 좀 더 학습자 중심, 능동성이 짙기는 하나 학습자를 객체로 보는 건 마찬가지다. 이처럼 교수자 중심인 ‘교육’이란 용어가 품는 상징과 체제를 수많은 정보와 지식이 내 손바닥 안에 있는 지금도 이어가야 할까.

‘교육’ 하면 어떤 말을 떠올릴까? ‘SKY캐슬’, ‘학교’, ‘학생’, ‘시험’, ‘성적’, ‘수능’, ‘대학입시’, ‘꼰대’, ‘선생’, 취업, ‘자녀’, ‘교칙’, ‘교복’….

따뜻함, 인간다움, 미래와 희망보다는 어두운 과거나 고단한 현실, 부정의 뜻을 떠올린다. 왜? 교육 미담으로 가끔 가난한 학생이 불굴의 투지로 뼈를 깎는 정진 끝에 우뚝한 성과를 내어 화제가 되기도 한다. 많은 나라가 헌법에 교육 평등권을 두어 인간 존엄과 부의 재분배를 위해 애쓴다. 그런데도 교육의 숱한 강점, 선한 뒷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다.

미셸 푸코는 학교가 군대나 감옥 같은 권력 장치라 했다. 부르디외나 번스타인도 교육이 계급, 문화, 불평등 격차를 키운다고 비판했다. 학교가 진실을 외면한다는 노엄촘스키의 지적, 가부장제를 재생산한다는 여성주의, 다수파가 소수파 문화를 억압한다는 다문화주의, 학교가 자본주의 방식으로 노동 분배와 공급을 담당하여 계급을 만들고 심화시킨다는 사회주의 관점에서 우리 교육은 얼마나 자유로울까?

오늘 우리 고민이나 희망을 짚어보자, 코로나19로 건강이 맨 앞설 테고 행복, 평안, 재산(부동산), 취업, 합격, 아이 성적….

사람마다 처지에 따라 부문과 앞뒤 순위가 다를 터이나 이들과 교육이란 말을 붙여 놓고 보면 관련이 깊다. 초중고 성적이 좋아야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가고, 취업 전쟁에서 이겨 탄탄한 회사에 합격하고 마땅한 벌이로 집도 사고 일상이 평안해져 행복하고 그래서 스트레스 줄어 건강하지 않겠나? 정부가 교육 관련 정책이나 제도를 바꿀라치면 많은 사람이 당장의 유불리를 따져 찬, 반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대학입시에 목매는 많은 사람이 날카롭게 맞선다.

인류는 대량 생산을 위한 컨베이어 시스템을 창안한 20세기 초에 근대 교육체계를 설계했다. 국가가 이름을 내걸고 만든 교육과정에 따라 정보와 지식을 조금 일찍, 더 많이 가진 교사들이, 나이로 나눈 급별 학생들을 학교라는 닫힌 공간에 대단위로 모아 엄격한 규율로 통제하며 조각난 지식을 암기시키고 오지선다 선택형 시험을 보게 해 순위를 매겨왔다. 이를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공장처럼 이른바 ‘불량품’으로 버리면 된다(중도탈락자들). 시대 모순이 가장 불거지는 곳이 교육의 핵심, 학교다. 학습자 중심으로 교육구조를 바꿔야 한다. 국가, 교수자 교육 독점 시대가 너무 길었다. 늦었지만 혁명할 때이다.

한국사회의 당면 과제인 교육 혁명을 위해선 먼저 ‘교육’이란 수직, 피동성 객체 용어부터 바꾸자. 기르고 가르치기보다는 ‘배워 익히고 (행)하고 돌아본다는(성찰)’ 뜻을 가진 순우리말로 ‘배익하돌’, 낯설면 ‘배익행성’, 줄여 ‘배익행’, 한자어를 꼭 써야 한다면 ‘학습행’ 이란 말을 시대에 걸맞게 새로 만들어 쓰자. 말이란 정신을 담는다고 했다. 시대에 뒤진 ‘교육’이란 말을 미련 없이 던져버릴 때다, 이미 늦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