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제 함께 이야기하자
교육, 이제 함께 이야기하자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0.01.1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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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당진시 우강초등학교 교사

우리 모두가 경험한 곳이 있다. 모두가 한마디씩 할 수 있고, 모두가 전문가인 곳이 있다. 지금의 의무교육을 기준으로 해도 최소 9년 이상을 지내와서 각자의 수많은 경험을 두고두고 꺼내어 이야기할 수 있는 곳, 바로 학교다.

그런데 그 각자의 경험들이 정말 다양하다. 때로는 액션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때로는 국가대표의 훈련장 같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로맨스의 장이기도 했고, 또 누군가에게는 성취의 장이기도 했을 것이며 그 모든 것을 담아낸 삶의 장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것이 학교다.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각자의 경험과 기억이 다른 것만큼이나, 그 교육의 정의나 방향성이 다르다. 단편적으로 교육=공부(입시)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지금의 학교는 교육의 이름으로 너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학습과 생활교육 등 기본적인 역할부터 보육(돌봄), 안전, 놀이, 행정, 재정, 지역사업 등 많은 것들이 들어와 있다. 그러한 것들이 학교로 하나둘씩 들어오는 결정은 누가 한 것일까?

사실 학교는 무엇인가를 직접 결정해 본 일이 드물다.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만들고 실행하는데 무슨 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학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치적인 입김이나 여론의 힘에 또는 사회적 필요성에 학교로 떠밀리듯 밀려 들어온 것이 부지기수다. 그 과정에서 그것들이 교육적인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말로는 백년대계를 이야기하지만, 이것이 지금 학교가 그리고 학교에서 만들어가는 교육이 처한 현실이다.

4차 혁명을 이야기하고, AI를 이야기한다. 한쪽에서는 인구절벽을 이야기한다. 여기저기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당면한 문제를 이야기한다.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오랜 시간 공들여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그런 다양한 문제를 푸는 시발점은 무엇일까? 나는 교육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그 흐름을 바꾸는 데에는 한 세대가 걸린다. 그 흐름을 바꾸는 세대를 키워내는 역할을 교육 이외에 무엇이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 교육을 함께 이야기하지 않는다. 내 눈앞에 있는 현실만 이야기한다. 더 늦지 않게 함께 모여 교육을 이야기하자.

시작은 학교부터다. 학교에서는 신뢰를 회복하자. 학교의 교육철학과 비전을 만들고 충실하게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한 걸음씩 단단하게 내딛는 모습을 보여주자.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참여와 소통의 자리를 꾸준히 열자. 함께 나누며 이야기를 만들어 내자. 이야기가 퍼지고 전해져 또 다른 이야기의 씨앗이 되도록 하자. 그것이 시작이다.

사회는 학교를 믿고 관심을 갖자. 우리가 기억하는 학교와 지금의 학교는 다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학교를 운영하는 원리는 계속 바뀌어 왔다. 새로운 시대의 교사들이 새로운 교육의 방향성을 잡고 애쓴다. 일부의 모습들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처해있는 현실 속에서 애쓰며 길을 찾고 있다. 믿고 격려해주면 분명 길을 찾을 것이다. 교육의 문제를 학교라는 테두리에만 던져놓지 말고 관심을 갖고 함께 이야기하자. 교육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다.

국가는 국가의 일을 하자. 교육부는 (대학) 입시부가 아니다. 교육위원회 구성을 바로 하고 제대로 가동하여 국민과 교육계의 이야기와 요구들을 충분히 수렴하고 비전을 제시하자. 그리하여 모두가 교육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하자.

나는 일상에서 교육을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마주한 현실도 좋지만, 현실 너머를 이야기하고 싶다. 함께 교육을 이야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