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양3리 소규모마을축제 어우렁~더우렁
봉양3리 소규모마을축제 어우렁~더우렁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12.21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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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양3리 소규모마을축제지원사업 성과공유회를 찾아

12월 1일 소규모마을축제 성과공유회가 있던 날, 마을주민들 대부분이 벼농사를 짓고 특산물로 배 과수를 재배한다는 성남면 봉양3리에 다녀왔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풍성했던 들판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다 내어준 뒤 빈 들이 되어 오히려 너무나 평온해 보이고 여유 있어 보이던 봉양3리.

마을 입구에는 300년이 넘은 참나무와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200여 년 전부터 정월 14일 날 동네 남자들이 직접 산에 가서 오리목을 구해와 장승을 깎아 만들고, 여자들은 세부적인 것을 준비하여 장승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산에 가서 나무를 해오는 일이 어려운 일이다 보니 이제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주민들이 줄어 20여 년 전 장승을 돌로 세워 대체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오리목으로 솟대를 만들고 금줄을 꼬아 장승제를 모십니다. 모든 주민이 장승제에 함께 참여하여 마을의 평온과 안녕을 염원하는 소지를 올리는 장승제. 유래가 깊은 장승제를 명맥 유지 하는 것에 자부심이 대단한 봉양3리입니다.

봉양3리 류계열 이장님은 평소 마을에 활력을 줄 수 있는 활동들을 고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면사무소에 갔다가 우연히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 포스터를 보고 새싹마을공모사업을 하게 되었고, 새싹마을공모사업을 통해 마을의 자원인 장승의 보호 차원에서 스텐볼라드를 설치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장님은 “스텐볼라드를 설치한 후 어느 날 화물차가 잘못 들어왔다가 그걸 치고 갔다. 작년에 새싹마을공모사업을 통해 설치한 스텐볼라드가 없었더라면 장승과 비석이 손상 입었을 거라며 활동하길 정말 잘했다. 새싹마을공모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한데 모여 활동을 하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고 보다 적극적으로 마을의 활력을 위해 힘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해는 소규모마을축제지원사업에도 신청하게 됐다. 고령화가 가속화된 우리 마을에서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같이 모여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내며 여러 방법으로 시도도 해봤다. 함께 육체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한 번이라도 더 모이게 되었던 점이 가장 보람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히셨습니다. 이번 소규모마을축제지원사업에서는 체험활동으로 허수아비와 도마 및 앞치마 만들기를 했는데, 주민분들이 다 같이 어울릴 수 있고 이왕이면 나가서 활동 못 한 거, 이럴 때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익숙하면서도 실속 있는 것으로 골랐다고 합니다. 앞치마의 디자인도 서로 의논해서 결정하고, 도마는 공방으로 직접 가서 배우며 만들었으며, 허수아비도 각자 표현하고 싶은 대로 개성 있게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만들어 보았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걸어왔던 인생 항로에서 이정표가 되어 주었던 기억의 자락들을 모아 액자를 만들어 보는 것도 너무 좋았다고 하십니다.

하춘용 부녀회장님은 “새싹마을공모사업을 통해 마을이 깨끗해지고 꽃들도 심어 마을이 예뻐져서 좋았고, 이것을 계기로 소규모마을축제까지 하게 되었다. 진행 과정에서는 임원들만 참여해서 많이 힘들었는데 막상 축제가 열리니까 모든 마을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다 같이 축제를 즐기는 걸 보면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축제를 모든 마을이 한번쯤은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성남면에 사는 사람 중에도 봉양3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번 축제를 계기로 성남면 주변 마을에 봉양3리 알리게 되어 보람을 느꼈답니다.

황광현 총무님은 “우리 마을이 다른 동네에 비해 일찍 축제를 하게 되어 으쓱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진 전시회를 하면서 이웃들과 인생을 함께 동행하는 기분이 들어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서로 모여 머리 맞대고 의논하며 고민했던 기억들이 새로이 가슴으로 와닿는다.”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성철 반장님은 “시골에 이런 축제가 잘 없는데 우리 마을에서 축제를 하게 되어 기쁘다. 축제를 통해 주민들의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준비 과정 자체가 특별하고 재미있었으며 색다른 경험이었다. 허수아비도 아무 감정 없이 틀에 박힌 것이 아닌 각자의 특색을 지닌 모습으로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어서 좋았다. 주민들이 고령이다 보니 참여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었고 준비 기간이 짧아서 어려웠지만 서로 도우며 함께 준비한 모든 나날이 너무나 소중했다. 정말 잊지 못할 축제이다.”라고 소감을 나누셨습니다.

소규모마을축제의 진행 과정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며, 잇몸 만개 미소를 지으시는 어르신들, 선물 뽑기에서 장갑을 받아서 기분 좋아하시는 분, 축제 때 군밤 구워 먹을 때 재미있었다는 분, 축제 추억의 사진을 보고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다고 표현하는 분…. 3개월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미소가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류계열 이장님은 “이러한 공동체 활성화 사업으로 내 주변에 있는 분들을 한 번씩 더 돌아볼 수 있고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 게 소원이다. ‘우리’라는 단어를 다시금 상기시켜 준 ‘소규모마을축제지원사업’을 통해 주민들과 화합할 수 있었고 우리의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매우 뿌듯하고 기쁘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요즘, 어르신들을 일일이 돌볼 수 없는 시대에 이러한 공동체 활동들을 통해 더욱 많은 마을에 활력이 생겨나 다시금 ‘우리’라는 수식어가 당연해지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우리 봉양3리’ 주민들 간 행복한 웃음과 즐거움이 넘치길 응원합니다.

글 김진희 마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