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그린협동조합, 생태교육 꿀따기(채밀) 프로그램 열어
함께그린협동조합, 생태교육 꿀따기(채밀) 프로그램 열어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2.05.3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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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키운 꿀 수확을 통해 벌의 중요성과 로컬푸드의 환경적 가치를 배운다

다가오는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기후 위기 속에 일상 속 탄소 중립 실천과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아산시 음봉면 월랑리에 있는 함께그린협동조합은 생태 시민 육성을 위한 ‘탄소중립 꿀따기(채밀)’ 프로그램을 지난 28일에 진행하였다.

프로그램 주제가 독특하다. 이번 프로그램은 어떻게 기획된 것일까.

“2021년 탄소중립 실감 프로젝트로 우리 지역 노지에 패션후르츠(백향과) 식재를 시도했어요. 기후 위기, 아열대화, 지구 온난화 등등 환경적 변화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실감 나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많았죠. 저 멀리 있는 북극곰은 지켜야 할 존재임이 분명하지만, 당장 우리 곁에서 실감할 수 있어야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노지에 이게 자라겠어? 라는 의구심이 더 컸는데 세상에, 무성하게 덩굴이 지고 열매가 달리는 것을 보니 정말 심각성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김정심씨(39, 함께그린협동조합 조합원)는 지난해 탄소중립 프로젝트로 <우리 지역 노지에 열대과일 심어보기>를 시도한 이유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조합원들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2020년부터 도시농업관리사를 준비해 왔다. 탄소 중립이란 로컬에서 생산된 것을 이동 거리를 줄이고 무포장 상태로 소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나씩 병행해나갔다. 생태실험실에서 한 해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생각이 ‘벌’로 확장되어갔다.

함께그린협동조합 이지연 이사장은 “우리 생태실험실이 400여 평입니다. 농약, 제초제 없이 도시 농업을 하다 보니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진행하기가 참 고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볼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 핀 작은 꽃들에 날아오는 벌들의 모습을요. 생태실험실 곳곳의 작물들이 벌 덕에 수정이 되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었어요. 사실 벌이 사라지면 인류에게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식량 부족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지요. 생태계에서 벌이 얼마나 중요한지, 기후 위기 시대에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벌은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알아보고자 결정했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뜻이 통하는 양봉 농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만난 지역의 청년 양봉 농부와 뜻을 모아 한 해 동안 조합원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벌에 대한 여러 시도를 거듭하며 직접 벌을 길러왔다.

이 이사장은 “8월이면 말벌이 꿀벌을 사냥하기 시작하죠. 나름대로 장치는 해두지만 다 막을 수는 없어요. 청소년 조합원들도 함께 나서서 말벌 대응 활동을 하기도 했지요.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안전입니다) 추석 때는 막아둔 그물 틈새로 장수말벌이 침입해 죽은 꿀벌 수백 마리가 산처럼 쌓여 있기로 했어요.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늘 조심한다고 해도 벌에 쏘이기도 하는데 다행히 모두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가서 따끔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라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주제로 수많은 프로그램과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지만, 계절을 지나 한 해를 준비한 이번 프로그램에는 더욱 각별한 의미가 담겼다. 올봄 70억 마리의 벌들이 사라져 전국적으로 양봉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지연 이사장은 다행히 함께그린협동조합에서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스럽지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벌들과 생활하다 보니 농약을 뿌리는 시기가 되면 농약을 탄 논에서 물을 마시고 죽는 벌들, 공기 중에 살포된 농약으로 인해 죽는 벌들도 많습니다. 이런 하루하루가 모이면 결국 우리 사람들도 견딜 수 없게 될 거에요. 벌을 함께 돌보는 아이들은 직접 그런 상황들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되니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 보입니다. IPCC6차 보고서에 따르면 이 상태로 탄소가 배출될 경우 2042년, 되돌릴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지나게 된다고 하지요.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미래 세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들의 오늘 이야기입니다. 막연하게 뭘 해야 할까 걱정스럽고 궁금하다면, 저희에게 연락을 주세요. 거창하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가 선 곳에서 우리 곁의 이웃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들부터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기후위기와 환경 이야기는 자칫 무겁고 답답하게 여겨질 수 있다. 달콤한 꿀과 함께 벌의 생태를 살피고 생태계와 탄소 중립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조금은 덜 무거운 마음으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로부터 환경에 대한 실천적 대안들이 제시되기를 바라본다.

함께그린 협동조합은 2018년 아파트 주민공동체 활동을 시작으로 사회적 경제 조직인 협동조합으로 성장한 곳이다. 아산시 음봉면에 생태실험실이 있으며 천안시 불당동에 제로웨이스트샵 꼭꼭가게를 운영 중이다. 꼭 필요한 만큼의 물건들을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나누고 판매하는 곳이다.

문의 : 꼭꼭가게 041-555-0801 / 냉이 010-3471-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