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쭐현장 “Hi, 천사마켓”
돈쭐현장 “Hi, 천사마켓”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8.0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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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사회경제연대 플리마켓 현장을 다녀와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게 프랑스적 의미로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라는 뜻이 있어서,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임과 의무 뭐 그런건데, 말하자면 상류층의 선한 영향력 같은 거랄까요. 요즘은 소비자야말로 이 도덕적 책무의 실천을 보여주는 대표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비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걸 SNS에서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사회적 자본과 지속해서 협력 소비를 이어가는 ‘플리마켓’도 지역사회의 유랑 커뮤니티가 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며 성장하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사회적 책임 협력의 장으로 보입니다. 플리마켓은 단순히 소비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의 개념에서 벗어나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사회적 의미가 부여되고 있으며, 플리마켓 참여자들은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적 존재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김미성 논문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이 사회적 자본과 지속적 협력소비에 미치는 영향’에서 발제)

가정이라는 공동체가 어떤 소비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일부러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의 상품을 소비하는 건 이름 없는 기부요, 내 지갑이 아니라 우리 우산을 위한 투자니까요.

지난 6월 3일(토) 12시~17시, 모다아울렛 천안아산점 1층 야외광장에서 2023 제1회 천안시사회적경제 플리마켓 'Hi, 천사마켓'이 열렸더랍니다. 문화예술 서비스가 가장 많았던 이날, 5시간 동안 1천8백만 원으로 사회적기업 상품을 사고 체험했던 소비자는 약 1,550명이었습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다 같이 탄성을 지르며 버블쇼를 즐겼지만, 이날 시민들의 투자는 걱정스러운 버블이 되진 않을 겁니다. 수익금은 천안의 환경과 사회와 의사결정체의 진화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싹트고 꽃피고 열매 맺을 테니까요.

재미있는 체험존과 고급진 마켓존은 생태적 문화예술의 새물새빛으로 소비자를 환대했답니다.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고 엄마 아빠들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함께 즐거워했고요. 정유진(신부동. 54) 씨는 “오늘 천사마켓에 초딩 조카와 왔다가 체험도 많이 하고, 구매도 많이 하고 재미있었어요^^. 아이들과 나온 가족들이 많아서 활기차네요” 하며 헝겊인형 열쇠고리를 만드는 9살 조카에게 계속 아자아자~ 하더군요.

천사마켓(천안사회경제마켓)은 우수한 문화예술 인재가 유입되고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사회적 자산이 되리라 기대됩니다. 과연 천안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이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영위할 정도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요? 그리된다면, 사회적경제기업의 축소판인 천사마켓은 결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며, 독립운동 광장이 되리라 여겨도 될 겁니다. 청년과 노인의 일자리 문제와 탄소배출 문제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자고 시민들과 기업가가 광장에서 만나는 거니까요. 그러한 성과를 내자고 소비자가 온 가족과 나와서 돈쭐 내는 현장이니까요.

사회성과 인센티브에 관해 좀 더 언급하자면, 주주 이익 극대화가 아닌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의 목적이어서, 고용노동부가 사회적기업을 인증하고 고용 창출 지원도 하고 있는데요. 2018년 188개 기업이 456억 원이라는 사회성과를 증가시켰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 87억 원을 정부가 사회적기업에 지급했다고 합니다. 기업별로 약 2.8억 원의 사회성과를 낸 것에 대해 약 5.2천만 원의 인센티브로 보상한 건데, 그것은 인건비로서 시민의 생활비가 되었습니다. (사회적가치연구원. 2019년 5월)

정혜빈(천안사회경제연대 성장사업팀) 팀장은 “처음 하는 플리마켓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조합원분들이 함께해주셔서 덕분에 매출이 좋았고, 협업했던 모다아울렛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천안시민들을 위해 지속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라며 참여 기업인들에게 인사를 전했는데요. 1시간 동안 소비자들에게 제공된 버블쇼, 알짜배기 이벤트까지 준비한 담당자로서 다른 지역에 견줄만한 성과를 낸 이력이 생겨서 보람이 클 듯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사회적경제 플리마켓은 어떻게 하고 있나 살펴봤습니다. 논산상점은 20개 기업이 1천여 명과 경남 창원은 아파트 특별판매장에서 10개 기업이,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 야외광장에서는 34개 기업이, 경북 청도군은 실내체육관에서 39개 기업이 1천여 명 군민과, 인천 연수구는 건강가정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와 4개 기업이, 경기도 가평군은 나눔문화 활성화와 재활용을 위해 33개 기업이 플리마켓을 열었답니다. 그리고 포항시는 철길숲에서 63개 기업이, 전북 완주군은 산속등대 복합문화공간에서 200개 기업이 오프라인 판로행사를 열었다니, 그 열기가 상상되시나요. 천사마켓에서 한 보따리씩 구매하셨던 분들은 딱 느껴지실 거예요.

“아직 시작 단계지만, 지역의 기업들이 사회적이고 생태적인 협업 관계를 구축해서 소비자와 만난다는 게 의미가 크다고 느낍니다.” 천안시사회경제지원센터 장동순 센터장은 천사마켓이 가치 있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요량이라고 합니다. 잠재력과 가능성을 품은 사회적기업 활동가들이 좀 더 오랫동안 나아갈 수 있도록 액셀 밟아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용수철 같은 의지가 늘 장착되어 있으시죠. 우리 시민은 그 선한 영향력의 속도를 함께 경험해보는 거 어떠세YOU.

글.사진 김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