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 가진 인권위원회 설립 시급…천안시와 의회, 시민 인권 책임의 핵심” 
“독립성 가진 인권위원회 설립 시급…천안시와 의회, 시민 인권 책임의 핵심”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1.03.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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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인권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천안시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관련 사건은 보도로 접한 것만 손에 꼽고도 남는다. 가방 감금 아동학대 사건, 천안성문화센터 직장 괴롭힘 사건, 추모공원 직장 성추행 사건, 장애인체육회 모 팀장 인권침해·성희롱 사건, 나사렛대 교수 장애인 비하 발언 사건 등 크고 작은 인권침해 사건이 적지 않았다. 

시민 인권보장과 증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2013년 3월 '천안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지만, 후속 정책들이 답보상태여서 시민들은 시민 인권이 나아졌다고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시의회에 제출된 올해 시 예산안에도 ‘인권보장 및 증진기본계획’ 수립이나 위원회 설치 사업비가 전혀 편성되지 않았다. 

인권향상 정책이 실현되지 않은 천안시 상황에서 문제성을 느낀 관계자들은 지난달 26일(금) 오후 2시 천안시의회 복지문화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천안시 인권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제23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캄보디아 외국인 이주노동자 얼음숙소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5분 발언한 김선홍 시의원이 좌장으로 참석했고 이진숙 충남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천안시 인권행정을 위한 제언’을 발제했다. 발제를 듣고 이행찬 충남도민인권지킴이단 간사, 권인자 충남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윤연한 천안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진중록 자치민원과 분귄팀장이 차례로 토론에 임했다. 복아영 시의원은 토론회를 진행했으며 천안시 유관부서 팀장들과 관계자들이 함께 배석했다. 

토론회 전체 모습
토론회 전체 모습

조례만 있고 인권기구가 없어 할 수 없는 게 많은 천안  

발제자로 나선 이진숙 충남인권위원회 위원장은 “헌법에 ‘국가가 국민기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 천안시민 인권은 천안시와 천안시의회가 핵심 책임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권리를 보호할 시민을 양성할 일은 인권기구가 해야 할 일인데 천안은 아직도 인권위원회조차 설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인권도시를 선언한 광주광역시와 시민과 함께 만든 인권보고서를 제출한 오스트리아 그라츠 사례를 들며 이와 달리 현재 천안은 정식 인권기구가 없어 연쇄적으로 파생하는 인권 관련 과제들과 시민권리 옹호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음을 설명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충남 기초 모든 지역이 조례를 제정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독립성을 보장받는 인권기구가 있어야 한다. 제도를 따라 정책이 돌아가는데 이게 원활해지려면 시민 참여와 시민 인권역량을 강화하는 게 기본이고 그 모든 과정을 담을 인권기구 설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하는 이진숙 충남인권위원회 위원장
발제하는 이진숙 충남인권위원회 위원장

청소년노동 인권교육조차 지난 2년 2회가 전부 

이행찬 충남도민인권지킴이 간사도 천안시 청소년 인권교육을 포함한 모든 인권교육의 부실을 지적했다. 이행찬 간사는 “천안시 인권조례 안에 노동인권조례가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과 2020년 학교 밖 청소년 대상 각 1회씩 교육한 게 전부였다. 심지어 ‘인권’과 ‘권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도 있었다”며 현실을 토로했다. 이어 “가해자 재발 방지 교육과 제도와 인권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며 인권교육은 인권감수성을 갖춘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계획 수립 위한 장애인 인권 실태조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권인자 충남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도 장애인 인권의 열악함을 짚었다. 권인자 센터장은 “충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된 천안시 장애인 인권침해 의심사례만 29.8%에 이른다. 또한 아는 사람에게 당한 학대가 절반을 넘는다. 자발적 신고가 어려운 장애인이 있으므로 주민의 적극적 신고가 가능한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기초지자체 자료가 너무 없다. 기초자료가 있어야 제도와 서비스가 들어갈 수 있다.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가 시급한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실태조사의 부재를 꼬집었다. 

 

외국인 인권, 국제인권위로부터 100개 중 88개 지적받아 

천안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3만5000명을 넘는다. 이제는 어엿한 천안시민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인권 또한 척박했다. 

윤연한 천안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외국인 인권침해는 대부분 결혼중개업소에서부터 일어난다. 외국인 여성이 국적 취득 전 상대방 귀책 사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가야 한다. 참고 살아야 하는 구조적 함정이 많고 여기서 인권침해가 많다”며 “우리나라 외국인 인권은 국제인권위로부터 100개 중 88개나 지적받았을 만큼 심각하다”고 밝혔다. 

또한 윤 센터장은 “사회적 약자가 소수일 때 공공영역에서 제도화와 시스템이 돼 있어야 보장받을 수 있다. 인권 친화적이고 사람이 우선인 제도는 행정에서 할 일”이라며 “공공기관에서 먼저 인권침해가 없도록 행정기관에서 인권전문가 양성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원점에서 다시 다뤄보는 과정 필요” 

발제와 토론을 모두 청취한 진중록 천안시 자치민원과 분귄팀장은 “21세기에 들었는데 여전히 인권을 논의하는 건 안타깝다. 인권 친화적 행정이라는 관점에서 공무원이 확고한 뿌리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인권행정은 만들어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자체 조례제정 기간이 대부분 한두 달이었고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인권정책을 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진정성을 갖고 원점에서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 주관 말고도 다양한 인권교육을 진행해 서로 소통하고 논의하는 거버넌스 구축을 고민과제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회 새내기가 바라본 인권 

일반인 청취자 중 대학교 1학년생의 발언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학생은 “장애인 따로, 비장애인 따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차별요소가 적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저상버스를 확충해서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장애인과 함께하는 분위기가 익숙해지므로 차별과 혐오가 줄어들 것 같다”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천안시 인권상황을 종합한 이 자리에서 인권 증진을 위해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꼭 필요한 정책임을 확인하는 대화를 나눴다. 이진숙 위원장은 “시민들이 인권 증진 과정에 참여하고 인권역량을 갖춘 리더로 성장할 수 있게 시와 시의회가 예산을 확보해서 추진해주길 강하게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선홍 의원은 토론회 후 별도 전화통화에서 “토론 후 참석자들은 인권 관련 정책간담회를 자주 개최해서 시민들 의사를 청취하고 인권이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해보자는 의견이 많았다. 조례에 인권 증진에 관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시장의 의지가 있다면 인권증진위원회는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다”며 “천안시가 적극 관심을 가지고 인권정책을 펼칠 것”을 요구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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