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의 비중을 키우는 것은 찬성하지만…
정시의 비중을 키우는 것은 찬성하지만…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5.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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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처럼 교육정책을 바꾼다는 이야기가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온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과거 교육과정의 모습을 벗어버리기 위한 노력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본래 좋은 점은 채택하고 부족한 것은 바꾸고 보완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에는 현 교육과정과 정 반대의 정책을 매번 내놓고 있습니다. 그것이 정말 필요에 의한 것이라면 좋겠지만 자주 이야기 했듯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있으니 늘 새로운 정책에 대해 정말로 할 말이 많아집니다. 
이번에는 정시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수시와 정시를 연계 또는 통합하겠다는 안건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확정안은 아니고 몇 가지의 시안 중 하나지만 지금까지처럼 1안에 수시·정시 통합 안건을 제시함으로서 현재 주장하는 방향은 수시와 수능의 통합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높아진 수시의 비중을 줄이고 수능의 비중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하며 이에 따라 대학에는 정시 인원을 늘릴 것을 권고했습니다.
저 또한 정시 비중이 커져야 한다는 것에는 매우 동의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7월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손을 놓아버리는 고3 학생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2학기에 수업하는 내용, 특히 공대를 지원한 이과생의 경우 기하와 벡터라는 과목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2학기 공간에 대한 부분을 전혀 공부하지 않고 일단 합격만 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놀기만 합니다. 학교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심지어 학교 출석도 제대로 안하는 학생이 있다고 합니다. 이미 합격해 아무 부담이 없기에 그 학생들을 잡아줄 제도가 수능이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히 준비된 제도가 필요합니다.
현재 교육부는 꾸준하게 수능 절대평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작년에 보류했던 시안과 같은 시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1안으로 수능 절대평가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수능 절대평가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특별히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절대평가로 인해 몇 배로 늘어나게 될 1등급 학생들을 어떻게 대학교에서 선발하는가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이에 대해 절대평가 후 그 안에서 다시 상대평가를 하자는 황당한 해답을 제시한 것만 봐도 지금까지 큰 고민 없이 여러 방안을 내놓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계속 결정을 미루기만 하는 모습도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게다가 이 수능 절대평가라는 것이 오히려 수능 비중을 줄이는 꼴이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됩니다. 90점만 넘어도 1등급이 되는 수능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면 변별력이 떨어지고 대학에서는 당연히 수능 이외 다른 선별 방안들을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그것이 면접이든 대학교에서 보는 자체 시험이든 말이죠. 그렇게 되면 당연하게도 수능의 중요성은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함께 주장하고 있는 최저등급 폐지 또한 수능의 비중을 줄이는데 한 몫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최저등급의 필요성에 대한 부분은 제외하더라도 많은 학생들이 최저등급을 위해 수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없앤다면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전보다 더욱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물론 수능과 수시를 통합했을 때 이러한 일에 대한 대책을 미리 예측하고 마련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아직까지는 정확하게 결정된 것이 없으니 걱정이 앞설 뿐입니다.
또한 수능의 비중을 크게 하면 현재 교육부에서 폐지까지 이야기 했던 특목고 자사고가 다시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수능 위주의 학교로 변질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학교들이 또 다시 좋은 입시 실적을 위해 수능 위주 교육을 택하는 일이 생기게 될 지 모르죠.
매번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너무 갑작스럽게 빠르게,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바꾸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한 이야기들은 아직 입시정책이 정해지기 전이기 때문에 너무 예민하게 걱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걱정이 지나친 걱정이길 바랍니다.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벌써 고등학교에 대해 걱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결정된 것이 없으니 전전긍긍 하는 상황이죠. 대책은 없이 그저 주장만 하는 정책으로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미스터밥 입시전략연구소정철호 수석연구원041-555-7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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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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