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관광 슬로건과 마케팅을 위한 몇 가지 조언
충남의 관광 슬로건과 마케팅을 위한 몇 가지 조언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7.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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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슬로건의 역사

관광으로 먹고사는 도시들은 아름다운 관광 슬로건(Tourism slogan)을 만들어, 이를 관광객 유치에 활용하고 있다.

최초로 관광 슬로건이 만들어진 것은 1977년으로 뉴욕시보다는 뉴욕주 전체의 관광 홍보를 위해 뉴욕주가 만든 “I❤NY”로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2023년 3월 뉴욕시는 뉴욕시에만 초점을 맞추어 재브랜딩(Re-branding)된 “WE♥NYC”를 새롭게 출시하였는데 아직은 뉴욕 시민들의 거부감이 강하다는 여론이다.

뉴욕주(New York State)는 대한민국 크기의 63% 되는 면적으로 1,98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뉴욕시(New York City) 인구는 789만 명으로 주 전체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가 번지기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뉴욕주의 전체 방문객 수는 2억 6,550만 명이었으며 이 중 25%인 6,660만 명이 뉴욕시를 다녀갔다.

도박의 도시에서 레저, 비즈니스 도시로 탈바꿈한 라스베이거스 관광 슬로건은, “What happens here, stays here”이다. “여기서 일어났던 일은 여기에다 놓고 가라”는 뜻이다.

2019년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관광객은 4,250만 명으로 네바다(Nevada)주 전체 방문객 5,570만 명의 76%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3,880만 명이 방문하여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장소 슬로건(Place slogan)은 관광 목적지의 매력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마케팅 수단이다. 그러므로 전 세계 국가나 도시들은 더욱 설득력 있는 표현으로 관광 슬로건이나 로고(Logo)를 만들어 홍보한다.

한국에서는 관광 중심의 도시 슬로건을 가진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더 중요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문구 일색이다. 그리고 이들 슬로건의 타겟(Target)층이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이 아니라 대부분 지역주민이다..

충남 도청과 기초단체들의 도시 슬로건 사례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충남 및 기초단체의 도시 슬로건

2023년 6월 기준, 충남의 슬로건은 “힘쎈 충남, 대한민국의 힘”이다. 천안시는 “새로운 천안 행복한 시민,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천안”, 아산시는 “더 큰 아산, 행복한 시민”, 당진시는 “함께 여는 미래, 생동하는 당진”, 서산시는 “도약하는 서산, 살맛 나는 서산”,공주시는 “강한 공주, 행복한 시민”, 논산시는 “논산을 새롭게, 시민을 행복하게”, 계룡시는 “행복이 넘치는 Yes! 계룡” 등이다.

홍성군은 “따뜻한 동행, 행복한 홍성”, 예산군은 “새로운 내일, 하나된 예산”, 금산군은 “생명의 고향 금산, 세계로 미래로”, 부여군은 “함께 만드는 더 큰 부여”,보령시는 “건강한 도시, 행복한 보령”, 청양군은 “다함께 만드는 청양, 더불어 행복한 미래”, 태안군은 “날자 새 태안이여, 더 잘 사는 미래로”. 등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충남 도청이나 산하 기초단체의 슬로건의 핵심 내용은 역동성(Dynamism)과 행복이 유독 많이 강조되었음을 알 수 있고 그것이 도시(지역)의 목표(Motto)임을 나타내고 있다.

도시(지역) 슬로건의 전제 조건

미국에서는 슬로건을 Tagline, Moniker, Motto 또는 Catchy Slogan, Catchy phrase 등 다양하게 부른다.

미국 도시의 슬로건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미국의 바이라인 그룹(Byline Group)에 따르면, 도시 슬로건을 만들 때, 다음과 같은 4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1) 도시 특성, 스타일 및 개성 등 속성(Attributes)을 잘 표현하고 있는가? 2) 똑똑하고, 재미있고, 기억할만한 메시지(Message)인가? 3) 독특하고 오리지널 느낌을 갖는 차별화(Differentiation)가 되어 있는가? 4) 마지막으로 살고 싶고, 방문하고 싶으며, 배우고 싶은 대표성(Ambassadorship)을 갖고 있는가? 등이다.

미국 도시(지역)의 슬로건 사례

미국의 도시 슬로건은 도시의 특징, 장점, 위치 등이 강조되어 있다. 한번 들으면 금방 기억할 수 있는 구호이다.

MIT, Harvard 등 명문대학이 밀집된 교육 도시 보스턴 (Boston)은 2022.12월 슬로건을 “결코 늙지 않는 보스턴(Boston never gets old)”으로 만들어 교육 도시로서의 젊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전통적 산업 도시인 미국 중부의 시카고(Chicago)는 2022. 1월 “시카고에 있지 않은 시카고(Chicago not in Chicago)”로 바꾸어 기존 브랜드 이미지 변신과 주민 자긍심 고취, 관광객 및 기업 유치와 신규 주민 유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디즈니 월드, 씨월드, 매직 킹텀 등 10개의 대형 주제 공원(Themed park)을 갖고 있는 플로리다주 올랜도(Orlando)시가 2022.5월 출시한 슬로건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인(Unbelievably real)” 이다. 상상 이상의 현실을 체험한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초콜릿 공장이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허시(Hershey)시의 슬로건은 “지구상에서 가장 달콤한 장소(The sweetest place on earth)”이다.

미국 도시(지역) 슬로건의 특징 중 하나는 장소성(Placeness)을 유독 강조한다는 점이다. 장소성은 장소의 진정성(Authenticity)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지금의 슬로건 갖고는 관광 마케팅에 활용할 수 없어

충남 내 각 도시(지역)는 나름대로 독특하고 진정성 (Authentic) 있는 장소의 특징과 대표성을 갖고 있는 속성(Attributes)들이 많다.

