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서해안을 지키기 위한 연대 ‘충남의 바다’
아름다운 서해안을 지키기 위한 연대 ‘충남의 바다’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2.1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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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의제 소개

이 기사는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과 천안아산신문의 협업으로 작성된 기사이며, 주민주도 지역문제해결 프로세스인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의제를 소개하고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해 기획되었다.

충남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현황 파악 및 정책 설계

충남 홍성군 남당리에 위치한 노을전망대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끝이 없어 보이는 넓은 바다의 품은 그대로 안겨도 좋을 듯하다. 해가 어스름히 지려고 하자,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이내 침묵한다. 더 이상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는 감동의 순간이다. 여운을 느끼며 바다의 아름다움 풍광을 감상하던 시선은 바닷가에 널브러진 쓰레기에서 멈추고 만다. 음료수병부터 어구로 사용된 것 같은 복잡하게 얽힌 그물망과 폐스티로폼까지, 감동은 달아나고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런 해양 쓰레기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해양을 깨끗이 만들기 위한 플로깅도 유행한다. 홍성에 거주하는 박은경 씨는 바다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 나섰다. 처음부터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움직인 것은 아니다. 서해 바다를 자주 찾아가다 보니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고, 직접 눈으로 바다를 보니 해양 쓰레기 문제가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충남 해안 지역에 배를 타고 들어가 쓰레기를 주워 종류를 파악했다. 수거한 쓰레기들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전시회도 열었다. 아크릴 보드로 만들어진 수조에는 충남의 바다 곳곳에서 건져낸 쓰레기들이 담겼고, 너무 커서 가져 올 수 없었던 쓰레기들은 사진으로 전시했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공예 체험도 했다. 전시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눈앞에 놓인 실제 바다쓰레기를 보고 만지며 “바다에 가면 쓰레기가 너무 많아요. 저희도 다음에 아이들이랑 같이 주워 볼게요”라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쓰레기를 분류하고 분석하는 작업도 했다. 홍성 남당항 노을전망대 주변은 관광객들이 버린 생활 쓰레기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어업 도구들이 더 많이 수거됐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충남의 바다 쓰레기 현황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문제의식이 생겼고 ‘홍성의 바다’만을 위한 리빙랩은 범위를 넓혀 ‘충남의 바다’가 되었다.

이번 리빙랩은 환경운동의 의미를 넘어 여러 단체와 사람들이 함께 연결되어 관계의 범위를 넓혀 갔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충남자원봉사센터가 당진자원봉사센터를, 당진자원봉사센터는 특수임무유공자회를, 특수임무유공자회는 드론봉사단을 연결하는 등 소개에 소개를 더하며 협력자들을 계속 늘려갔다. 시민들은 관광지에 버려진 생활 쓰레기들을 줍고, 특수임무유공자회는 보트를 타고 들어가 폐어구 등 크고 다양한 쓰레기들을 수거했다. 성과에만 치중하지 않고 관계에 중심을 두고 진행한 것이 협력과 연대의 바탕이 되었다. ‘함께 함’으로 인해 더 많은 가능성과 의미를 발견했다.

리빙랩을 통해 서해 바다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했던 박은경 씨처럼 참여한 많은 시민들도 쓰레기를 주우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 기억이 앞으로도 협력과 연대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인터뷰] 박은경(홍성YMCA 간사)

‘내가 왜’에서 ‘우리는 왜’로 바뀐 변화

Q. 리빙랩을 통해 어떤 변화의 과정들이 있었나요?

리빙랩을 하게 됐는데, 해양 쓰레기에 대해 잘 모르니까 매주 주말마다 바다에 갈 수밖에 없었어요. 태안부터 서천까지 많은 바다를 돌아다녔어요. 매주 가다보니 서해바다가 너무 예쁜 거예요. 태안의 바다, 홍성의 노을 전망대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처음 알게 된 거죠.

모르니까 전화도 정말 많이 했어요. 궁금한 것이 생기면 군청 환경과, 태안 국립공원 관리공단 등등 여러 기관에 전화하면서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 들었어요. 이 과정을 통해 ‘해양 쓰레기를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라는 욕구가 생겼고, 전시와 사진전을 준비하게 됐어요. 이왕 준비하는 거 ‘홍성에서만 할 게 아니라 충남 서해 연안 지역의 쓰레기를 모두 수거해 도청 앞에서 진행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Q. 쓰레기의 종류를 파악하고 구체화 하려던 이유는?

