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학생인권조례 폐지’ 경거망동 말라!
충남도의회 ‘학생인권조례 폐지’ 경거망동 말라!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9.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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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차별 세력 주장 따르는 충남도의회 규탄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는 최근 충남도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과 관련한 입장을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성명서>

충남도의회가 기어코 충청남도 학생인권 조례(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충남도의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9월7일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주민 발의 청구를 수리하고, 11일에는 조길연 도의회 의장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발의했다. 주민 발의 청구를 수리한 지, 불과 4일 만에 문제의 폐지 조례안을 발의한 것이다. 충남도의회는 오늘(9월19일) 교육위원회에 상정과 함께 의결하고 다음 날인 9월20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시키겠다는 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겨우 3년 된, 학생인권조례가 한 달도 안 돼 통째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말 그대로, 브레이크 없는 폭주다.

윤석열 정부 아래 ‘이주호 교육부’가 몰아치는 ‘학생인권 트집 잡기’에 호응하려는 움직임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내놓은 ‘교권 회복 및 회복 강화 종합방안’에서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 발생의 ‘근본 원인’으로, 수상하게도 ‘학생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지목했다. 그래 놓고 ‘불합리한 학생인권조례 개선 지원’을 주요 과제 1순위로 올렸다. 그 뒤, 이주호 장관은 대정부 질문이나 시도부교육감 회의 등 교권과 관련한 자리에 참석할 때마다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언급하고 있다. 자신들이 교권을 보장하지 않은 또는 침해해 온 행태를 흐리고, 사태의 화살을 학생인권에 겨누는 수작일 뿐이다.

현장의 교사들은 자신들의 교권 침해 원인을 학생인권 강화에서 찾지 않는다. 자신들의 교육권 보장과 학생인권 보장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보지도 않는다. 9월16일까지 9차례 진행된 전국교사집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등의 요구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학생인권과 교권 사이의 부정적 상관관계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이미 많다. 학생인권을 강화할수록 교사 권위에 대한 존중감이 함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2014년 법과 인권교육 연구-학생의 인권보장 정도와 교권 존중과의 관련성)도 있다.

교사든, 학생이든 각자의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서로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교사들의 노동권과 교육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본질이다. 안전하게 가르치고 싶다는 교사들의 절박한 호소를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학생인권을 축소하겠다는 짓은 본질을 왜곡하는 작태다. 그러니,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다고 해서 교권이 신장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현재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10개 지역의 교권은 온전히 보장받았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충남 학생인권조례는 완전히 정당하다. 이미 현행 헌법에 부합하다.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법적 소송에서 대법원(2015년)과 헌법재판소(2019년)는 모두 학생인권조례 손을 들어줬다. 특히 헌재는 학생인권 조례 핵심인 ‘학년, 나이, 성별,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종교,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학교,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의 소득수준, 가족의 형태 또는 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질병 이력, 실효된 징계, 교육과정 선호도 또는 학업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라는 내용에 대해 헌법에 부합한다고 결정했다.

다시 한번 확인하지만, 문제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청구 내용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기독교단체와 보수 성향 학부모단체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폐지 조례안의 ‘부모와 교사에게 순종적이지 못하게 만든다.’, ‘교실산만, 학력저하를 조장한다.’ 등 청구 취지 및 이유야말로 비교육적이고 반헌법적이며 비과학이다. 그런데도, 충남도의장은 이 내용을 자신의 발의안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 “충남도의회가 헌법을 부정하는 조례 청구를 각하해야 마땅한데도. 혐오와 차별 세력의 손을 잡았다.”라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현재 10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위기충남공동행동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의 수리와 발의 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법원에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지난 9월12일 347차 충남도의회 3차 본회의에서 ‘존치’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서 “인권은 모든 사림이 누려야 할 보편적인 가치다. 정치적·종교적·이념적 취향에 따라서 찬성과 반대를 논하기 전에 공통되게 판단해야 된다.”라며 “폐지보다는 학생인권조례가 존치되도록 하면 참 좋겠다.”라고 밝혔다. 옳다. 충남교육청이 이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폐지는 물론 한 글자로 고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행동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으로, 폐지에 목매는 혐오와 차별 세력에 분노한다. 이에 부화뇌동하는 충남도의회를 규탄한다. 학생인권조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23년 9월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