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환 종축장의 추억과 국가 산업단지 조성에 대하여
성환 종축장의 추억과 국가 산업단지 조성에 대하여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6.1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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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고향은 우거진 숲과 넓은 초원만이 보이던 성환 종축장(옛 지명 성환목장)이다.

일본 강점기인 1915년 일본인 아카기 테츠마(赤城鐵馬)가 이곳에 종마 생산을 위한 목장을 만들고, 1928년 낙농업을 하던 곳이었다.해방이후 1947년 국가로 이관되어 성환 축산 시험장으로 바뀌었다. 이후 국립 종축원, 국립 축산 과학원 축산 자원 개발부라는 이름으로 수시 변하였으나,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성환 목장 또는 성환 종축장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1950년~1970년초 성환 종축장은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지금의 성환고등학교를 지나면 왼쪽 언덕으로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었고,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양 옆으로 빨간 비석 두 개가 나오고, 정문에 도착하면 독한 소독약을 의무적으로 밟아야하는 신발 소독을 끝내고, 성환 종축장 안으로 들어 올 수 있었다.

양편으로 우거진 숲을 1km 지나면 오른쪽으로 중앙 사무실이 나오고, 좌회전하면 수 많은 돼지를 사육하는 돈사가 나왔다. 계속 직진하여 내려가면 어느 순간 일본식 집이 여기저기 나오는데 성환 종축장 공무원들의 관사로 사용되었다. 동네 이름은 구라브라고 불렀다. 아마도 일제강점기 일본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파티를 하는 그런 곳으로 영어인 클럽(Club)의 일본식 발음(クラブ)이었던 듯 하다.

구라브 왼쪽 작은 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다시 몇 개의 일본식 가옥이 나왔는데 그것 역시 성환 종축장 공무원들의 관사였다. 나는 그 가옥중 한 곳에서 태어났다. 유년기의 추억은 유치원,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아버지를 따라 다른 곳으로 전학가는 많은 어린 친구들을 그리워 하며 보낸 시절이었다.

성환 목장의 뒤쪽에 있던 취원각(翠遠閣)이란 한옥 건축물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둘러쌓인 곳인데 전국의 수 많은 학생들이 수학 여행을 오던 곳 이었다. 이승만 대통령 별장이라고도 불리었으며 지금도 일부의 건물이 남아 있다고 한다.

내가 회상하는 성환 종축장은 우거진 숲으로 둘러쌓여 있고 또한 넓디 넓은 초원이 펼져져 있던 곳 이었다. 그 당시에도 농기구는 현대화되어 트랙터로 초지를 갈고, 트랙터용 파종기로 사료용 옥수수와 초본식물 씨를 뿌렸다. 당시 농촌에서는 농업용수 공급시설이 없던 시절로 사람이 논에 물을 퍼 올리는 용두레를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1960년대 초 종종 토종 여우를 본적도 있다. 1970년초 느닷없이 그 넓은 숲속의 아름드리 나무가 모두 잘려 나가고 초원으로 변하였다. 본격적인 낙농 및 축산업을 연구하기 위한 장소로 변한 것이다.

그 이후의 성환 종축장은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않다. 일본식 주택도 모두 사라지고, 내가 태어나 살던 주택 터만 철조망 밖에서 겨우 볼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는 고향이던 성환 종축장이 장소상실(Placelessness)의 대표적인 곳이 되었다. 지금도 예전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유일한 것은 멀리 보이는 소의 겨울 먹이 저장소인 사이로(Silo)통 뿐이다.

그렇게 성환 목장은 축산 시험장-> 국립 종축원-> 국립 축산 과학원 축산 자원 개발부로 이름만 계속 바뀌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면적이 418만 제곱미터(127만평)인 성환 종축장은 전남 함평으로 이전되고 2019년 기재부가 국유지 토지개발 선도사업으로 선정되어 4차 산업 제조혁신 파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 나온이래 이번 정부는 국가산업단지로 조성한다는 공약을 발표하였고, 2023년 3월15일 국토교통부는 반도체와 모빌리티를 주축으로하는 미래 모빌리티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였다.

100% 국유지인 성환 종축장 땅은 토지 보상 등 복잡한 문제가 없고, 평택 고덕지구 같은 대규모 기업 시설이 들어오면 일사천리로 공사가 진행되어 단기간 내에 끝날 수 있는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국가의 성장동력 역할을 하고, 인구를 늘이고, 천안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킬수 있는 미래형 산업단지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모든 지역 주민들의 소원이다.

국가 산업 단지 개발과 관련하여 성환 종축장 경계선에 위치한 신방리, 신가리, 복무리, 송덕리,와룡리, 어룡리, 우신리 등 원주민들의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개발시 이를 반영했으면 좋겠다.

과거에는 독일의 검은 숲(Schwarzwald)같이 울창했던 산림지역이었던 성환 종축장이 60여년간 대한민국 낙농과 축산 산업의 발전을 이루고 그 다음에는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최첨단 산업 기지로 성장할 것을 기대해 본다.

관광 마이스 칼럼니스트 장태순
관광 마이스 칼럼니스트 장태순

필자는 천안 출생으로 한국관광공사 컨벤션 뷰로 실장, 인천관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부산관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및 계명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를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