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입장 출신으로 1960년 4월혁명 시기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대를 진압하던 경찰의 총탄을 맞아 불꽃같은 마지막 삶을 혁명의 역사 속으로 태워 넣은 김영기 열사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해마다 4월이 오면 입장감리교회에서 김영기 열사에 대한 추모 예배를 드리는 것이 현재로서는 그에 대한 기억의 전부일 뿐이다.
4월혁명 당시 김영기 열사는 20살 나이로 중앙신학교 신입생이었다. 4월 19일 피 끓는 마음으로 광화문 일대에 대거 모여든 대학생들 사이에서 무작위로 날아드는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소식을 들은 당시 천안의 중·고등학생들은 그로부터 열흘째 되던 28일 천안역 광장에 모여 엄숙하면서도 진중한 추도식을 열었다. 몇몇 신문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광장에 운집한 추도식 인파가 거의 1만 명에 육박했다’고 전했다.
추도식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다. 올해는 4월혁명이 58주년 되는 해다. 천안의 김영기 열사를 다시 찾는 마음으로 4월 19일을 며칠 앞둔 16일 열사의 흔적을 찾아봤다.
묘역에서 모교에서 열사를 만나다
김영기 열사는 서울 수유동에 자리한 국립 4.19 민주묘지 제1묘역 B구역에 잠들어 계신다.
묘비 뒷면에는 김영기 열사의 생일이 1940년 2월 28일로, 출생지가 논산으로 표시되어 있다. 어린 날 천안시 입장으로 이사를 와 고등학교까지 다녔을 것이나 이와 관련된 내용은 생략되어 있다. 묘비에 ‘중앙대학 신학과 1년 재학’이라는 표시가 함께 있으나 이것은 잘못된 것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중앙신학교’를 ‘중앙대학’으로 오인하고 표시한 결과다.
문제는 오류에 대해 누가 수정사항을 요청하고 수정절차를 진행할 것인가이다. 유가족이 챙기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면 관심 있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정확한 확인과 정정을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앙신학교는 세월이 흘러 강남대학교로 발돋움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소재하고 있다. 혁명의 열기 속으로 목숨을 던진 훌륭한 선배를 추모하며 후배 대학생들은 4월혁명이 돌아올 때마다 ‘4.19 기념 교내 마라톤 대회’를 개최해왔다고 전한다. 아쉽게도 더 이상 행사는 이어지지 않는다.
마라톤 대회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예술관 앞에는 달려나가는 후배 대학생들을 늘 지켜보았을 ‘4.19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김영기 열사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세웠을 것인데 기념비의 전면에는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다. 대신 기념비 뒷면에 열사에 대한 내용이 짧게 새겨져 있으나 안타깝게도 기념비를 언덕에 바짝 붙여 세운 바람에 뒷면의 글을 자세히 알아볼 수 없다.
강남대학교가 규모 있는 종합대학으로 성장하고 주요 건물들이 번듯하게 세워져 있는데, 4월혁명의 고귀한 불꽃이었던 선배 김영기 열사에 대한 추모가 너무나 소박한 것이 아쉬운 일이다. 더욱이 김영기 열사의 이름을 지나가는 대학생들이 알아볼 수 없다는 것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는 열사의 기억을 제대로 복원하자 =
수년 전 천안의 몇몇 뜻있는 분들이 김영기 열사에 대한 추모를 하고자 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지만 이후 관련 소식들은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천안에서 김영기 열사에 대한 기억의 복원은 요원한 일로 남겨야 할 것인가?
천안의 근현대사에 대한 연구와 답사를 진행해오며 이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역사에 열의를 지닌 사람들이 천안역사문화연구회를 창립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연구회의 여러 사업들 중 김영기 열사 추모 사업이 중요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내후년 4월혁명 60주년을 앞두고 김영기 열사에 대한 기억의 복원을 위해 구체적인 연구를 모색하고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천안시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민족민주평화공원에서 ‘평화의 소녀상’ ‘임종국 선생 조형물’ ‘6월항쟁 30주년 조형물’과 함께 ‘김영기 열사 조형물’도 천안시민들과 만나게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