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75세, 연극이 즐거워 무대에 서다
평균 나이 75세, 연극이 즐거워 무대에 서다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10.0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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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언제나 청춘인 실버극단 ‘언제나청춘’

청춘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것도 이미 옛말. 이제 ‘인생은 80부터’임을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어르신들이 있다.
 
불당동 어느 학원빌딩 지하실, 이곳인가 싶어 기웃거리니 유쾌한 웃음소리와 신나는 음악 소리가 간간이 들려 와락 문을 열었다.

천안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불당동 길거리에서나 뵐듯한 멋쟁이 할머니들 여덟 분이 한눈에 들어왔다.

본인 대사를 외우거나 대본을 손에 들고도 한창 연습이 진행 중인 무대에 눈을 못 떼는 어르신들. 10월 26일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는 작품의 무대 공연을 앞둔 극단 '언제나 청춘'의 단원들이다.

쉬는 시간도 없는 어르신들의 계속되는 연습 강행군에 관객 모드로 1시간 넘게 공연 연습을 참관했다.

처음에는 평균 나이 75세 연세 탓인지 자꾸 대사나 동작을 까먹어 연출자 선생님의 컷과 함께 까르르 웃음이 터지곤 해 가슴을 졸이며 보게 됐지만, 그것도 잠시. 안되면 될 때까지 수없이 반복하는 연습으로 완벽한 합이 이루어질 때마다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뒤늦게 찾아온 무더위 탓에 30평은 될 법한 지하 연습장 무더위를 선풍기 한 대로 몰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도 어르신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힘든 연기도 NG 없이 척척들 해내 감탄을 자아냈다.
 

4년 전 쌍용복지관 연극반 인연, 4번째 무대
 
회장인 황공례 할머니는 “우리가 이래 봬도 평균나이 75세야. 83세 최고령부터 74세 막내까지 한마음으로 모여 몇 년째 나름 멋진 무대를 올리고 있다”고 자랑이다.

실제로 4년 전 처음 쌍용사회복지관 연극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다는 어르신들이 비록 서툴렀지만, 이때의 짜릿한 기억을 잊지 못해 80대 고령에도 몇 년째 스스로 신입 회원을 모집하고, 이제는 사라진 연습 공간을 찾던 중 올해 엔지오 주민동아리사업에 선정돼 이곳 불당동 연습장까지 오게 되었다고.

이곳에는 71세에 무용강사 자격증을 따고 오전에는 노인대학에서 무용을 가르치고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며 연습 오는 83세 최옥순 할머니처럼 젊은이들보다 펄펄 에너지가 넘치는 어르신들이 대다수다.
 

최고령 83세, 멋쟁이 어르신들의 유쾌한 초대
 
이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멋진 공연을 위해 매주 화요일 어김없이 안서동, 원성동, 쌍용동 등 시내 곳곳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오는 어르신들은 “이번 공연이 끝나도 앞으로 계속 활동하고 싶다. 나이가 많다 보니 좀 힘들어도 건강도 다지며 더 열심히 연습해 해외 무대까지 진출하는 게 꿈”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전한다.

“집에서도 계속 대사를 외우지만 아직도 헷갈려 걱정”이라는 최고령 이순자 할머니의 걱정과 “작년에는 분장도 멋지게 하고 무대가 넓어 관객이 엄청 많았는데 올해는 무대가 좁아 적게 올까 걱정”이라는 자신만만 무한긍정의 어르신들.

이것이 어르신들 왕성한 에너지와 젊음의 비결인 듯. 연출을 맡은 ‘윤혜영 강사가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꼭 써달라’는 유쾌한 어르신들의 입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10월 26일 오후 2시, 여덟 명의 멋쟁이 어르신들이 꾸미는 신명 나는 무대에 꼭 가봐야 할 이유다!
 
극단 언제나청춘 문의: 010-4099-8728
 
시민리포터 신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