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발견하는 역사의 흔적 ‘선사시대의 길’
동네에서 발견하는 역사의 흔적 ‘선사시대의 길’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7.12.15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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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를 찬찬히 걸으며 발견하는 기나긴 역사

기획 -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다

지명은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다. 천안(天安).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도시. 지명에 최고의 찬사가 담겼다. 하지만, 그 엄청난 의미를 지녔음에도 정작 천안의 본 모습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천안을 소개할라치면 오래도록 뜸을 들이게 된다.

3년 전 고장의 아름다움을 찾아보고자 하는 이들이 모여 도솔 둘레길을 찾고, 걷기 시작했다. 이들은 천안을 상징하는 오룡쟁주를 중심으로 12구간을 정리해 매월 한 구간씩 걷고 있다.

천안아산신문은 천안시민들과 함께 도솔 둘레길 12구간을 함께 걸으며 구간을 소개하는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시민들이 직접 내 고장을 알아보고자 하는 소중한 마음과 함께 도솔 둘레길의 아름다움과 곳곳에 숨은 천안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다⑧ - 동네에서 발견하는 역사의 흔적 ‘선사시대의 길’

내가 사는 동네를 찬찬히 걸으며 발견하는 기나긴 역사

날이 제법 쌀쌀하다. 12월 들어서기 무섭게 싸늘한 바람이 달려들고, 급기야는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졌다. 12월 도솔 둘레길은 강추위의 위협이 이어지던 9일(토) 진행했다.

그동안 도솔 둘레길은 천안을 둘러싸고 있어 수많은 역사적 흔적을 담아낸 산을 걸었다. 반면, 11월 12월은 천안을 가로질러 곳곳을 걷는 구간이다. 11월은 망향의 동산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해 망향휴게소 - 요방1리 - 국사봉 - 천안IC 전망대 - 두정동 공단 - 두정역에서 맺었다. 12월은 그를 이어나가는 구간이다. 두정역에서 출발해 두정동 선사유적지 - 노태산 - 백석동 현대아파트를 거쳐 봉서산 - 불당동 선사유적지 - 쌍용도서관 - 불당동 원형육교까지다. 곳곳에 역사의 흔적이 자리하고 있기에 이름 하여 ‘선사시대의 길’. ‘천안 사랑 뽈레 뽈레 도솔 둘레길 걷기(이하 도솔 둘레길)’ 구간을 정리한 한마음고등학교 구자명 교장이 붙인 이름이다.

 

공원이 곧 박물관, 산책길에 발견하는 오랜 역사 =

토요일 오전 오가는 이들로 분주한 두정역에 도솔 둘레길 참가자들이 모였다.

두정동 유적지 앞의 참가자들

12월 도솔 둘레길은 천안시내 곳곳을 지나는 구간이다. 두정동에서 백석동 쌍용동 불당동을 한걸음에 잇는다. 괴나리봇짐 메고 산길을 넘고 넘어 옆 고장을 찾던 그 옛날을 가늠케 하는 일정이다. 평소에는 바쁜 핑계 대며 눈에 담지 않던 구석구석을 찬찬한 걸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두정역을 출발해 처음 들른 곳은 두정도서관 옆 유적지다. 두정동 유적은 택지개발 과정에서 확인된 유적으로, 1999년 발굴조사를 했다. 토광묘 옹관요 분구묘 등 청동기 백제시대 초기로 편년될 수 있는 주거 및 분묘유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3~4세기 백제 관련 문화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그저 도서관 옆 작은 공원인 줄로만 알았던 곳에는 몇 천 년 앞선 역사의 흔적이 자리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하자면, 그렇게 오래 두정도서관을 오갔음에도 유적지가 있음을 이날 처음 알았다. 등잔 밑이 이리도 어두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쁜 일정을 핑계 삼아 목적한 것 외에 둘러보지 않는 삶이란 그런 법이다. 분명 근처에 오래도록 머물고 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두정동 역사유적 

 

어디 그것이 공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 내 주변에 항상 머무는 사람들의 소중함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쳤는지 모를 일이다. 여유를 갖고, 깊고 너른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도솔 둘레길이 주는 또 하나의 깨달음이다.

 

복잡한 세상살이 털어버리고 갈 수 있는 도심 속 자연 =

이어 도달한 곳은 노태산이다. 오르기 어렵지 않아 두정동 주민들의 산책코스로 사랑받는 곳이다. 걷는 듯 오르는 듯 정상까지 가는 동안 갑작스런 사람의 등장에 긴장한 겨울산은‘도깨비바늘’, 일명 ‘도깨비풀’을 내세워 텃세를 부렸다. 도시촌뜨기는 이런 경험이 처음인 지라 침 꽂듯 온 몸 곳곳에 흔적을 남기는 위세에 잠시 긴장. 하지만 이것이 자신의 터를 지키려는 자연의 모습이니 곧 마음을 내려놓는다. 몸 곳곳에 붙은 도깨비풀을 뜯어내는 덕분에 잠깐 숨을 고른다.

백석동 현대아파트 뒷문에서 봉서산 가는 길

노태산을 내려서면 이제 백석동. 백석동 현대아파트를 가로질러 봉서산을 오를 차례다. 길이 가팔라 어지간한 산 정상 타듯 가쁜 호흡이 터졌다. 덕분에 아파트 뒷문을 넘어서 5분 정도 걸으니 바로 봉서산 정상. 천안에 터를 잡고 처음 산 곳이 봉서산 옆이라 자주 오가던 곳이었음에도 정상은 처음이다. 평평한 그곳에 앉아 있노라니 사는 곳 가까이 이와 같은 자연환경을 두었음은 어디에도 없는 행운임이 실감난다. 백석동 현대아파트 뒷문은 오전 5시~오후 7시만 연다.

