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발자전거 동호회 (사)한국외발자전거협회 ‘천안삼거리클럽’
외발자전거 동호회 (사)한국외발자전거협회 ‘천안삼거리클럽’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8.0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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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만 도전해보세요. 충분히 탈 수 있어요!”

외발자전거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서커스에서 곡예를 부리는 수단? 이제 그런 인식에서 탈피한 지 오래다. 외발자전거는 이미 세계인이 즐기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2000만 명의 동호인들이 즐기는 신흥 레저 스포츠로 부상했다. 특히 일본 초등학교 98%가 ‘머리 좋아지는 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외발자전거 타기를 가르친다.
외발자전거가 인지능력 향상과 신체발달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자 충남교육청도 초등 체육교사를 대상으로 6월 21일부터 외발자전거 직무연수를 진행해 초등생들에게 외발자전거 교육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계대회가 열려 한국인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외발자전거대회(UNICON19)’는 세계 외발자전거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권위 있는 대회로, 34개국 1194명이 모여 경기를 치렀다. 7월 29일부터 8월 10일까지 로드, 업&다운 힐, 휠워킹, 스탠딩, 크로스컨트리, 프리스타일, 마라톤코스, 100Km 등 38가지 종목을 진행했다.
외발자전거동호회 ‘천안삼거리클럽’은 총 9명이 출전했다. 참가자들은 세계 최고 선수들의 월등한 실력을 눈앞에서 감상하며 축제처럼 대회를 즐겼다.

“외발자전거의 매력, 모르는 게 안타까워”

외발자전거는 균형을 잡는 게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소뇌가 자극돼 두뇌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또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척추를 똑바로 세워줘 척추측만증 예방에도 좋고 평형감각과 반사신경, 민첩성 등을 기르는 데도 효과적이어서 최근 들어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좋을 스포츠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천안삼거리클럽 이영우(57) 회장은 “8시간만 꾸준히 익히면 전진할 수 있다. 해보니까 이보다 더 좋은 스포츠가 어디 있을까 싶다. 외발자전거는 아무리 비싸도 다른 운동 장비처럼 초고가가 없다. 또 실력에 구애받지 않고 가족이 동시에 탈 수 있다. ‘난 안 돼’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못 해서 그렇지, 정말 매력 넘치는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천안삼거리클럽 이영우 회장
천안삼거리클럽 이영우 회장

천안 유일 외발자전거 동호회 ‘천안삼거리클럽’

이영우 회장은 천안에서 외발자전거 자체가 낯설 때인 2013년부터 외발자전거의 매력을 알아채고 그 장점을 알리는 데 앞장서 온 인물이다. 이 회장은 “허리가 아파 고생했는데 인터넷에 허리에 좋은 운동으로 나와 있어서 시작해봤다. 당시 천안은 배울 곳이 없어서 거의 독학했다. 운동신경이 꽝이어서 못할 줄 알았는데 해보니까 되더라. 무척 재밌었다. 수술할 뻔한 허리는 깨끗이 나았다. 정말 좋은 운동이라는 생각에 아는 형에게 모임을 제안해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등록회원은 약 80여 명으로 늘었다. 상시 나오는 회원들은 30~40명쯤. 동호인들은 주말 오후 4시 이후면 주로 천안삼거리공원에서 외발자전거를 즐긴다.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타는 가족도 쉽게 눈에 띈다. 주말 오전 6시~9시엔 태조산에서도 외발자전거 동호인들을 만날 수 있다.
이 회장은 “우리 동호회는 취미로 즐기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으며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없이 즐겁게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현재 중1인 권하진양은 초등 4학년 때 전국외발자전거대회에 출전해 2등으로 입상할 만큼 출중한 실력을 보여줘 기대주로 성장하고 있다.

동호회 안에서 실천하는 민주주의, 회원들 만족도 높아

충남 전역에서도 천안삼거리클럽만큼 활성화돼있는 동호회는 드물다. 이 모임이 잘 유지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배우는 비용이 안 든다. 게다가 회비도 저렴하다. 가족 수가 몇 명이든 한 가족당 회비가 1만 원이다. 이영우 회장은 동호회가 가족소통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장점을 널리 알리고 싶어 가족부담을 대폭 줄였다.

 

“월 1만원씩 1년 모아야 얼마나 큰돈이 되겠어요. 근데 모든 크고 작은 행사를 치러도 경비가 부족하지 않아요.”
회원들이 모이는 날이면 음료와 과일을 나눠 먹는다. 야유회와 송년회도 한다. 또 대회 출전비도 50% 지원한다. 총액은 뻔할 텐데 어떻게 비용을 절감하는 걸까.
“주어진 돈을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실제 운영하면서 잘 알게 됐어요. 우리 동호회는 회원들이 공감할 수 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는 민주적인 구조예요. 자신이 참석하지 못해도 행사가 있으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더 내는 회원이 많아요. 어떤 경우는 후원금이 더 많아 회비가 남는 일도 있었어요.”
자발적인 후원이 많은 만큼 동호회 분위기는 아주 좋다. 아이들을 마음 놓고 데려갈 수 있어 더 돈독하다.
“처음부터 회비 낼 생각 말고 어느 정도 배워서 할만하다 싶으면 그때 내세요. 외발자전거도 처음부터 살 필요 없어요. 무상으로 빌려드려요. 우리 동호회는 신기할 정도로 유대감이 좋아요. 외발자전거의 매력을 같이 느껴보시면 참 좋겠습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