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생태계 위기론’ 시대에 태어난 책방 악어새
‘책 생태계 위기론’ 시대에 태어난 책방 악어새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7.2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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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절반 이상은 일 년 내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전반적인 독서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서울문고가 출판사 3000여 곳에 지급해야 할 잔액이 약 130억 원을 포함, 피해 금액이 총 200억 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심지어 업계 1위 교보문고까지도 올 상반기 31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비보를 전했다. 이러한 이유는 전 국민 독서율·독서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 좋은 상황 속에서 천안시 대흥동에 ‘책방 악어새(이하 악어새)’가 등장했다. 현재는 ‘책 생태계 위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겁 없이 창업한 악어새가 있다.

악어새의 친구들

2021년 한국일보를 통해서 등단한 성욱현(이하 욱현) 동화작가와 독립 출판물 ‘친애하는 서로에게’를 출판하고 시를 쓰는 조민주(이하 민조) 작가가 책방지기다. 그리고 ‘친애하는 서로에게’의 공동 저자인 황예솔(이하 예솔) 작가가 협력자다. 이렇게 악어새는 두 명의 책방지기와 협력자로 구성되어 있다.

악어새의 의미와 탄생

악어새는 머리는 악어, 몸은 새인 신비한 캐릭터다. 악어새는 악어도 새도 아니었기에, 악어 무리에도 새 무리에도 속하지 못했다. 하지만 악어새는 친구 찾기를 멈추지 않았다. 책방을 차려 자신처럼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못하는 특별한 개성을 가진 친구를 모았다. 그곳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면서 결국 책방 악어새는 누구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악어새가 친구 찾기를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책방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면서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상상했다. 그래서 서점을 ‘책방 악어새’로 지었다.

욱현은 처음부터 천안에 자리를 잡을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천안에 오게 된 계기도 대학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이곳에서 예술을 하고 문화 활동을 하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됐다. 천안 지역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시는 대표들,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교류를 하면서 본인도 책방을 운영하고 문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창업했다. 이제는 조금씩 천안이 친근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민조는 처음부터 책방지기가 아니었다. 처음은 악어새의 부족한 부분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악어새를 준비하는 동안 인테리어 과정부터 함께 신경을 쓰다 보니 악어새에 욕심이 생겼다. 그때쯤 욱현이가 함께 이곳을 운영하자고 제안했고, 지금은 함께 운영하면서 그때의 제안을 엄청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솔은 평소 독서 모임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면서 민조가 만든 모임을 운영하는 것을 보았다. 평소 만들고 싶었던 모임을 악어새에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욱현에게 이야기했고 그 제안을 받아서 악어새의 첫 번째 협력자가 되었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악어새

확실히 악어새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독립서점을 찾아서 여행하는 마니아가 있다. 하지만 수익적인 문제로 유지가 힘들어서 폐업하고 사라지는 서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악어새는 어떤 미래를 계획하고 있을까?

욱현은 현재 활발히 성장 중인 작가다. 책방지기가 현역 동화작가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동화 강연을 지속해서 개설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작가와 일반인의 경계가 점점 더 허물어지고 있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원하기만 한다면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래서 조금만 글을 쓰는 방법을 돕고 알려준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이 강연의 가장 큰 특징은 기본적으로 모두가 작가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글을 합평하거나 서로 피드백을 줄 때 부정적인 말은 최대한 누르고 긍정적인 조언을 최대한 장려하는 편이다. 이 강연을 통해서 수강생이 나중에 작가가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로 악어새의 책장을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민조는 일단 악어새의 도서는 작가가 선별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손꼽았다. 욱현과 민조가 선별한 책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악어새는 카페랑 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다. 일반 서점과 다르게 부담 없이 편하게 방문하고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이곳은 문화생활이 문화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데에 있어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책을 많이 읽지 않고 영상 매체를 더 많이 보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래도 종이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기에 걱정이 없다고 한다.

예솔은 모임을 통해서 가르치는 것보다 가볍게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메모를 적어 감상이나 감정 같은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소모임을 구상하고 있다. 메모모임을 진행하며 하찮게 생각했던 메모도 다른 긴 글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하는 분이 있으면 그분과 함께 에세이 쓰기로 모임을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솔은 악어새에서 글 쓴 경험이 조금 더 많은 사람으로서 모임을 수평적으로 이끌어가고자 한다.

건강하게 성장할 악어새

앞서 말한 내용 중 한 가지 빠진 희망적인 통계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전 국민 독서율·독서량이 감소했지만 20~30대의 연령대는 증가하고 있다는 자료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으로 볼 때 기존의 서점과는 다르게 젊은 독서인의 리즈를 반영한 경영 방식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악어새의 욱현, 민조 책방지기 그리고 예솔 협력자가 합쳐진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악어새의 의미처럼 작가와 일반인 그리고 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가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와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공간의 꿈을 꾸는 악어새의 행보를 응원한다.

글 엄우산 문화도시 스토리발굴단 

▶책방 악어새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버들로 22, 1층

전화. 0507-1333-6909

영업. 매주 수, 일요일 휴무

오전 10시 오픈 – 오후 08시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