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다는 공포…묶여버린 삶을 이야기하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다는 공포…묶여버린 삶을 이야기하다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1.04.01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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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게 일렁이듯 아카이브 W,  
아산 여성 아카이브 프롤로그展이 열린 창구대장간.
아산 여성 아카이브 프롤로그展이 열린 창구대장간.

아산 온천천, 속칭 ‘장미마을’ 내 창구대장간에서 <아산 여성 아카이브 프롤로그展>이 열린다. 

이 전시는 장미마을을 원도심 재생지역으로 선포한 아산시가 온양원도심과 장미마을의 역사, 그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는 ‘로컬 아키비스트(기록활동가)’ 과정을 개설하면서 진행됐다. 전시는 장미마을로 불리는 곳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살아왔던 온천천 일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장미마을 여성들의 삶이 개인과 국가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고 한 마을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로컬 아키비스트들이 기록한 아산 여성 기록전시회이다. 

전시는 ‘여성의 기억, 일상 아카이브관, 로컬을 기록하는 여성들, 한국 성매매 집결지 역사관, 미래를 향한 기록들’이란 4가지 대주제로 구성됐다. 

 

당시 목욕탕의 탕을 재현한 전시공간
당시 목욕탕의 탕을 재현한 전시공간

과거 온천의 영광 누린 흔적 딛고

장미마을 이야기는 온양이 번성하던 1950년대부터 시작한다. 특히 1970년대 온양은 대표적인 신혼여행지로 손꼽혔다. 1980년대 정부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새롭게 국민관광지에 포함해 온천관광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전성기를 누려왔다. 기록에서 장미마을이 성매매 집결지로 전형적인 특성을 보이기 시작한 시기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로 추정했다. 

1997년 아산의 3대온천이 관광특구로 지정되며 영업 제한시간이 풀려 유흥주점이 늘면서 성매매 업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타 지역 온천이 활성화되면서 온양 지역경제는 지속해서 침체했지만 오히려 성매매 집결지는 확대되어갔다. 2004년엔 청소년출입금지구역이 되었으나 2008년 대전 집결지가 폐쇄된 이후 장미마을은 충남 최대 성매매 집결지로 유명세를 떨쳤다. 

2011년 아산시가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되고 2016년에서야 성매매 우려 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장장 7차에 거친 민관거버넌스 회의를 통해 제재방안 마련과 지속가능한 방향과 과제를 토론했다. 

2017년 아산시는 장미마을 내 아산여성인권현장상담소를 운영했으며 같은 해 3월 아산시의회는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조례를 공포했고 이후 장미마을을 성공적으로 재생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했다. 

2019년 드디어 온양 원도심 도시재생센터를 개소하며 지난해 여성커뮤니티센터 조성에 착수했고 다빛여성공동체 ‘언니네반찬’이 개소했으며 마을커뮤니티가게 브릿지카페 오픈, 아산 로컬 아키비스트 양성과정까지 개설하게 된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시대순으로 설명하는 이현정 아키비스트.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시대순으로 설명하는 이현정 아키비스트.

동시대 여성으로서 극명하게 갈린 삶의 이야기

전시관은 목욕탕 열쇠 다발을 벽면 디자인으로 조성해 과거 온천의 영광을 상징하듯 보여준다. 탕 모양을 그대로 재현해 그 안에 그 시대 삶의 물건들을 전시하며 추억과 시절을 상기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동시대 여성으로서 너무나 극명하게 갈린 삶의 현실 기록은 여성 관객들의 눈길과 공감을 끌어냈다. 

이현정 아키비스트는 목욕탕 옷장을 매개로 한 기록 코너에서 자신의 일생과 빗대어 장미마을 여성들의 삶을 비교 설명하는 기록에 관해 설명했다. 이현정씨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학교에 다닌 딸로서, 여성으로서 차별받았던 자신의 기억과 대비해 2011년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부르짖으며 성매매 여성들이 거리로 나섰던 일을 상기했다. 그는 “같은 여자의 시선으로도 ‘창피하지 않을까’라는 눈길로 바라봤던 한때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해오던 것을 하는 것밖에 아무것도 자신 있게 나설 수 없었던 그들을 여성들의 삶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자신이 아키비스트가 되기까지 과정을 사진을 통한 기록으로 보여주었다. 

탕 안에서 만나는 온양 온도심 주민들의 삶 이야기.
탕 안에서 만나는 온양 온도심 주민들의 삶 이야기.

한 마을의 삶 이야기는 그 시대의 역사임을

아산시가 개설한 로컬 아키비스트 과정에 참여한 여성은 총 9명. 이들은 ‘아산 로컬 아키비스트 기록집’을 내며 여성의 기록이 역사가 되는 현장을 체험했다. 

아키비스트들이 느낀 체험의 무게는 절대 적지 않았다. 온양 원도심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손미옥 아키비스트는 “누구보다 ‘로컬 아키비스트 양성과정’의 취지와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보니 아키비스트에 도전하는 일이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사라져간 원도심 이야기를 가치 있게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일이 쉬울 수만은 없다. 그러나 아키비스트들은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기억과 자료를 정리했고 사진과 기록으로 남겼다. 전시관을 둘러본 원도심 주민들을 추억을 이야기했고 외부인들은 이 지역의 역사를 관통한 여성들의 삶을 발견했다. 

우리가 목도했던, 그러나 외면했던 우리 옆 여성들의 삶을, 기록과 전시를 통해 만나보는 이번 전시는 4월 3일 폐관한다. 하지만 이 전시를 통해 숨은 역사를 발견하고 다시 바라본 지역과 여성들 삶의 이야기는 오래오래 지역과 여성의 삶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AWA(Asan Woman’s Archives: 아산 여성 기록관)의 첫 산출물이며 아산시 여성인권 라키비움(Larchiveum : Library(도서관), Archives(기록관), Museum(박물관) 합성어)의 초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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