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의 그림책 이야기 - “글과 그림의 첫 만남”
전진영의 그림책 이야기 - “글과 그림의 첫 만남”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8.3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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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크게 글과 그림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글과 그림의 조화로운 만남이 이뤄질 때 우리는 그림책의 매력에 빠집니다. 글과 그림은 ‘종이’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글과 그림은 멋지게 독자에게 다가가고 싶을 것입니다. 글과 그림이 처음 만나는 공간, 앞표지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앞표지에는 그림책의 제목이 있고 대표되는 그림이 있습니다. 글 작가, 그림작가, 번역가, 출판사 이름이 있습니다. 제목은 그림책의 내용을 응집하고 대표할 수 있는 것으로 독자가 가장 먼저 읽게 됩니다. 그림도 해당 그림책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장면이 앞표지에 놓입니다. 그림은 글보다는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주로 주인공을 보여주고, 공간적 배경을 짐작할 수 있으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그림책의 제목은 글자체가 다양합니다. 글자로 많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같은 글자체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순한 고딕체라 할지라도 크기도 다르고 색깔도 다릅니다.

앞표지의 다양함을 책 읽어주기 방법과 적용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소중애 글, 이승현 그림의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그림책은 ‘김수한무’글자가 커다랗게 한눈에 보이고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글자는 작은 크기로 물결치듯 흥겹게 떠 있습니다. 그림책을 읽는 중에 춤을 춰야 할 것 같습니다. 다 읽고 나자 한 아이가 “아, 알겠다. 왜 ‘김수한무’만 큰지 알겠다.” 합니다. 제목은 다 읽고 나서도 내용의 여운을 전해 줍니다.

김미희 글, 정인성·천복주 그림의 <동백꽃이 툭,> 그림책은 다섯 글자 제목이 놓인 자리에 눈길이 갑니다. ‘동백꽃이’는 가로로 있고 ‘툭,’은 줄을 달리해서 혼자 아래에 있습니다. ‘툭’이라는 어감이 느껴지듯 아래에 떨어져 있습니다. 아이와 그림책을 읽을 때 손가락으로 글자를 따라가세요. ‘툭’ 부분에서는 아래로 떨어트려 보세요. 그림책 내용을 집약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아빠랑 함께 피자 놀이를> 그림책은 제목과 그림이 단순합니다. 써야 할 최소한의 글자와 꼭 필요한 그림만 있습니다. 주인공 얼굴이 앞표지 한가득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빨간색, 저자 이름과 번역가 이름은 녹색으로 주인공 얼굴 위, 아래에 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이의 둥근 얼굴이 피자로 보이고 제목과 작가 이름은 토핑 재료처럼 보입니다. 출판사 이름은 없습니다. 따로 겉돌 것 같은 토핑 재료인 출판사 이름을 생략한 편집이 돋보입니다.

김유 글, 소복이 그림의 <마음 버스>는 글 작가와 그림작가 이름이 단번에 보이지 않습니다. 글과 그림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작가 이름이 그림 속에 자연스레 스며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 표지판 속에 들어 있습니다. 찾기 놀이를 하는 재미를 줍니다.

이정록 글, 김유경 그림의 <어서 오세요 만리장성입니다>는 그림에 집중하게 제목을 손으로 가리고 보여주세요. “누가 보이니?” “무얼 하고 있니?” 대화를 나눈 후 제목을 보여주세요. “이 아저씨 직업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맞춥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여기 그림이 있잖아요. 제목이 만리장성이잖아요.” 소리칩니다. 앞표지의 제목과 그림이 전개될 이야기의 단서를 주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최도진(온양권곡초 4), 남하울(모산초 4), 박동하(모산초 4)
왼쪽부터 최도진(온양권곡초 4), 남하율(모산초 4), 박동하(모산초 4)

앞표지는 독자에게 그림책을 집어 들게 하고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합니다. 앞표지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시 말해 표지 탐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에게 그림책 읽어주기의 승패가 갈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표지에서 제목만 읽고 넘기실 건가요? 멋지고 예쁘게 꾸민 앞표지를 한 번 더 들여다보세요. 그림책으로 집 안의 작은 갤러리를 꾸며도 앞표지는 그 구실을 톡톡히 할 것입니다.

글 전진영 달님그림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