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계 엑스포 유치 실패와 과거 엑스포에서의 교훈
2030 세계 엑스포 유치 실패와 과거 엑스포에서의 교훈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12.0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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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2030 세계 엑스포 유치는 왜 실패하였을까?

엑스포(Expo)는 다양한 활동과 관여를 통하여 주어진 주제 아래에 인류가 직면한 근본적 도전에 대한 해법을 찾는 전 지구적인 이벤트로 국제 엑스포 기구(BIE)는 정의하고 있다.

BIE가 분류한 엑스포는 세계 엑스포(World Expo), 전문 엑스포(Specialized Expo), 원예 엑스포(HortiCulture Expo), 예술과 디자인 전시회인 트리엔날레 디 밀라노(Triennale di Milano)등 4가지 종류가 있으며 등록 엑스포라 불리는 세계 박람회 개최 주기는 매 5년마다이고 개최 기간은 6개월간 지속한다. 한국은 인증 엑스포이며 전문 엑스포에 해당하는 국제 엑스포(International Expo)를 1993년 대전, 2012년 여수에서 개최한 바 있지만, 세계 엑스포는 아직 유치한 바가 없다.

2014년부터 치열하게 유치 준비를 한 부산의 2030 세계 엑스포는 2023년 11월 28일 파리에서 개최된 전체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119, 부산 29표, 로마 17표로 패하고 말았다. 따라서 앞으로 2035년 또는 그 이후 세계 엑스포에 다시 한번 도전할지에 대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대기업 총수들이 총동원되어 치열하게 홍보 활동을 했음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유치 경쟁에서 왜 한국은 대패하였을까? 언론매체들은 남북문제, 사우디의 물량 공세 등 다각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필자가 본 유치 실패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주 명확하다.

첫째,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석유 산유국이다. 각국은 자국의 산업 생사여탈권을 거머쥔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대체 불가능한 너무 센 놈과 붙은 것이다.

둘째, 사우디아라비아가 2050년까지 완공하겠다는 네옴(Neom) 프로젝트이다. 서울 면적의 44배에 해당하는 친환경 스마트 도시 건설 프로젝트로 1조 달러(약 1,300조원)을 투입하여 900만 명이 거주하는 신형도시(더라인), 산업도시(옥사곤), 산악관광단지(트로제나), 고급 휴양지(신달라)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미래의 삶, 미래의 일하는 공간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각국은 어떻게 해서라도 참여하고 싶고 또한 마음을 빼앗겼을 수도 있다.

셋째 세계 엑스포는 대체로 대륙을 순환하면서 개최된다. 2025년 세계 엑스포가 바로 이웃인 일본에서 개최되고, 이어서 바로 이웃국가인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에 회원국들이 거부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행사의 컨셉이나 내용도 오사카 엑스포와 큰 차별이 없는 비젼 및 전략에도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계 엑스포의 역사

최초의 세계 엑스포는 1851년(조선 철종2년) 런던 엑스포를 그 기원으로 삼는다. 18세기에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영국은 증기 기관차를 만들고, 농업혁명, 기술 혁명이 성공하면서, 영국은 세계 최고의 산업 국가로 도약하였으며, 런던 엑스포는 이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1928년 국제 엑스포 기구(BIE)가 만들어 지면서 세계 엑스포는 2000년 하노버 엑스포부터 매 5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각종 규정과 행사를 감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엑스포는 아시아 대륙에서는 1970년 오사카, 2005년 아이치, 2010년 상하이, 2020년 두바이에서 개최되었으며 2025년 오사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엑스포 개최의 공통 이념은 교육, 혁신, 협력 등 3가지이며 이를 통한 인류에의 공헌이 핵심 가치이다.

세계 주요국은 왜 엑스포 유치에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국제 엑스포 기구(BIE)는 엑스포의 역할에 대해 다음 5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첫째, 세계 엑스포는 전진과 협력을 위한 국제적인 대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인류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둘째, 핵심 주제에 몰입하고 관여하는 여정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실질 체험을 통하여 해결 방안을 공유하는 것이다.

셋째, 공공의 외교와 국가 브랜딩을 위한 독특한 플랫폼이란 것이다. 6개월간의 전시를 통하여 자국의 기술 혁신, 국가 문화를 보여줌으로써 세계인들이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넷째, 변화를 위한 촉진제라는 것이다. 도시 개발 계획과 도시의 변화를 통하여 꿈과 영감을 전하는 것이다.

다섯째, 잠재 관광객, 무역 파트너 등이 대거 참가하는 지구촌의 창구 기능을 하는 것이다. 

세계 엑스포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이유로 개발도상국에서 개최된 사례는 없다. 2020년 두바이 엑스포는 3조3천원 이상이 소요되고, 2025년 오사카 엑스포는 애초 1조1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2023년 현재 2조70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2025년에는 그 금액이 더 증가할 수 있다.

일본은 세계(등록) 엑스포든 전문(국제, 인증) 엑스포든 치밀한 준비를 통하여 일본이 정한 목표를 달성했기에 정기적으로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출처 (www.expo2025.or.jp)

일본의 엑스포 역사

일본에서 엑스포가 최초로 개최된 것은 1877년(도쿄)으로 고종 14년에 속한다. 이후 1895년(쿄토), 1903년(오사카) 산업 엑스포가 개최되었다.

