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 선거연령 하향, ‘삶을 위한 교육’의 전환점이 되어야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 ‘삶을 위한 교육’의 전환점이 되어야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0.02.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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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곤 전교조 충남지부장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은 공정한 민주주의의 확장이다

필자는 교육 현장에서 국어 토론 수업의 주제로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찬반 토론을 해왔다. 찬성 입장은 청소년들의 능력을 믿으면 되고,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의 기본권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청소년의 주체적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달리 반대 입장은 인격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미성숙한 청소년이기에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에는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청소년의 능력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보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 한다면, 선거연령 하향은 우려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참여의 확장, 곧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하는 역사적 출발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선거연령 하향 논의를 시작한 지 20여 년 만에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9세였던 선거연령이 18세로 하향되었다. 정말 기쁘게 환영할 일이지만 그동안 찬반양론이 치열하게 대립하였고, 기성정치인들은 실리를 따지면서 18세 청소년을 정치의 장으로 초대하지 않았다. 이제 그런 몹쓸 정치적 이해타산(利害打算)은 버리고, 고령화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을 공정한 민주주의를 확장해야 한다.

교육기본법에는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한다”고 돼 있다.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민주당과 공화당의 공약을 토론한다. 자주적 생활 능력을 교실 현장에서 키우도록 하고, 건강한 민주시민으로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의 정치화는 세대 갈등이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몇몇 소수 기득권 세력에 치우친 상황으로 정치가 이루어진다면 다수의 소외된 사람(청년, 여성, 노동자, 장애인, 노인 등)들의 행복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삶을 위한 교육으로 전환, 민주시민 교육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선거연령 하향은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교육 목표와 ‘민주시민 교육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합한다. 그간 학교 내 정치 교육이 우리 삶과 분리되어 화석화되어 있었다면, ‘선거연령 하향’은 삶을 위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와 교육, 삶이 학교생활 속에 녹아나는 것이다.

정치 교육의 시작은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우리도 미국과 스웨덴의 학교 모의 선거를 모델로 하여 학교 현장에서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모의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중앙선관위에서는 지난 2월 6일 선거운동이 아닌 선거교육을 학교에서 실시하는 것을 불허했다. 선관위의 불가 결정 이유는 교사의 정치 중립성에 대한 불신과 정치 편향교육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교사는 학교 밖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해도 처벌받는다. 수업시간이나 교육 활동 중에는 더하다. 무심코 나오는 한두 마디 정치 소신 발언에도 학생들의 눈치가 보이는 세상이다. 하물며 어떤 교사가 사회적 물의와 법에 따른 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선거교육과 모의투표 시간에 선거권도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나 '선거운동'을 하겠는가? 그런데도 선관위는 지극히 예외적이고 개인 일탈적인 교원의 '선거운동' 사태를 미리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학교 모의 선거 자체를 금지했다.

무엇보다도 선관위는 잘못된 교사관과 학생관을 바탕으로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의 다양성을 막고 있다. 학생들이 교사가 정치편향 교육을 하면 교사의 정치적 견해에 영혼 없이 따른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요즘 학생들은 예전만큼 교사의존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선관위의 학교 모의 선거 불가 결정은 교사와 학생의 순수한 관계를 신뢰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교사의 교권과 교육감의 교육행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이고 반교육적인 시대 역행 조치이기에 당장 철회해야 한다. 그래야만 청소년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가 밝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