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민 장군의 역사가 깃들인 느티나무
김시민 장군의 역사가 깃들인 느티나무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2.12.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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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서 팽나무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소덕동이라는 작은 마을에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가 건설하게 되자 마을 주민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법률사무소를 찾아간다. 우영우는 담당 공무원이 천연기념물인 팽나무를 문화재청에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영우가 속한 로펌은 팽나무 덕분에 소송에서 이겨 마을을 지킬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 팽나무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져 창원시 동부 마을은 관광 명소가 되었다.

천연기념물은 아니지만, 우리 마을에도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가 있다.

가전리 느티나무 

가전리 471-1의 느티나무는 마을 입구에 우람하게 버티고 서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느티나무의 옆과 뒤에는 10여 채의 집들이 있고, 나지막한 산이 병풍처럼 드리워 있다. 느티나무 앞쪽으로는 눈이 소복이 쌓인 논과 인적이 드문 작은 도로가 있었다. 멀리는 지방도를 달리는 차들이 휙휙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가전리 느티나무를 보았을 때 느티나무는 정년을 마치고 의자에 머리를 대고 쉬는 노인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나무는 밑동에서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나무가 오래되면 속이 빈다고 한다. 나무 밑동의 빈 부분은 시멘트로 여기저기 바른 것을 볼 수 있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가지는 가늘어져 사방으로 뻗쳐있다. 희한하게도 집들이 모여 있는 인가 쪽으로는 가지를 짧게 뻗고 반대쪽으로 무성하게 가지를 뻗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살아온 느티나무의 껍질은 마치 철이 녹이 슬면 갈색으로 부식되어 일어나는 것처럼 이끼와 함께 껍질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매서운 삭풍과 눈보라에 잎은 쉴 새 없이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느티나무 옆에는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유허지 기념비와 거북바위가 있다. 조선시대 명종 때 구암(龜岩) 김충갑이 이곳에 살았는데 그의 아들이 바로 임진왜란 당시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김시민이다. 김시민이 9살 때의 일이었다. 거북 바위 아래에는 연못이 있었는데 가끔 동네에 물을 마시러 온 송아지가 사라지는 일이 생겼다. 이 일을 알게 된 김시민은 이무기를 없애기로 결심하였다. 김시민은 친구들에게 연못 근처의 느티나무에 올라가게 하였다. 물에 비친 아이들을 보고 이무기가 솟아오르자 김시민은 활을 명중시켜 이무기를 쏘아 죽였다. 현재 연못은 남아 있지 않다.

국가에서는 보존할 가치가 있는 수목을 체계적으로 보호 관리하고자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전국적으로 12,361본을 보호수로 지정(2006년 기준)하여 관리하고 있다. 김시민 장군이 동네 친구들과 이무기를 쏘아 죽임으로 동네를 지킨 것처럼 가전리 느티나무는 400년 동안 동네 주민들에게 정신적으로 수호신 역할을 해 왔을 것이다. 우리가 느티나무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관심을 가질 때 앞으로도 나무는 동네 주민들과 공존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병천마을신문 김경숙 마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