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슈퍼슈퍼 시니어 헌혈유공장 백홍기님
우리 곁의 슈퍼슈퍼 시니어 헌혈유공장 백홍기님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8.0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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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다면, 헌혈 허용 연한 70세까지 누적 헌혈 횟수가 304회에 이르러 최고명예대장 유공장을 받은 분이라면 가히 슈퍼 시니어라 할 만하다. 1947년생, 이제 77세지만 아직 하루 2만 보를 걷고, 어떤 질병도 없이 몸에 밴 부지런함으로 작은 텃밭을 일구는 일상을 이어간다. 지금은 장기기증 증서 등록까지 마쳤으나 아직 늘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그의 늠름함에서 ‘100세 시대’라는 요즈음 담론에 딱 어울리는 한 전형을 보게 된다. 지금도 그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

헌혈유공자 백홍기님
헌혈유공장 백홍기님

문헌 기록에 따르면 1900년경, 오스트리아 출신의 병리학자이며 혈청학자인 란트슈타이너가 혈액형의 존재를 발견함으로써 비로소 현대적 의미의 수혈이 그 기초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후 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수혈이 부상병 치료에 필수적인 수단이 되고 이어 항응고제 용액을 이용한 혈액저장기술도 개발되었다. 2차 세계대전 초에는 이미 대규모 혈액은행이 설립되고 헌혈캠페인도 본격화되어 헌혈이 하나의 사회적 개념으로 정착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1952년 부산에서 설립된 해군혈액은행이 최초의 혈액은행이었으며, 1974년 4월 전국적으로 적십자 혈액원이 창설되면서 본격적 헌혈사업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헌혈의 집'이 '헌혈 카페'로 변신, 일종의 문화공간으로까지 진화되었다.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헌혈의 심리적 의학적 장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헌혈은 물질이 아니라 자신의 몸 일부를 타인에게 나누는 고귀한 행위로서 무엇보다 헌혈자에게 높은 자존감과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해 준다. 헌혈 후 87%의 사람들이 뿌듯함과 자신에 대한 긍지를 갖게 되고, 또 공동체 일원으로서 공동체에 무엇인가를 나누었다는 자부심도 느낀다.

둘째, 정기적인 헌혈은 과다한 몸속 철분을 배출함으로써 심장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것으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헌혈자의 88%가 심장마비 확률이 낮았고 기타 다양한 종류의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도 33% 낮았다.

(미국 메디컬 포털 사이트 ‘’Medical Daily‘ 충북메이커스(http://www.cbmakers.co.kr)에서 재인용)

우리의 주인공 백홍기 님의 오랜 헌혈, 생명나눔의 실천은 그러나 위에서 언급된 헌혈의 이로운 점 따위와는 아무 의도적 목적이나 관련이 없다. 더구나 그의 최초 헌혈은 50대에 이르러서였다. 오래 운영하던 벽돌공장이 IMF 위기 때 파산한 후 (그는 납품 물품의 잔금을 대부분 받지 못했다) 2002년 50대 후반에 단국대 의대 경비원으로 취업하여 10여 년간 일했다. 좌절감과 실의, 허망함은 깊었으나 점차 평정을 되찾아 삶에의 겸손도 깊어졌다. 마침 그의 근무초소가 응급실 앞 경비소여서 응급 혈액이 필요한 순간을 여러 번 목격하게 되었는데, 촌각을 다투는 혈액공급, 그 다급함과 초조의 순간을 겪는 현장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이 세상에 내놓아야 할 것’ 같은 알 수 없는 그리고 외면할 수 없는 어떤 충동이 경련처럼 스쳐 갔다. 타고난 그의 심성과 강건한 몸이 어쩌면 본능적으로 반응했던 것이다. 혈우병, 백혈병이 있는 어린 환자들에게 수혈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던 어느 날 건강한 신체를 가진 보답으로 그는 헌혈을 시작하였다.

타인에 대한 고귀한 사랑의 실천이자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행동

헌혈은 그렇게 시작되어 그의 후반기 삶의 리듬이 되었다. 헌혈하기 전에는 금주하고 영양 섭취로 좋은 피를 만들 준비를 하는 과정은 마치 옛 조상님들의 기도 전 목욕재계처럼 정결한 하나의 "리추얼"이 되었다. 2015년 10월, 헌혈 정년 70세까지 (헌혈 정년은 원래 65세였으나 2009년부터 70세로 연장) 그의 헌혈은 무려 304회에 이르러 적십자 총재의 헌혈대장 표장을 받고 기념 메달은 역사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우리나라의 헌혈 참여율은 최근 7년간 계속 5%대에 머물고 있으며,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헌혈률은 지속해서 감소하는 한편, 수혈자 수 및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적정 혈액 보유량 5일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헌혈의식의 확산이 필수적이다. 헌혈의 헌(獻)은 ‘바칠’ 헌 이다. 우리 각자 생명의 연대에 우리의 자그마한 일부를 바쳐봄직하지 않을까?

‘삶에 있어 무엇이 진정한 성공인가?’라는 물음에 랄프 에머슨은 이렇게 답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백홍기 님이야말로 이 답변에 직설적으로 어울리는 분이지만 정작 본인은 그저 어깨만 한번 으쓱하고 말 것 같다.

글 민경혜 문화도시 스토리발굴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