 

 

봉서산을 내려가는 동안에는 동네 주민들을 곧잘 만나게 된다.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산책길임에는 분명한 것이 곳곳에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근처에 살며 자주 오가던 십여 년 전보다도 훨씬 다듬어진 모양새다. 사람이 많이 오가고 관심 갖고 지켜보면 역시, 무시할 수 없이 그곳은 갖추어지고 다듬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 지역 곳곳을 잘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꽁꽁 숨겨 가까이 갈 수 없는 선사유적에 안타까운 탄식만 =

그 마음이 더욱 절실해진 것은 불당동 선사유적지에 다다라서였다. 봉서산에서 생태통로로 연결된 불당동 선사유적지는 두정동과 마찬가지로 택지 개발사업 과정 중 2002년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개발하고 유적을 정비해 복원 조성한 곳이다. 청동기 시대의 집자리와 후대 무덤이 발굴되었으며, 긴 방형 주거지가 특징이라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철제로 막아놓은 불당동 선사유적

그런데 안타깝게도 유적에는 철제벽이 세워져 있었고, 무덤에는 플라스틱 패널이 씌워져 있었다. 초반에는 누구나 가까이 가서 청동기 시대 삶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도무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지금 모습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관리할 수 없으니 훼손을 우려해 이와 같은 결정이 내려졌겠으나 내 고장 구석구석에 관심 갖고 함께 지켜보았더라면 소중한 명소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고장을 지켜보아야 함은 그래서 또 다짐이 된다.

2017년의 도솔 둘레길은 두정동부터 불당동까지 이은 ‘선사시대의 길’로 마무리 되었다. 끝은 아니다. 2017년의 끝이 2018년의 시작과 맞닿듯 도솔 둘레길은 계속 이어진다. 산과 산을 잇고 동네와 동네를 이으며 내 고장 천안 구석구석을 외우듯 밟는다. 그를 통해 얻게 된 것은 평범한 공간이 주는 새로움. 자주 보아야 의미를 갖는다.

한 달 후 다가오는 도솔 둘레길 걷기는 2018년을 여는 걸음이기에 그래서 또 새롭다. 2018년 1월의 도솔 둘레길은 특히, 새해를 맞아 천안의 근원을 찾는 시간을 갖는 구간 사산(성환읍, 직산읍, 남서울대 - 성산 - 직산 시름새)을 찾는다.

 

◈ 2018년 1월 둘레길 걷기 안내

3년 전부터 한마음고등학교 구자명 교장과 천안시민들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천안 사랑 뽈레 뽈레 도솔 둘레길 걷기(이하 도솔 둘레길)’를 진행하고 있다. 구자명 교장은 천안을 상징하는 오룡쟁주를 중심으로 한 걷기 길 7구간과 천안의 명산 5곳을 묶어 총 12구간을 정리(천안아산내일신문 1228호 3면 참조)해 3월~이듬해 2월 걷기를 진행한다.

2018년 1월 도솔 둘레길은 남서울대 뒤 사산을 찾아 천안의 근원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사산에는 온조왕 사당이 있다. 백제의 첫 도읍지인 위례성이 직산이었음을 언급하는 역사학자들의 해석이 나옴에 따라 주목받는 곳으로, 그와 관련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2018년 1월 도솔 둘레길은 13일(토) 진행할 예정이다.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고 싶거나 또는 구간에 대한 문의사항이 있는 경우 문자(010-6422-7580)나 이메일(wlzladl99@hanmail.net)로 연락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 구자명 교장이 조성한 도솔 둘레길 경로

1구간(박물관 길) : 천안박물관 - 청수고 - 삼거리 변전소 - 굴울마을 - 구성산(장태산) - 유량고개

2구간(왕건의 길) : 유량고개 - 태조산 - 유왕골 약수터 삼거리 - 각원사 - 24번 종점

3구간(깨달음의 길) : 청송사 - 태조산 구름다리 - 태조산 삼거리 - 유왕골 약수터 - 왕자산 - 상명대

4구간(‘나비날다’ 길) : 상명대 - 성거산 - 성거갈림길 - 운암저수지 - 망향봉 - 망향의 동산(석교리)

5구간(근대화의 길) : 망향의 동산(석교리) - 망향휴게소 - 요방1리 - 국사봉 - 천안 IC 전망대 - 두정동공단 - 두정역 - 두정동 선사유적지 - 노태산 - 백석동 현대A

6구간(선사시대의 길) : 백석동 현대아파트 - 봉서산 - 불당동 선사유적지 - 쌍용도서관 - 월봉산 - 쌍용고 - 삼일원앙A - 용곡중학교

7구간(오룡쟁주의 길) : 용곡중학교 - 일봉산 - 천안 상수도 관리소 - 남산 - 수도산 - 청수신시가지 - 천안박물관

8구간 : 태학산(풍세면, 태학산 자연휴양림 - 태학산 - 태학사 - 주차장)

9구간 : 광덕산(광덕면, 주차장 - 부용묘 - 장군바위 - 광덕산 - 광덕사 - 광덕사 주차장)

10구간 : 사산(성환읍, 직산읍, 남서울대 - 성산 - 직산 시름새)

11구간 : 은석산(북면, 병천면, 주차장 - 정자 - 은석산 - 박문수어사묘 - 은석사 - 주차장)

12구간 : 흑성산(목천면, 유량고개 - 패러글라이딩 장소 - 흑성산 - 일출장소 - 독립기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