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제터먹이사회적협동조합이 시작한 ‘작지만 거대한 일’
아산제터먹이사회적협동조합이 시작한 ‘작지만 거대한 일’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4.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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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씨앗을 살리는 일이 식량주권을 살리는 일입니다”

“이것 보세요. 토종 벼가 얼마나 예쁜지 아세요? 또 토종 옥수수 맛이 얼마나 좋은데요. 토종 옥수수를 먹어보면 다른 옥수수 못 먹어요.”
장명진 제터먹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제터먹이) 이사장은 사진을 보여주며 토종 종자의 우수성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설명하는 장명진 이사장은 표정까지 환해졌다. 토종을 사랑하는 그이기에 가능한 일일까. 이렇게 맛있고 좋다는 그 많은 토종 씨앗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 가지만 생각한 정책, 정말 지켜야 할 것 잃을 수 있어

앉은뱅이밀
앉은뱅이밀

6.25전쟁과 일제 강점기 수난 시대를 거치며 우리나라는 먹고사는 일이 시급했다. “1960~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생산성 높은 개량 종자로 농업을 변화시켰어요. 생산성만 따진 나머지 우리 체질과 기후에 맞는 토종 종자들을 말 그대로 씨를 말렸죠.”
생산성에서 밀린 우리나라 토종 씨앗들은 시골에서나 간신히 볼 수 있는 귀한 종자가 됐다. 청양고추는 국내 종묘회사가 자체개발한 토종이지만 다국적기업 몬산토 손에 넘어간 지 오래다. 삼복 꿀수박, 금싸라기 참외 등 몬산토가 집어삼킨 우리 종자만 무려 2000여 종에 달한다.

 

몬산토는 세계 최대 살충제 회사이며 GMO 특허 90%를 갖고 세계종자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몬산토는 몬산토의 비료와 농약을 쓸 수밖에 없는 품종 개량과 유전자 조작을 거친 종자를 세계 각국에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다. 세계시장에서 유통되는 종자 대부분은 몬산토 같은 종묘회사들이 다음 세대를 잇지 못하게 만든 교배 종자다. 열매 속에 들어있는 씨를 뿌려도 정상적인 성장이 어렵다. 몬산토가 종자 가격을 올려버리면 어떻게 될까. 먹고 살기 위해 우린 매번 ‘울며 겨자 먹기’로 종자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이는 비극입니다. 우리가 토종을 잘 확산시켜 키우면 굳이 로열티를 줘가며 수입농산물을 들여올 필요가 없습니다. 토종을 살리는 것이 종자주권, 더 나아가 식량주권을 살리는 일이 되는 겁니다.” 장명진 이사장의 설명이다.

   제터먹이가 키운 토종농산물 로컬푸드매장서 판매 예정

토종콩
토종콩

제터먹이는 이미 우리 토종 종자를 키워 생산하고 판매까지 진행하고 있는 제품이 있다. 바로 콩나물과 앉은뱅이밀. 콩나물은 토종 준저리콩이고 앉은뱅이밀은 우리 토종 밀이다. 장 이사장은 “제터먹이는 현실농업에 맞게 토종 종자를 접목한 최초 사례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앉은뱅이밀은 세계 90% 이상 재배하는 현재 밀의 엄마 격이며 제터먹이가 가장 활발하게 생산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터먹이가 생산한 앉은뱅이밀로 만든 국수, 라면은 소화가 잘되고 맛이 좋아 청소년 입맛에도 잘 맞는다.
또 토종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장을 담갔다. 이 토종 장을 이용해 다용도 비법소스도 만들었다. 판매 예정이다. 올해부터 제터먹이 생산자 조합원은 한 명당 한 가지씩 토종 씨앗을 심는다. 작지만 매우 맛있는 검은찰옥수수, 맵고 시원한 맛의 토종 고추. 토종 상추 등 올여름부터 로컬푸드매장인 ‘품앗이마을’에서 만날 수 있다.

장명진 이사장은 토종 고추 농사를 지을 계획이다. 가을엔 토종 고추로 고춧가루를 생산할 기대에 차 있다. 토종 고춧가루로 담글 김치를 생각하니 미소가 절로 떠오르는 모양이다.
장 이사장은 한국농업을 대하는 국가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무분별한 수입개방은 한국농업을 말살시켰어요. 미래농업의 소중한 자산은 식량주권이에요. 왜 값비싼 로열티를 주고 수입종자를 들여와 먹어야 합니까. 이 틀을 깨야 해요. 이를 위해 토종의 우수성과 가치를 알리며 확산의 기회를 만들어나갈 겁니다. 우리 손으로요.”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m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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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상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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