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인터뷰 - 천안창작촌 건립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이수문 대표
집중 인터뷰 - 천안창작촌 건립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이수문 대표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6.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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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과 열정 가진 예술인들 도태되지 않도록 난 그저 거들뿐”
‘화이트블럭’이 무상 제공한 예술가 작업공간 ‘천안창작촌’, 광덕산 인근 11일(월) 개관

천안 광덕산 아래 ‘천안창작촌’이 생겼다. 지난 11일(월) 정식 개관했고, 예술가 16인이 입주해 작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가들은 약 4.7m 층고에 달하는 쾌적한 개인 작업실을 겸한 최신시설의 주거공간에 모두 무료로 입주했다. 입주작가들은 1~2년간 경제적 부담 없이 안정된 공간에서 마음껏 작업할 수 있게 됐다. 대지면적 약 7,590m²에 달하는 천안창작촌은 개인작업실 외에도 작가 공동 커뮤니티 공간, 휴게공간, 사무실, 웰컴센터 등을 갖췄다.
천안창작촌을 건립한 이는 이수문(70)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대표다. 토지 매입부터 건물을 짓고 관리 운영하는 비용까지 모두 사비로 감당하면서 작가들에겐 단지 전기요금만 부담하게 했다.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이미 파주 헤이리에 4기째 작가들을 모집해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있었다. 레지던시란 예술가들에게 입주할 공간을 제공해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쭉 유지하면서 오히려 더 규모를 늘려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천안창작촌 입주작가의 만족도는 높다. 강유진 작가는 “지금까지 이용했던 레지던시 중 가장 시설이 좋다.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그의 깜짝 이력은 또 있다. 국민 뮤지컬로 불리는 ‘명성황후’ 제작이다. 중1 때부터 연극을 했고 밴드부, 군악대 생활도 했던 이 대표에게 조창걸 한샘 창업자의 자극이 계기가 됐다.
“우리도 세계적인 뮤지컬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주머닛돈을 털어 뮤지컬 본고장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 등에서 자료를 수집했지요. 뮤지컬의 제왕 캐머런 매킨토시와 일본 연극계 대부 아사리 게이타를 만나 조언도 들었어요.”
조창걸 창업자의 도움을 받아 이문열 작가, 윤호진 연출가와 박칼린 음악감독을 섭외하고 철저히 준비한 후 무대에 올린 명성황후. 뮤지컬 명성황후가 처음 무대에 오른 1995년은 공교롭게도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수문 대표와 천안창작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주 헤이리에 이은 두 번째 레지던시인데, 연관이 있나요

파주 헤이리에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이 있어요. 2011년 개관한 사립미술관인데, 여기에 작가들 레지던시를 운영해요. 기마다 4명씩 총 16명이 작업했거나 현재 하고 있어요. 천안창작촌 입주작가는 5기인 셈이죠.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자랑거리가 있다면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총 6개의 대형 전시실이 있는데 흰색 외벽과 투명한 유리가 건물을 감싸고 있어 실내와 외부의 자연이 소통하는 구조입니다.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게 지었어요. 2011년 AIA(미국건축가협회) 건축 디자인상을, 2013년엔 제1회 파주시 건축문화상을 수상했죠. 지명현상설계(지명된 설계업체만 참여시켜 공모하는 설계 방식)로 박진희 건축가가 설계했어요.

왜 작가들의 레지던시를 짓게 됐나요

국내 미대 졸업자가 연간 2만 명이 넘지만 졸업 후 약 5년이 지나면 겨우 5%만 전업 작가로 남아요. 벌이가 쉽지 않잖아요. 일할 자리가 많지 않고 작품 판매는 거의 안 되고.
또 작업장 없는 작가가 매우 많아요. 우선 작업장을 제공해주자 싶었죠. 열심히 작업해서 10년쯤 지난 뒤 세계적인 작가가 나오면 좋고 안 나와도 괜찮아요.

저렴하게 임대해도 될 텐데 왜 무상제공 하나요

능력과 열정은 있는데 심지어 재료 살 돈이 없는 작가들도 있어요. 경제적 여건 때문에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이 있어야겠죠? 그래서죠. 이왕 하는 거.

입주작가들 선정조건은 어떠하며 의무사항은 없나요

심사할 때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라는 기준만 정해주고 나머지는 심사위원들에게 맡겼어요. 남자의 경우 대학 졸업하고 군대 갔다 와서, 작업한 지 10년쯤 지나면 이 길을 계속 갈지 말지 매우 갈등해요. 또 그 후 10년쯤 지나면 계속 갈 사람들은 가고 있거든요.
레지던시에선 여러 작가와 교류하게 되고 자신의 위치를 판단할 수 있죠. 또 40대 중반은 20년 이상 계속했던 사람들이니까 작가들이 모여서 고민하고 토론하고 작업하는 장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1년과 2년 중 선택해서 응모하게끔 했고 전기요금만 본인 부담이에요.

재력과 뜻이 있어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한샘과 현대종합목재에서 직장생활을 한 후 레인지 후드 업체 ‘하츠’를 창업했는데 잘 됐어요. 근데 건강 때문에 의사가 일을 그만두라고 해서 회사를 매각했죠.
파주와 천안 양쪽 토지 매입과 설계건축비 포함하면 이미 140억 정도 들어갔지요. 회사 매각한 돈으로 대고 있어요. 다 쓰고 죽어야지요. 다만 지속가능한 경영을 고민해요. 대를 이어서 하려고요. 거창한 공익사업이라고 생각 안 해요. 하다 보니 잘 되길 바랄 뿐이고 결과가 좋으면 다행인 거죠.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작가들의 공동 커뮤니티 공간과 미술관을 지을 거예요. 그림을 사고파는 갤러리가 아니라 누구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죠. 다른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비용을 충당하려고요. 작가들을 귀찮게 하고 싶진 않지만 지역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고민하고 있어요.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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