당진은 제철소가 있는 산업 도시로 변했지만, 전통적으로 농업·수산업 기반의 도시였다. 바티칸에 의하여 성인으로 추앙된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고, 심훈의 소설, 상록수가 만들어진 고장이기도 하다.

공주, 부여는 백제의 수도로서 더이상 논할 필요가 없는 문화 역사 유적 중심의 관광지이다.

서산, 태안은 해양관광 도시로서 수도권 관광객들이 1박을 하고 가도 손색이 없는 자연 휴양 관광 지역이며, 수산물이 풍부한 곳이기도 하고, 바티칸에 의하여 “국제 순례 성지(Int' l pilgrimage site)로 지정된 해미 성지가 있다.

천안, 아산은 산업 도시로서 성장이 가파른 곳으로 충남 전체인구 212만 명의 47%(99만5천 명)가 두 도시에 살고 있으며,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충무공 이순신,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고향이기도 하다.

홍성, 예산, 청양은 대표적인 농업지역으로 지속 가능한 청정 농촌 관광지를 지향할 수 있다.

보령, 서천은 해양을 끼고 있는 지역이므로, 해양관광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1960~1970년대에는 대천 해수욕장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만큼 유명한 시절도 있었다.

금산, 논산, 계룡 등은 내륙지역의 다양한 문화 유적관광자원을 활용한 문화관광, 농촌관광 및 병영 체험을 소재로 한 관광 전략을 만들 수 있다.

관광 진흥 촉진을 위하여 지금의 경제, 산업 중심의 슬로건을 관광마케팅 활동에 활용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설득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지역 특색과 대표성을 담은 독특한 관광 슬로건을 별도로 새롭게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몇 가지 제언

충남 지역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의 특색과 장점을 최대한 살린 독특한 관광 슬로건을 만들라는 것이다. 광고회사에 많은 돈을 줄 필요는 없다. 지역주민 공모를 통하여 만들어 내면 된다. 지역이 우월적으로 가진 관광 자원, 농산물, 문화 유적 자원 등이 슬로건의 핵심 소재가 될 수 있다.

둘째, 공동 관광, 여행 상품을 출시하여 공동 마케팅하라는 것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은 한 곳만을 방문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역 관광의 성공 전략이다.

셋째, 방송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방송사는 콘텐츠 개발에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과 체험 소재가 있다면 다양한 많은 방송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광고비 지출 없이 홍보할 수 있다.

넷째, 주한 미군과 그 가족의 여행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홍보하라는 것이다. 주한 미군의 수는 유동적이지만 2만8천5백 명 정도이며,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10만 명이 넘을 수 있다. 주한 미군의 관광 수요 조사를 통하여, 그들에 맞는 여행 상품, 관광 상품을 만들어 내고 주한 미군들이 많이 보는 매체를 통하여 홍보한다면 입수문을 통하여 그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산의 레일 바이크 관광 상품과 아산 및 당진 지역 야외 카페 등에는 많은 주한 미군 가족들이 방문하고 있다.

다섯째, 현장의 관광 및 여행업계의 핵심 인사들의 의견을 늘 경청하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영업을 하는 관광, 여행업계 인사들의 의견을 마케팅 활동에 신속하게 반영하여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그들은 전쟁터의 전투 요원과 같이 현장의 상황을 매일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어 개선해야 할 많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여섯째, 핵심 고객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해야 한다. 충남도와 각 지자체를 찾는 관광객들이 누구인가? 를 정확히 파악하여 적극적인 핀셋 판촉 활동을 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나 서울관광 재단 같이 연간 수백억 원의 마케팅 예산을 지출하는 관광기관(DMO)과는 달리, 지역 지자체 관광 예산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적확(的確)한 목표시장, 표적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해야 투입 예산 대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일곱째, 기초단체별 랜드마크(Land mark)를 만드는 것이다. 랜드마크는 특정 지역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상징물이다. 이것은 지역주민들의 많은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예를 들면, 이순신 장군의 고향인 아산에는 20m 정도의 기념탑을 세우는 것이다. 런던 트래펄가 광장(Trafalgar square)에는 1805년 스페인과의 해전에서 승리한 넬슨 제독을 기리기 위하여 52m 높이의 넬슨 기념탑(Nelson’s column)이 1848년 세워졌으며, 런던의 중추적인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여덟째, 수십 년간 관광 마케팅 활동 수행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관광 전문관”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한국 관광공사에서 수십 년간 국내외에서 관광 마케팅 활동을 한 은퇴 인력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브랜드 마케팅에서, 브랜드 인지도( Awareness)와 브랜드 이미지(Brand image)가 있는데 브랜드 인지도는 고객들이 특정 지역이나 제품에 대해 기억하는 정도이며, 브랜드 이미지는 기억 연상에 대한 선호도, 강도 및 독특성을 말하고,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이미지의 총합이 브랜드 자산(Brand assets)이다. 랜드마크는 지역의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어야 한다.

필자는 최근 일제 강점기 근대 건물이 많은 군산을 다녀온 적이 있다. 마치 어느 일본의 지역 도시같이 새로운 느낌과 체험을 제공하는 관광 여행 프로그램이 잘 짜인 관광 도시였다.

충남의 관광 산업 성공을 위해서는 한번 가고 또다시 가 보고 싶은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기존에 가진 관광 자원을 재분류하고 많은 관광 여행 프로그램을 갱신(Renew)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재방문 관광객(Revisit traveler)이 많은 도시(지역)가 진정으로 관광 경쟁력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장태순 관광,마이스 칼럼니스트 

<필자인 장태순은 한국 관광공사 컨벤션 뷰로 실장, 인천관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부산관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계명대학교 호텔 관광학과 교수를 역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