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지자체 최초로 진행하는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천안시가 지자체 최초로 진행하는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4.20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발 앞선 장애인 지원, 지혜 모은 보완으로 안착 필요

“여기 떡 좀 드셔 보세요.” 이야기를 마친 후 일어서는데 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바라보니 제주도 특산품인 오메기떡이다. 이야기가 이어졌다. “천안시의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을 받고 태어나 처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며 어제 한 회원이 보낸 겁니다. 중증장애인 혼자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 가능해진 거지요.” 한뼘인권행동 박문희 대표가 이야기했다.
2018년 1월 천안시가 지자체 중 최초로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을 시행했다. 천안시에 따르면 현재 지원을 받는 중증장애인은 여섯 명. 이들은 24시간 활동지원을 받으면서부터 비로소 편안한 마음으로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장애인 당사자, 시민, 천안시 함께 이룬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순탄히 시행에 이른 정책이 아니다. 오랜 기다림과 목숨을 건 싸움 끝에 이룬 결과였다.
활동보조인(올해 4월 6일부터 활동지원사로 명칭 확정)이 퇴근한 사이 호흡기가 빠져 중중장애인이 사망한 사건이 2016년 천안에서 발생했다. 이 사건을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생존권을 침해당한 제도적 죽임, 즉 타살로 규정한 천안의 27개 시민단체들은 곧 ‘천안시장애인활동지원24시간확보를위한시민연대(이하 천안활보24연대)’를 조직하고 천안시에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시행을 강력히 요구했다. 천안활보24연대에 함께한 천안한빛회 이연경 대표가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조속한 사업 집행 촉구, 1413명 시민이 서명에 동참한 시민캠페인, 국회의원·천안시장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시행을 받아내기란 쉽지 않았어요. 사회보장기본법에 근거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죠.” 이들의 발을 붙잡은 사회보장기본법 26조 2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문구는 천안뿐 아니라 대부분 광역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활동지원사업 축소 및 중단의 배경이 됐다. 2016년 당시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고양시 포천시 등은 이에 따라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을 중단하거나 신규 신청을 받지 않았고, 상황은 지금까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천안시가 시행하는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은 의미를 지닌다. 천안돌봄사회서비스센터 정경록 대표는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은 시민들이 제안한 내용을 천안시가 받아들여 정책으로 만들었고, 보건복지부 중복사업이라는 이유로 난항을 겪었지만 장애인 당사자, 시민, 천안시, 국회의원 등 모든 이들이 힘을 모아 결국 시행까지 이르렀기에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천안시 노인장애인과 금구연 장애인복지팀장은 “장애인 활동 지원은 2014년 민관합동워크숍 당시 천안시 5대 과제에 포함된 부분으로, 2015년 중복사업에 대한 불수용 결정이 내려져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복건보지부와 협의하던 중 지난해 10월 24일 국정감사장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 앙승조 국회의원이 관련 내용을 질의하고 답변을 받음에 따라 이후 재협의를 요청했고, 12월 29일 최종 동의를 받아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금 팀장은 “당시 대구광역시 강원도와 함께 천안시가 시행을 결정함에 따라 지자체로는 천안시가 최초”라며 “열 명에 대한 동의를 받아 현재 여섯 명에게 지원 중이고, 한 명이 현재 심의를 진행하고 있어 4월 안에 지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심은 적정 수가 … 당장은 ‘생활임금’으로 보완 필요

24시간 활동지원을 받는 중증장애인들의 삶은 달라졌다. 꿈에도 생각 못했던 여행을 가게 됐고, 활동지원사가 퇴근하고 홀로 남는 밤이 되면 불안에 떠는 일도 줄었다. 한뼘인권행동 박문희 대표는 “활동지원을 받는 이들에게 물어보니 밤에 옆에 사람이 있어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하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했다. 박문희 대표도 24시간 활동지원을 받는 당사자다.
해결해야 할 부분은 남아 있다. 활동지원사에 대한 적정한 대우다. 현재 활동지원사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하루 8시간 기준으로 150만원을 넘지 않는다. 2018년 기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 시정 요구가 높다.
이로 인해 활동지원사의 교체가 잦거나 혹은 수급이 불안정하면 그는 고스란히 장애인 당사자가 감당해야 한다. 결국, 적정수가가 갖추어져야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정책은 안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해야 하는 영역이라 막막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지자체가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움직임이 있다. 바로 ‘생활임금’ 적용이다. 생활임금이란 근로자가 실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주거비, 교육비, 물가수준을 고려한 임금을 말한다. 정경록 대표는 “현재 천안시장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에게 이와 관련한 정책 공약화를 시민정책으로 제안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시행으로 장애인들의 삶이 월등히 나아졌다는 속단은 금물이다. 이를 통해 지원받는 장애인은 여섯 명이고, 지원과 개선이 필요한 영역은 많다. 저상버스 확충이나 장애인콜택시의 24시간 운영 및 지자체 간 경계를 넘지 못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장애인이 건물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경사로도 갖추어야 할 부분이다.
“법으로 규정해 이제는 경사로를 갖춘 건물이 많지만, 장애인들의 이동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경사로가 있다 해도 가로막고 주차해놓은 차량으로 인해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요. 장애인을 위한 제도 확충과 시행, 그리고 기본적인 배려가 이루어지는 사회를 바랍니다. 장애인이 쉽게 이동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면 그곳은 누구나 행복하고 살기 좋은 사회일 테니까요.” 박문희 대표의 당부다.

장애인 이동에 필요한 경사로를 가로막은 차량. 도시 곳곳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장애인 이동에 필요한 경사로를 가로막은 차량. 도시 곳곳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김나영 기자 namoon@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