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지면
꿀벌이 사라지면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7.12 08:5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꿀벌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짓는 농가들이 울상이다. 비닐하우스 딸기 농가도 마찬가지다. 꽃들에 골고루 수분을 해줘야 하는데 꿀벌들이 집단 폐사하자 꿀벌을 대신해 호박벌을 넣는 일까지 벌어졌다. 덩치가 큰 호박벌이 꽃에 앉자마자 꽃이 기울고 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기형 딸기가 나왔다.

원래라면, 매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 살구꽃, 철쭉꽃 등. 꽃들이 절차에 맞게 개화해야 벌들이 무리 없이 꿀을 따고 분봉이 제대로 이루어지는데 올해는 심한 기후변화로 전국에서 한꺼번에 후루루 꽃잎 열어버렸다. 어처구니없는 현상에 벌들이 우왕좌왕 번데기가 놀라 땅속에서 튀어나온 건 당연했다.

끊임없이 꿀을 따야 하는 꿀벌들 처지에서 보면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농약 중독과 통신기기 발달로 인한 공중 전자파로 집을 찾지 못해 사라지는 벌들도 적지 않다. 이제는 벌 농가뿐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런 일들이 알고 보면 지구를 빌려 사는 우리 인간들이 저지른 죄악이다.

한때 오빠는 지리산에서 키워온 토종벌을 더 좋은 환경을 찾아 경북 칠곡 어느 산으로 이사시켰다. 하나의 산 전체가 벌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우리 다섯 남매는 벌통 나르던 트럭에 엄마와 아이들을 태워 벌 산으로 견학을 다녔다. 뒷다리 사이에 노란 꽃가루를 껴안고 벌통 안으로 드나드는 꿀벌들 보며 어른도 아이도 신기하게 지켜보았다. 벌에 쏘여 눈이 탱탱 부어도 즐거운 벌 동산이었다.

오빠는 평생 토종꿀벌에 애정을 갖고 살아왔지만, 2009년부터 낭충봉아부패병 색브루드(sacbrood) 바이러스로 일천 통 가까운 벌통 속 벌들이 사라졌다.

꿀벌의 애벌레가 변태를 거치기 전 말라 죽는 토종벌의 법정 전염병, 괴질이다. 주로 봄에 발생하며 꿀벌의 소화 기관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원인균으로 유충이 죽어가는 과정이 부저병과 유사하나 부저병은 세균성이고 낭충봉아부패병은 바이러스성이다.

토종벌에 능통한 오빠도 결국 토종벌을 지켜내지 못했으며, 몇 년 전부터 양봉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양벌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서다.

토종벌은 부지런하고 깔끔해서 청결성이 우선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애벌레를 물고 가다 감염돼 죽어간다. 서양 벌이 살아남은 이유는 애벌레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어있어도 죽은 새끼를 빼내지 않고 냉정하게 버려둔다. 토종벌과 비교해 질병에 대처하는 방식이 유전적으로 다르기에 피해 정도도 다르다.

현재는 토종벌 자리를 서양 벌이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도 양벌은 성향이 달라 한국의 배나 사과 꽃가루받이가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는 늘어간다.

주요농작물 가루받이 중 79%를 꿀벌이 담당하고 21%는 나비나 곤충과 새가 차지한다. 꿀벌들이 할 일을 사람 손으로 인공수분(受粉) 하는 건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3만 4천 토종벌 농가는 99%가 사라졌다고 했으며 지구상에 1% 정도 남았다고 추정했었다.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 극복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산업화로 쏟아져나온 화학 제품들로 나날이 지구는 오염되고 죽어간다.

대기오염 1위는 노후화된 경유 차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가 스모그로 이어지면서 사람의 건강과 지구를 파괴한다. 섬유유연제는 수질오염의 주범이며 액체 샴푸 속 계면활성제는 고분자물질로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어려워 수질오염의 악영향을 준다.

그보다 더 심각한 오염은 우리가 먹는 고기 스테이크다. 믿기 어렵겠지만 예로 들면 BMW보다 패스트푸드가 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UN의 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O)가 지난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제 정육 산업은 전 세계의 지구온난화 물질 배출량의 18%를 차지해 교통수단에 의한 배출량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23배, 이산화질소는 296배에 달한다.

해답은 육식을 금하고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생활화해야 사람의 건강은 물론 지구 건강에 엄청난 도움이 되지만 오래도록 먹어온 육식을 끊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벌꿀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할 만큼 옛 조상들의 병을 치료해 왔다. 나는 어릴 적에 감기에 걸리면 수시로 토종꿀을 먹어왔다. 위가 약하거나 수족냉증이 있는 사람은 정말 좋다. 천연항생제와 면역력 강화성분이 들어있어 상온에서도 쉬이 상하지 않는다. 순수토종꿀은 물론 양봉꿀마저 먹기 힘들어지고 있다. 토종벌이든 양벌이든 살아 활성화되는 게 인류의 숙제다.

편리함에 젖어 사는 현대인들은 아직 어려움을 경험하지 못했다. 젊은 세대나 장차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 삶이 불편할수록 지구는 빨리 회복되고 살아날 것이다. 한 그루 나무가 숲이 되듯 나 하나의 작은 실천이 모이면 지구를 회복시킬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어본다.

꿀벌이 사라지면 그것은 지구의 종말을 부르는 거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하지 않았던가.

글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