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학관, 제1회 천안문학상 수상자 발표
천안문학관, 제1회 천안문학상 수상자 발표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2.11.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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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시인 선정... 내달 17일 시상식

천안문학관이 제정한 제1회 <천안문학상>의 영예는 박미라 시인의 「천산북로」 외 2편에 돌아갔다.

20일 오후 3시 천안문학관 회의실에서 1백 여 천안지역 등단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심사에서 천안문인협회 소속 박미라 시인의 작품은 심사를 맡은 유재영 시인(한국시인협회), 김현정 평론가(세명대 교수), 박연준 소설가의 합일된 의견으로 선정되었다.

박미라 시인
박미라 시인

박 시인은 19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이래 시집 《비 긋는 저녁에 도착할 수 있을까?》, 《울음을 불러내어 밤새 놀았다》 등 7권의 시집을 펴냈고, 천안문인협회와 대전일보문학회, 빈터문학회, 바람시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대전일보문학상, 충남시협문학상, 서귀포문학상 등을 수상한 한국문단 중견작가로 자리하고 있다.

심사를 맡은 유재영 시인은 “심사 초반부터 수상작으로 거론되며 압도적 차이를 보였다. 무엇보다 모든 시편들이 고른 완성도를 유지하며 자아내는 긴장감이 남달랐다”고 했고, 김현정 평론가 역시 “시적 상황 속으로 이끄는 힘이 있는 문장들은 작품을 두 번, 세 번 읽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전했다.

문향 천안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향토문학을 이끌어 갈 역량 있는 문학인을 발굴하기 위해 올해 <천안문학상>을 제정하게 되었다는 이정우 관장은, “새로움과 협력이 만들어내는 문학의 가치에 주목하며 문학다움을 향한 용기 있는 발걸음으로 전한의 시대를 걸어가겠다는 의지에서 문학상을 제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천안문학상은 추천과 공모 기간을 두는 응모방식이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하는 모든 문인들의 1년 이내 발표작 중에서 심사위원이 찾아서 선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지역과 연고가 적은 외부 심사위원을 통해 작가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능한 한 배제한 채 낯선 방식으로 포착하고자 하는 심사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12월 17일 오후 3시 천안문학관 강당에서 제1회 <천안문학상>을 수상하는 박미라 시인에게는 상금 3백만 원이 수여되며, 『천안문학』75호에 특집으로 조명된다.

<천산북로> 

끝물오이 시르죽은 초록이 등골을 훑고 가는 초저녁, 선잠 쏟아지는 권태를 뒤적여 낡은 지도를 짚는다

산자수명한 시절을 다 들어내고, 세상 밖의 주문으로 빚으신 그 길을 베꼈더라는 풍문에 북쪽으로 머리 두고 석달 열흘 뒤챘다

당신을 통째로 끓이고 바짝 졸여 건져낸 지극에 차마 비기랴만, 그렇게 정하다는 월아천에서 고요한 이름 하나 건져 들다가 그예 발을 헛딛고 싶은데

화석이 된 가슴을 꽃잎처럼 쪼아낼 손이 있더라도, 향기를 버린 지 오래다, 혼자서 비밀처럼 저물 테지만

도착하셨다는 기별 아직 없으니 앞서가서 기다릴 수도 있겠다고, 뒤늦은 행로를 소지燒指로 올리다가

어둠 속에서 불쑥 나온 손길에 등짝을 맡기고, 반 넘어 닳아버린 빗자루처럼 허름한 몰골로는 어림없겠다고

마디를 감춘 손으로 삼가 어둠을 사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