저희가 보통 해양쓰레기라고 하면 바다거북이 코에 박혀 있는 플라스틱 빨대를 가장 먼저 떠올리잖아요. 그래서 쓰레기를 모아 종류를 파악하고 구체적인 상황을 시각화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특수임무유공자 분들은 무인도에 배를 타고 들어가서 쓰레기를 수거하는데, 그곳에 육상에서 유입되는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거예요. 저도 바닷가를 돌아다니면서 ‘도대체 이런 쓰레기는 왜 여기에 있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육상에서 유입된 쓰레기들이 돌고 돌아 여기까지 오게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겉으로만 보이는 것 외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까지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리빙랩을 하면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점이 ‘해양 쓰레기는 아무리 분리수거를 해서 버려도 무조건 매립이다’라는 얘기였어요. 염분 때문에 인력이 더 투입되어야 하고 여러모로 비용 문제가 크다는 거죠.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우리가 어떤 정책대안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Q.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아무 보상 없이 플로깅에 참여해 주시는 분들에게 분류까지 부탁드리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또 여러 단체와 협업을 했는데, 팀마다 성격이 다르니까 어떤 단체가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때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같은 장소에서 두 번의 플로깅을 했는데 한번은 자원봉사거점캠프에서 하고 한번은 혜전대학교 학생들이 했거든요. 자원봉사거점캠프는 해양 정화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자잘한 생활 쓰레기를 비롯해 폐어구나 큰 쓰레기들이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혜전대학교 학생들의 경우는 해변을 걸으며 가볍게 플로깅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생활쓰레기가 더 많이 나온 거죠. 그 결과에 따라 제안하는 대안들도 달랐고요. 그런 부분을 맞춰 가는 게 재밌기도 했고, 어렵기도 했던 것 같아요.

Q.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전시회를 저희 단독 행사로 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규모도 그렇고 행사를 보러 올 사람을 모으는 데도요. 그런데 운 좋게 내포혁신플랫폼에서 하는 탄소중립 행사의 한 코너로 함께 진행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었고 적당한 규모로 할 수 있었어요. 전시회 때 해양쓰레기도 보여주고, 공예체험도 하고, 해양 생태계 관련한 자료들을 알리기도 했어요. 전시를 보고 소감을 말해주면 공예체험 행사권을 주는 식으로 했어요. 그랬더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을 수가 있었어요. 블루카본에 대한 자료를 보고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고, 해양쓰레기 문제에도 많은 관심과 공감을 보여줬어요. 다들 뭔가 ‘해 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조금씩은 있다고 느꼈어요. 그 조금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키워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겨났어요.

Q. 감동적이었던 순간이 있다면?

충남에 같이 연계해서 활동할 수 있는 단체들이 정말 많다는 것, 그리고 해양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에요. 특히 홍성군자원봉사거점 캠프와 플로깅을 할 때, 그리고 특수임무유공자 분들이 섬에 가서 활동하는 걸 보고 감사하고 죄송하고 정말 많은 감정이 오갔어요. 저는 저 분들 만큼 이입하며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내가 이 일을 안 벌였으면 저 분들도 고생 안 하셔도 되는 거였는데’ 하는 생각에 너무 죄송했어요. 제가 특수임무유공자 분들의 활동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야기를 전해 듣고 활동사진을 봤거든요. 배 타고 섬에 들어가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나오려면 물때가 맞아야 해요. 그래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4~5시간을 기다렸다가 나온 것이에요. 쓰레기의 양도 어마어마하고요. 그분들은 특수부대 출신인데 본인들의 특기를 살려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뭔지 찾다가 이 일을 하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심지어 ‘내년에도 연락 주세요’라고 하세요. 이분들은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시지. 이분들께 노인 일자리 이상의 것을 지원해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하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관에서 못하는 일을 해주시는 거잖아요. 이분들 말고도 리빙랩을 하면서 ‘이렇게 같이 하고 싶다’, ‘우리도 같이 하고 싶다’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리빙랩은 저에게 ‘왜?’로 시작해서 우리에게 ‘왜?’로 끝난 사업이었어요. 처음에는 ‘이걸 왜 내가 해야 하지?’였고, 나중에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였어요. 제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와 같은 활동을 좋아하거든요. 근데 리빙랩이 딱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한 것들이 실현될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해주고 함께 해주려는 노력들이 진심으로 느껴졌어요. 함께 하는 분들이 너무 열심히 하니까 저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잘 모르는 것들을 알아갈 수 있는 과정도 좋았고요.

문의: 041-574-9897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글: 지역콘텐츠발전소 노해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