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다크 투어리즘 개발이 필요하다.
천안, 다크 투어리즘 개발이 필요하다.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10.3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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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간 용산에 있던 주한 미군의 핵심 시설은 2022년 11월 15일 평택의 캠프 험프리즈(Camp Humphreys)로 완전 이전하였다. 현재 미군은 전 세계 80개국에 750개의 기지(Base)를 운영중에 있으며 159개국에 총 173,000여명의 미군들을 파견해 놓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었던 일본에는 120개의 크고 작은 기지에 54,000명, 독일에는 119개 기지에 34,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이후 일본군의 무장 해제를 위해 주둔했던 주한 미군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자, 1949년 5월28일 군사 고문단 500명만 남기고,45,000명의 미군은 한국에서 완전 철수하였다.

1950년 6,25일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미군은 UN군의 일원으로 다시 한국에 들어와 북한과 중공 침략자들과 싸웠으며 1950년 7월 24일 유엔군 사령부가 설치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현재에도 73개의 한국내 크고 작은 미군 기지에 총 26,0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 연방 상원은 2022.12.15일 국방 수권 법안(NDAA)을 통과시켜 주한 미군 주둔 규모를 약 28,500명으로 유지하고,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의 모든 방어역량을 가용해 한국에 확장 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밝혔다.

평택의 캠프 험프리즈는 750개의 미군 해외 기지중 가장 넓은 기지로 약 3,000에어커(약 367만평)에 해당한다. 행정 구역인 평택시 평성면은 아산시 둔포면과 천안시 성환읍과 경제를 이루는 가까운 지역이다. 현역 군인 26,000명을 기준으로 할때, 가족 및 군무원을 계산한다면, 최소 10만명이 이곳에 거주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천안시나 아산시나 주한 미군 및 그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교육훈련 또는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까?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평택시는 그러한 유사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천안, 아산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6.25 불법 남침시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은 소련제 최신형 탱크이던 T-34 240여대를 앞세우고 수원-오산까지 거침없이 내려왔다. 미군이 최초로 북한군과 전투를 치룬 곳이 오산 죽미령으로 북한군 4 보병사단 16 및 18연대, 105 기갑 사단, 107 탱크 여단에 대항하여 미군 21보병 사단 1대대(일명 스미스 부대), 52 포병 대대가 이들을 막아내다 오산 전투에서만 미군은 60명 전사, 21명 부상, 82명 포로가 되었다.

미군 24사단 34연대는 이후 평택, 성환을 거쳐 후퇴하다가 다시 천안의 북쪽 부대동 야산에서 교전후, 지금의 천안 삼거리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으나, 우수한 무기와 전투력 강한 북한군에 대항하여 싸웠다. 상황이 급해지자 하루전에 발령받은 34연대장 로버트 마틴(Robert R. Martin) 대령은 직접 바주카포를 발사하다가 북한군 탱크 포탄에 맞아 장렬하게 산화하였다.

천안 전투에서는 300여명의 미군이 전사 혹은 부상 당하고 60여명이 포로가 되었다. 천안 전투는 미군 24 보병사단 소속의 34연대 2,000명이 중공 팔로군 출신 리권무의 북괴군 4사단 예하의 16/18연대, 105 기갑사단, 107 탱크연대 12,000명과 사투를 벌인 지연 작전(Delay action)이었다.

천안 마틴공원
천안 마틴공원

오산~천안 전투는 주한 미군들에게는 아주 쓰라린 전투 지역으로 주한 미군에게는 매우 좋은 현장 체험이 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 담긴 교육 프로그램으로 주한 미군과 협의하여 매월 해외에서 전입오는 미군과 기존에 근무중인 군인들을 자주 방문하게 하고, 그 가족들도 천안의 각종 맛집, 명소, 카페 등을 방문하게 한다면 다크 투어리즘 (Dark Tourism)의 명소가 될 수 있다.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뜻하지 않은 죽음과 재난이 발생했거나 역사적으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곳을 직접 방문해 자기반성을 하고, 교훈을 얻기 위한 여행을 말한다. 미군들은 이러한 장소를 아주 신성하게 여겨 늘 역사의 교훈으로 삼고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오산시-평택시-천안시가 공동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면, 성환-천안까지의 루트를 다크 투어리즘의 장소로 설정하여 만들면 된다.

지금은 아주 평범한 시골 마을이지만, 성환 지역은 임진왜란시 왜군과의 교전이 있었던 지역이며, 청-일 전쟁시에는 안성천, 성환 월봉산 일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또한 6.25 동란때에는 미군 24보병사단 34연대가 전방 지휘소를 차렸던 지역으로 전임 러브리스(Loveless)연대장과 후임 마틴(Martin)연대장이 업무 인수인계를 한 곳이기도 하다.

중국, 러시아에 둘러쌓인 동북아의 군사적 대치 상황을 볼 때, 주한 미군은 변고가 없는 한, 한국에 지속적으로 주둔 할 것이다. 많은 마케팅 비용이 소요되는 해외에 있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만 눈을 돌릴게 아니라, 한국에 머물고 있는 주한 미군 및 그 가족이 천안, 아산 지역을 방문케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6.25 천안지역 전투 다크 투어리즘은 미국인 로이 애플만(Roy Appleman)의 저서, “남쪽으로는 낙동강, 북쪽으로는 압록강까지 (South to the Nakdong, North to the Yalu)“중 오산~ 천안의 전황을 참고하면 아주 탄탄한 교육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주한 미군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다크 투어리즘 프로그램이 성공한다면, 국내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6.25 현장 안보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승화시켜 운영될 수도 있다.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교육 자료와 관광으로 활용하는 것은 구미주 지역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다. 남북전쟁의 승자를 결정한 미국 펜실바니아 게티스버그(Gettysburg) 전투에서는 5만명 이상이 전사했으며, 7만 5,000명의 미군이 희생된 벨기에 벌지 전투(The Battle of Bulge), 5만 여명의 희생자를 낸 워털루 전투(The Battle of Waterloo), 그리고 22만명의 희생자를 낸 노르망디 상륙작전(Normandy Landing)지역 등은 오늘날 매우 유명한 역사 유적 및 다크 투어리즘 관광 목적지가 되었다.

다크 투어리즘은 문화, 교육, 역사 체험의 차원에서 기획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우리 지역은 별로 볼 것이 없어”라는 체념 대신 새로운 관광 소재를 발굴하고, 외국인들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유인책 개발이 지역 관광을 활성화 시키는 지름길이다.

<필자인 장태순은 천안이 고향으로, 한국 관광공사 컨벤션 뷰로 실장, 인천관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부산관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계명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 등을 역임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