일본에서는 세계 박람회를 반파쿠(万博,ばんぱく)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사용하는 만국박람회를 줄여 쓰는 용어이다. 1970년 오사카(大阪)에서 세계 엑스포가 아시아 최초로 개최되었으며, 지금의 전문 엑스포에 해당하는 국제 엑스포는 1975년 오키나와(沖縄), 1985년 쓰쿠바(筑波)에서 개최되고, 다시 2005년 아이치(愛知)에서 세계 엑스포가 개최되고, 2025년 오사카에서 다시 한번 세계 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으로 일본은 총 3번의 세계 엑스포를 개최하는 국가가 되었다. 일본 오사카는 2018년 실시된 투표에서 91표를 얻어 61표를 얻은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를 누르고 2025년 세계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자료: www.expo2025,or.jp)

2025 오사카 세계 엑스포는 오사카시 서부 끝쪽인 오사카 만에 있는 인공섬 유메시마(夢洲)에 조성될 예정이며, 유메시마는 2008년 하계올림픽 신청 시에는 올림픽 빌리지로 제안되기도 했다. 또한 2014년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IR)의 후보지로도 추천된 바 있다.

2025 오사카 세계 엑스포에 대한 현재 여론 및 시사점 

2018년 오사카 엑스포 유치 당시 산정한 소요예산은 약 1조1천억 원이었으나, 건설자재 가격 인상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2023년 10월에는 2조600억 원으로 증가하여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엑스포의 핵심 시설인 파빌리언(Pavillion) 건설과 개발도상국 지원 등에 약 7,400억 원의 비용이 추가 집행되어야 한다.

오사카 세계 엑스포는 2,820만 명의 관광객 유치, 18조 원의 경제 파급 효과가 있다는 조사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 여론은 부정적이기만 하다. 11월 초 교토통신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약 69%의 응답자가 오시카 세계 엑스포가 필요 없다고 답하였다. 

통상 박람회장 건설비는 중앙 정부, 지방정부, 및 재계가 1/3씩 부담하고 있으나 앞으로 추가 비용 상승 시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하계/동계 올림픽, FIFA 월드컵, 세계 박람회는 대표적인 메가 이벤트(Mega event)에 속한다. 유치 경쟁도 치열하지만 엄청난 예산도 소요되는 행사들이다.

메가이벤트를 유치하는 목적은 첫 번째가 경제적 요인으로 투자 유치 촉진, 관광객 유치, 국가 및 도시 이미지 제고 등이며 두 번째가 도시를 새롭게 변환시키는 것이다. 개발이 보류된 프로젝트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신규 인프라가 건설되고, 새로운 문화 및 스포츠 시설이 건설된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의 경우, 인프라 시설인 265억달러(35조원)를 들여 고속도로, 공항 및 공공 교통 시설이 지어졌다. 그러나 초기 추정 비용은 늘 빗나가기 일쑤이다. 2005년 유치한 런던 하계 올림픽 비용은 애초 38억 유로(5조3천억원)로 산정되었으나, 실제적으로는 130억 유로(18조원)가 투입되었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는 엑스포장 건설과 운영에 317억 위안(약 5조8천억원)이 소요 애초 계획보다 31억 위안(5,700억원) 초과되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는 13조8천억원이 소요되었으며 이중12조원이 국비와 지방비로 충당되었다.

2030 엑스포 소요 비용은 3~4조에서 6조원까지 다양하다. 확실한 것은 행사가 다가올수록 비용 예상이 점점 증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2035 또는 2040 엑스포를 염두에 두고 다시 추진한다면 왜 세계 엑스포를 부산에서 개최하고 그 이득은 무엇일지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하며 소요 비용도 매년 증가할 것이 아니라 애초 계획된 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치밀한 투자 계획도 밝혀야한다.

경제 파급 효과 분석은 대체로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는 110조원, 2015년 밀라노 엑스포는 63조원, 2020년 두바이 엑스포는 43조원으로 나타났고, 2025년 오사카 엑스포는 18조원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2030년 부산의 엑스포 유치 시 경제 파급 효과는 61조원으로 분석되어 엑스포의 경제파급 효과는 연구 기관에 따라 큰 편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엑스포를 포함한 국제적인 메가 이벤트 유치 시,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세계적인 연구 기관에 발주하여 진행했으면 좋겠다.

2035 세계 박람회 유치를 가장 먼저 발표한 도시는 독일 수도 베를린(Berlin)이다. 여기에 중국의 홍콩-선전-광주가 연합하여 유치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부산도 2040, 2050 등 장기적인 도시 성장의 전략을 수립하여 세계적인 도시 발전 모범 사례를 구상하여 다시 유치전에 뛰어들어야 한다. 국제엑스포 기구(BIE)가 추구하는 교육, 혁신, 협력 등에 대한 기발한 아젠다를 만들고 다듬어 부산에서의 유치 당위성을 호소해야 다음 세계 엑스포 유치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필자인 장태순은 천안이 고향으로, 한국 관광공사 컨벤션 뷰로 실장, 인천관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부산관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계명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 등을 역임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